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공금횡령 레텡 주교, 사임 뒤 다른 교구로 전보

교회 공금을 횡령하고 한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고발을 자신의 교구 사제들에게 받은 뒤 교구장직에서 사임했던 인도네시아 주교가 다른 교구로 전보 임명돼 비판이 일고 있다.

플로레스 섬 루텡 교구의 교구장이던 후베르투스 레텡 주교가 서자바의 반둥 교구로 전보됐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사무총장인 시프리아누스 호르마트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반둥 교구의 교구장주교는 레텡 주교에게 주교로서 온전한 지위를 갖되 주교지팡이는 없는 상태로 (새로 주교로서) 봉사할 기회를 주도록 (교황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교지팡이는 목자지팡이라 하며, 목자 임무의 표지로, 일정한 교회 지역에 대한 권위를 상징한다.

교황청의 명으로 레텡 주교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반둥 교구의 안토니우스 수비안토 분자민 주교는 그가 2017년 10월에 사임한 뒤로, 그를 교황청 감독 아래 두는 임무를 맡아 왔다.

레텡 주교는 루텡 교구의 사제 69명이 그가 인도네시아 주교회의로부터 9만 4000달러(1억 600만 원)를, 그리고 루텡 교구로부터는 3만 달러를 보고 없이 빌렸다고 고발하면서, 그에 대한 항의로 집단으로 사제 사직서를 낸 뒤에 사퇴했다.

그는 그 돈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 가난한 소년의 교육비로 쓰고 있다고만 하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사제들은 또한 그 돈이 레텡 주교가 관계를 맺고 있던 한 여자에게 갔다고 의심했다. 이 사건은 2014년에 한 전직사제가 공개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루텡 주교는 그러한 주장들이 “중상”이라면서 부인했다.

인도네시아 후베르투스 레텡 주교. (사진 출처 = UCANEWS)

루텡 주교가 사임했을 때, 교황청은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교회 소식통들은 레텡 주교는 그 돈을 반환하고 그 여성과 관계를 끊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레달레로에 있는 가톨릭철학대학의 선교학 교수인 존 맨스포드 프리어 신부는 이번 교황청의 조치가 아무런 공식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전보 조치가 그의 잘못을 용서하려는 노력의 일부라면 그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죄를 용서해 주는 교회의) 사죄를 받아들인 뒤에야만 그래야 한다.

그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레텡은 자신의 양심을 성찰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레텡 주교의 사임 운동을 펴 왔던 평신도인 리카르드 라마트는 이번 재임명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교회에 나쁜 선례다. 그런 추문이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고 작은 일이라는 식이다.”

레텡 주교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냈던 여성평신도 자신타 함보에르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했던 일이 교회 안에서 이제는 정상적인 일로 간주되는 모양이다.”

그는 이번 일 처리로 그간 인도네시아 교회가 인도네시아 사회의 부패와 맞서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려 해 왔던 입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텡 주교가 반둥 교구에서는 비슷한 문제를 더 이상 일으키지 않기를 바랐다.

<아시아가톨릭뉴스>는 반둥 교구 분자민 주교의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church-gives-scandal-hit-indonesian-bishop-second-chance/8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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