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종탑 (이미지 출처 = Pxhere)

평화를 말하는 이력서

- 닐숨 박춘식

 

장독대에서 팔을 곱게 굽혀 기도하는

묵언의 잠자리는, 저에게 평화를 보여줍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마냥 조잘거리는

직박구리 부리에서, 저는 평화를 듣습니다

 

강아지가 벌렁 누워 잔디에 등짝을 비비대며

발버둥 칠 때, 저는 춤추는 평화를 생각합니다

 

딸그락거리는 책가방으로 엄마에게 뛰어가는

어린이를 보며, 저는 뜨거운 평화를 느낍니다

 

시골길 성당 종탑의 커다란 별 그리고 저는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글자를 보며

저 유명한 평화의 기도를 소리 내어 바칩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에 온 마음을 쏟는 분들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자주 보시는 독자님들에게 먼저 성탄의 평화 인사를 올립니다. 예수님 성탄 대축일의 명칭을 ‘하느님의 평화가 탄생하신 대축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요즘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나라와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첫 아담은 에덴의 평화를 와그작 씹어 먹었지만, 둘째 아담이신 그리스도님께서는 평화 나무를 심으려고 세상에 오셨고, 오신 날도 한밤중 고요를 선택하여 별빛으로 평화 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요한 복음서(14,27)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하시면서 불안한 마음을 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번 성탄이 큰 기쁨과 평화를 주는 성탄이 되시기를, 마음의 깊은 고요를 간직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저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꼭 바치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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