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 종교성이 강해졌는가?③]

천주교 교세통계상 세례자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나, 남성 신자는 20대 남성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2003년부터 반등하여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20대 남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는 세례신자수가 매년 큰 변화없이 정체되어 있고, 10대 이하의 청소년을 비롯하여 20~30대 젊은 층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군대에서 집중 세례의 기회를 맞아 입교자가 크게 늘었지만, 특별한 입교 계기가 없는 여성들은 2000년 이후 입교자수가 감소한 채 계속 정체하고 있다.

[그림 1] 성별 세례자수 변화 추이 (자료 :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그림 2] 연령대별 세례자수 변화 추이 (자료 :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더 큰 문제는 새로 입교하는 여성 신자들만 정체상태인 것이 아니라, 세례를 받았는데도 더 이상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여성들도 많다는 점이다. 2005년 인구센서스 통계와 2005년 교세통계의 연령별·성별 비교를 하면 여성 신자는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교세통계상 신자수보다 인구센서스상 신자수가 훨씬 적다. 40대 여성 신자의 경우 인구센서스상 신자수가 교세통계상 신자수보다 7만 명이나 적다.

이는 30대 이상의 여성 신자들 중 상당수가 천주교를 떠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례를 받아 교세통계에 집계된 여성 신자들이 개종했거나, 더 이상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아 인구센서스 조사 때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 것으로 응답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천주교회에 대한 호감도 늘고 신자수도 늘고 있는데, 왜 30대 이상의 성인 여성들은 천주교를 떠났는가?

[표 ] 2005년 인구센서스 통계와 교세통계 성별/연령별 비교 (단위 : 명 / 자료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천주교 교세통계)
 
사실 1995년 인구센서스와 교세통계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교세통계보다 인구센서스상 신자수가 약 50만 명이 적었다. 이는 세례를 받았으되 실제로는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이들이 1995년도에도 약 50만 명이나 되었다는 것이고, 이들 중 85%이상이 여성 신자였다.

[표 ] 1995년·2005년 인구센서스 통계와 교세통계 성별 비교 (단위 : 명 / 자료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천주교 교세통계)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는 이 차이가 역전되어 세례를 안 받았어도 천주교 신자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지만, 이 역시 [표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대 이하인 자녀계층과 남성 신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1995년과 달리 2005년에 갑자기 세례도 안 받은 자녀세대와 남성들이 천주교 신자라고 응답한 비율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구센서스 조사방법의 변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원칙적으로 조사원면접조사방법을 채택하고 경우에 따라 가구대표가 소속 가구원에 관한 사항을 기입하는 가구기입방법을 병행하였으나,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 증대 등에 따라 주간 부재가구가 증가하고 사생활 보호의식 확산에 따른 면접조사 기피 등으로 인해 가구기입방법이 점차 확대되고 2005년 조사에는 인터넷조사까지 도입되는 등 조사의 완전도와 정확도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통계개발원, 『한국의 인구·주택』, 31-32쪽 참조) 종교통계도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조사원이 직접 가구구성원의 종교를 묻고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구 대표자가 기입하는 방식이 늘어날 경우,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신자라고 응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오차 가능성은 조사원이 직접 조사해도 마찬가지이지만, 조사원의 설명과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응답이 늘어나면 오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오차 가능성을 감안할 때 남성도 역시 세례를 받았어도 더 이상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많을 수 있는데, 가구기입방식이 늘어난 인구센서스 조사방법의 변화로 남성 신자의 이탈은 수치상 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만 천주교를 떠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례를 받았어도 더 이상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상당수이고, 여성들에게서는 그 사실이 확실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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