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홈리스 실태조사 기자회견 개최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19일 서울 동자동 어린이새꿈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주택에 대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 도입,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공급 확대, 홈리스 주거권 보장을 요구했다.

동자동은 서울에서 쪽방이 가장 많은 곳이다.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지난 8월 박원순 시장이 쪽방촌을 방문했을 때 직접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임수만 씨는 “동자동에 오고 8년 동안 4번 이사를 했다.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없는 병도 생긴다. 이렇게 죽는 날만 기다릴 수는 없으니 정부나 서울시에서 최소한의 주거대책을 세워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에 사는 박용수 씨는 “밖에서 생활할 때에 비해 주거 분위기나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간이 너무 작다”고 밝혔다.

그는 배정된 주택 중 가장 넓은 곳으로 갔음에도 화장실이나 보일러, 싱크대 외에는 다른 가구를 들일 공간이 없다며,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더 좋게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입주자인 박용수 씨가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의 한계점에 대해 발언했다. ⓒ김수나 기자

비주택 거주자 85퍼센트는 난방시설이 없는 곳에 살며, 네 곳 중 세 곳은 화재 안전장치 없어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장은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쪽방, 고시원 등에 사는 비주택 거주자와 거리 노숙인에게 현재 상황과 개선점을 물어봤으며, 11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총 150명에게 답을 받았다.

응답자의 85퍼센트는 남성이었고, 평균 연령은 56살로 중고령 1인 가구가 대부분이었다. 응답자의 월 평균 소득은 74만 원이며 이 중 23만 원을 월세를 지불하는 데 썼다.

김 센터장은 “월세 지불 비율이 전체 소득의 32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전체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을 주거비로 지불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80퍼센트는 쪽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비주택 거주자로, 거주지 면적은 평균 1.5평 정도다. 거주지에 난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85퍼센트나 됐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를 사용해야 동절기를 겨우 이겨낼 수 있는 여건으로, 화재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했다.

또 냉방시설이 없는 곳이 72퍼센트, 부엌이 없는 곳 54퍼센트, 샤워실과 세탁실이 없는 곳 36퍼센트, 스프링클러 미설치 75퍼센트, 피난기구 미설치 85퍼센트, 비상구 미설치 거주지가 81퍼센트였다. 김 센터장은 “이들이 사는 곳은 위험에 취약한 구조이며, 좁고 비싼 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희망하는 거처에 대한 응답에서 응답자들은 평균 2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원했다. 또, 세탁실, 화장실, 샤워실이나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한다면 3평, 개별로 사용한다면 6평 정도의 방 면적을 원한다고 답했다. 김 센터장은 “최소 현재 쪽방이나 고시원의 두 배 이상의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권성용 사무국 차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수나 기자

응답자의 20퍼센트인 거리 노숙인 응답자들은 혹한기에 대비해서 주거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주거시설에 있으려면 주거비,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노숙인들에게 임시주거비 지원이 필요하며, 노숙인들 스스로도 임시주거비 지원 등 각종 정책에 대해서 알고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홈리스들이 3평 정도의 공간만을 요구할 정도로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어느 부처도 고시원 담당 대책을 맡지 않으려고 하며, 지난 국일고시원 참사가 오늘이나 내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홈리스 정책으로 마련된 빨래터를 가리키며 “빨래를 해서 옷들의 부피가 압축되면 시원해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폭염 대책이지만 주민들의 요구는 에어컨을 놔 달라는 것이다”라며 “빨래를 해서 더위를 이길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적인 서울시의 홈리스 주거정책의 메카이고자 했던 이곳에서 서울시 정책의 실패를 선언한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과 주민들에 맞는 정책을 요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권성용 차장은 “서울시는 정책 대상자에 대한 파악도, 욕구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 요구를 잘 들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행정만 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주변 성당이나 단체에서 홈리스들을 위해 협력하는데, 소공동체운동처럼 쪽방주민의 공동체가 만들어져서 그들의 조직된 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물건이나 돈을 주는 후원자가 아닌,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신자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등 38개 종교,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주거정책의 한계를 보여 주는 '돌다리골 빨래터'와 '해뜨는 집'.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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