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나이라는 날개

- 닐숨 박춘식

 

쉰이라는 날개는

쇠재두루미처럼 히말라야를 굽어봅니다

문득 찾아온 예순에는 백로 날개로 가다가 잠시

나뭇가지에서 심호흡을 길게 잡아당깁니다

이럭저럭, 고희를 만나던 날 오후

낯설지 않은 타조가 여유로운 기품을 보여줍니다

 

근데, 팔순 잔치 해거름에

하느님께서 펭귄 손을 잡고 뒤뚱거리며 오시어

‘지금 니 머하노’ 애잔하게 보시더니

어린애처럼 하루에 천 번 만 번 합장하면

하늘 날개를 환하게 붙여주겠다고 하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성모와 성자. (이미지 출처 = Flickr)

나이 많은 분을 만났을 때, ‘세월이 바람처럼 후욱 지나고 간 다음 그 뒤를 보니 허허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아마 이것은 모든 노인들의 공통된 느낌으로, 과거를 표현하는 말인 듯합니다. 누구나 노인들을 만나면 죽음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죽음 준비는 기도를 꾸준하게 바치는 일이 가장 좋은 준비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묵주기도를 40단 또는 50단 바치는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어느 분이 40단 바치려면 매일 성모송을 400번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입술에는 성모송이 붙어 있고 마음에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가족들이 묵주를 손에 쥐어 줍니다. 이때 묵주기도를 40단 바치던 노인이라면 생각으로 계속 성모송을 바치는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하면서 이승을 떠난 다음, 곧바로 빛살 가득한 하늘나라 문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기뻐하소서’라는 기도문이 자동으로 연결될 때, 그 망자 앞에 누가 서 있겠습니까? 노인이 되기 전부터 끝없는 기도의 습관을 지니신다면 그분은 가장 복된 사람이라는 말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연말이 걸어옵니다. 작년 올해 내년을 다시 생각해 보시는 은총을 누리시길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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