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주일 미사와 대축일 미사 때 강론과 공동체의 보편지향기도 사이에 오는 것이 바로 신앙고백입니다. 그런데 미사통상문을 들춰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신앙고백문(신경)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니케아(니체아)-콘스탄티노플 신경(니케아신경)”, 다른 하나는 “사도신경”입니다.

담고 있는 내용이나 구성은 비슷하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좀 더 장엄하며 성부, 성자, 성령에 관한 설명이 좀 더 자세하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사통상문의 설명을 들여다보면, 두 개의 신앙고백문 중 전 세계 교회가 일반적으로 바치는 것이 니케아신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대해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대신에, 특히 사순시기와 부활 시기에는, 이른바 사도 신경 곧 로마교회의 세례 신경을 바칠 수 있다."라는 지침이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기본이 되는 신경은 니케아신경, 특별한 시기에 바칠 수 있는 신경이 사도신경이라고 간단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니케아신경은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그리스도의 천주성을 부인했던 아리우스주의를 배격하고 정통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채택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사도신경은 예비자들을 위한 교육지침으로서 이어져 오다가 6세기에 정착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지 순례나 외국 특히 유럽에서 체류할 일이 있어서 현지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인지하셨을 것입니다. 한국교회에서 바치는 신앙고백과 외국교회의 것이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니케아 신경' 이콘.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한국교회 안에서는 대부분 사도신경을 바치고 있습니다. 일부 본당에서 니케아신경을 바치고, 조금씩 그런 본당의 수가 늘어 간다는 이야기가 들리긴 하지만 여전히 사도신경이 대세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도신경을 신앙고백 시간에 바치는 것이 익숙할 뿐입니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요?

“보편교회는 미사의 공식 신앙고백문에 대해서 니체아신경으로 정하고 있으나, 1967년의 주교 시노드의 건의에 따라 지역교회의 판단에 따른 결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니체아신경이 단지 길다는 이유로 사도신경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편교회는 지적하고 있다.”("새 미사전례서 총지침(2002)에 따른 간추린 미사전례지침", '신경'.)

이처럼 "간추린 미사전례 지침"을 통해 보면, 지역교회로서 한국교회는 그 특성을 판단하여 사도 신경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채택 이유가 니케아신경에 비해 간략하다는 것이 이유라면 그 결정을 재고해 봐야 할 것입니다. 보편교회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이 세례를 위해 전수받았던 교리를 늘 되새기도록 이끈다는 차원의 고려라면 의미 있기도 합니다. 사도신경은 초세기 중엽부터 그리스도 신앙의 골자가 되는 조항들을 간략하게 열거하여 예비신자들이 암기하도록 했던 것이었습니다. 사도신경에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에 대한 신앙과 그리스도의 강생구속, 부활, 승천, 재림에 대한 교리, 교회와 죄의 사함과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사도신경은 그리스도인들이 진심으로 믿고, 고백하는 기본된 신학적 내용들을 고백하도록 해 줍니다.(조학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미사이야기 II",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6, 100-101쪽 참조)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미사통상문에 등장하는 두 가지 신앙고백문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형성되었는지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사도신경을 주로 바치게 된 정확한 배경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것이 짧아서가 아니라 교육적 내용이 명료하여 채택된 결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