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도입 국방부 공청회 마무리, 공은 어디로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가 없는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함에 따라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라며, “병역의무 불이행을 처벌하는데도, 대체복무제가 없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라고 판결하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관련법을 만들도록 했다.

대체복무에 대해서는 가톨릭교회도 교리와 문헌을 통해 그 당위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양심상의 이유로 무기 사용을 거부하며, 다른 방법으로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공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이르며,(2311항)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양심의 동기에서 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률을 인간답게 마련하여, 인간 공동체에 대한 다른 형태의 봉사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다.('사목헌장', 79항)

그러나 12월 13일 대체복무제 법안 마련 전 마지막 단계인 공청회까지도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해소되지 못했으며, 대체복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숙고해야 할 부분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처리되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10월 4일과 12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방부는 공청회를 통해 확정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절차가 마무리되면 2020년 1월 1일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의 공청회가 끝날 때까지 대체복무제에 대한 찬반 양측은 서로의 다른 입장만을 확인했다.

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역 2배의 복무기간(36개월)에 합숙 형태로 교정시설에서 복무한다”는 내용을 “유력한” 정부 초안으로 11월 초 이미 국회 국방위 소속 일부 의원에게 설명한 것이 드러나 공청회 논의를 제대로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 국방부가 유력하다고 내세우는 안은 “기간은 (2020년 기준) 현역병의 복무 기간의 2배인 36개월, 복무 내용은 교정시설 근무, 형태는 합숙근무”다. 이 외에 소방시설 근무도 함께 고려되었지만 교정시설 근무에 비해 덜 힘들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력안에서 제외됐다.

12월 13일 2차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복무 기간, 복무 형태, 합숙 유무, 대체복무자 심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을 두고 논의했지만, 합리적 대체복무안에 대한 제안이나 논의보다는 대체복무제와 현역 복무자 사이의 형평성, 인권적 기준과 국가 안보 강화 문제, 대체복무가 징벌이냐 혜택이냐의 관점이 맞섰다.

올해 7월 시민사회단체는 대체복무에 대해 복무 분야는 치매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의무소방 영역 등 사회 공공성을 향상하고 시민 안전을 담당하는 영역,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 복무기간(2020년 기준 18개월)의 최대 1.5배 이내, 초기 대체복무 신청 가능인원의 연 1000명 제한, 복무 중 병역거부, 예비군 병역거부 모두 인정, 그리고 대체복무(심사)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다시 차별하고 처벌하는 ‘징벌적 대체복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대체복무제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 실현”이기 때문이다.

이의 근거는 국제사회 규약뿐 아니라 2006년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현역 복무기간의 1.5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복무하도록 하고, 부작용이 없다고 판단되면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하는 대로 점차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명확한 기준과 전문가 의견, 여론 조사 결과다.

12월 13일 국방부 등은 대체복무 도입을 위한 두번째 공청회를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입영대상자 과반수 이상, 1.5배 이하 복무기간 찬성
군복무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복무 기간 아닌 사회적 차단과 기본권 박탈

2018년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 기간에 대해 군복무 기간과 동일하거나 1.5배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40퍼센트를 넘었으며, 같은 기간 리얼미터가 진행한 의식조사에서도 군복무기간의 1.5배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34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2005년 국방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일반인과 징병대상자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당시 24개월인 육군 현역 복무기간을 기준으로 양측 모두 반 이상이 1.5배 이내의 기간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단순히 1.5배 기간 이내냐 아니냐가 ‘형평성’이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무 기간, 내용, 기준의 근거가 사회적 맥락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다양한 복무 형태 안에서도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현재 36개월 교정근무 단일화를 내세우는 국방부의 근거는 현역 군복무와의 형평성, 병역 회피자들의 악용 가능성, 군 복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고려했을 때, “감옥이나 구치소가 사회적 기피시설이고, 업무 난이도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그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2018년 10월 발표), 앞으로 시행될 대체복무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고려 대상은 현재 복무자가 아니라 입영 대상자이며, 이들은 현역과 동일한 기간이거나 1.5배 기간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약 60퍼센트였다. 여기에 ‘합숙 복무’라는 조건에 따라서는 1.5배 이내의 기간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81퍼센트에 이르렀다.

또 시민사회는 대체복무제가 제대로 도입되는 것이 전반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은 물론, 군인권 전반적 개선에도 크게 도움된다고 본다.

2차 공청회에 참석한 이용석 씨(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그동안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당연하게 입대하는 상황에서 국방부나 병무청은 어떤 경쟁도 없었다”며, “대체복무제가 잘 자리 잡고 거부자들의 양심과 인권이 보장되면, 그에 대응되는 군대도 이에 맞춰 환경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차 공청회 뒤 참석자들은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의와 고민이 어떻게 하면 군대 내 형평성과 인권을 대체복무자와 함께 보장할 것인가라는 발전적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나쁜 형태로 복무할 것인가, 누가 혜택을 덜 받을 것인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체복무제의 완성보다는 그 논의 과정 자체가 한국 사회 인권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냐의 여부로 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참석자들은 두 차례의 공청회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는데도, 공청회에서 “국가 안보”, “형평성” 등의 기본적인 관련 개념의 정리조차 제시하지 않고 양측의 논쟁에만 맡기는 요식행위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대체복무에 대한 국제인권 기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대체복무가 쉬워서 회피자들이 악용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조사는 충분한가” 등을 지적하며, “개념과 입장, 사실관계에 대한 정리와 제시 없이 이대로 정부안이 결정된다면 이후에 상당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지난 12월 10일 남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위원회는 "공정하고 인간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현재 대체복무안은 징벌적 성격을 지니며, 대체복무가 개인의 양심과 신념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약 6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토론 내용을 듣고 질문과 의견 등을 제시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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