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한 삶을 사는 가톨릭 활성가들이 되기 위해

▲ 2008년 강화에서 열린 2회 가톨릭사회포럼 참석자들이 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한상봉) 

올해 들어 유난히 가톨릭 청년, 대학생들과의 만남이 잦다. 후배들을 만나면 젊은 기운을 듬뿍 받으리라는 기대는 만남이 더해지면서 자꾸만 허물어져갔다. 팍팍한 세상살이가 후배들의 젊은 기운을 압도하고 여유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앗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낭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운 생존경쟁의 대학사회에서 가톨릭대학생, 청년들의 존재감은 자꾸 사라져 간다는 걱정들이 많다.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는 책 제목처럼 ‘청년이 제대로 서야 교회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청년들이 떠나가는 교회 현실을 보면서 더욱 절감한다. 안팎으로 위기다 보니 한 단체의 노력으로 희망 찾기가 쉽지 않다. 공동으로 사람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만만찮은 활성가 공동 양성 

가톨릭 활성가들을 공동 양성해보자는 제안은 2008년 10월에 연 제2회 한국가톨릭사회포럼에서 처음 나왔다. 사회포럼은 ‘가톨릭 사회운동의 성찰과 모색 그리고 축제’라는 주제에 ‘이른바 실용주의에 배움 공동체로 맞서기’라는 부제로 가톨릭 사회운동의 돌파구를 찾는 자리였다. 포럼 기간 가장 많이 이야기된 것이 바로 ‘활성가 공동 양성’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준비팀도 꾸리고 의견을 모아 2009년부터 뭔가 시작해 보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진행한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다-가톨릭 대안활동가와의 만남”, “영화로 시대읽고 인권 감수성 키우기”, “글쓰기 강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사티어 의사소통 훈련” 등이 이런 고민의 결과로 진행된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공동 기획 취지에 비해 청년, 대학생, 활성가들의 관심과 참여는 그리 높지 않았다. 강좌 참여 인원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공동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죽음의 경제에 맞서 ‘살림의 경제학’을 뛰어난 통찰로 정리하고 있는 강수돌의 주장은 활성가 양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삶의 방향 전환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돈에만 관심을 두는 경제에서 삶 전반으로 관심을 넓혀간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는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파이이론’으로 설명한다.

파이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파이의 크기에 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발전 경제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근대 경제학이 전제로 깔고 있는 것으로, 사회의 복리 향상을 위해서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50년 전에 비해 200배 이상 소득이 늘어나 파이가 커졌지만 행복의 크기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이론은 부자만을 위한 이론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둘째는 파이의 분배 이론인데, 파이를 아무리 키워봐야 분배가 잘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크기 이론과 달리 분배 이론은 주로 약자와 빈자의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파이의 원천 이론이다. 아무리 파이를 크게 만들어 서로 사이좋게 잘 나눠먹는다 해도, 그 원천이나 재료가 건강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살림의 경제학은 바로 파이의 원천까지 문제 삼는 것이다. 파이의 원천 이론은 우리가 열심히 땀 흘려 만든 파이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원료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관심을 둔다. 현실에서는 크기(효율성), 분배(공정성), 원천(생태성)의 순으로 우선순위가 매겨지나 본질에서는 정반대라는 말이다. 이 패러다임에서 볼 때, 여태껏 우리 활동의 원천, 재료는 무엇이었나 돌아볼 일이다.

우리 활동의 원천, 재료는 무엇이었나

가톨릭 활성가들은 활동에서 삶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뽑아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즐겁게 일하고 행복감을 느낄 정도의 강도와 방식, 시간만큼 일하기보다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와 방식, 시간으로 일한다.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운동(일)인데 갈수록 삶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이유다.

이게 바로 변화를 열망하는 진보 그룹이 움직이는 방식인데 이 때문에 이들 조직의 전망은 추상적이거나 공허하고 매우 협소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활동가들은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상에 시달리고, 어떻게 자기 대중과 관계 맺고 소통할지 고민할 시간과 여력을 갖지 못한다. 또한 자기 운동의 비전과 전략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는 협소한 전망과 고립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위기의 원인으로 밖을 탓할게 아니라 안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고, 사회포럼이 경계를 넘어서는 배움 공동체와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동 양성을 언급한 이유다. 이런 면에서 공동 양성은 천주교 사회운동을 하는 활성가들이 더는 소진되지 않고 삶의 에너지를 채워가면서 운동하는 방법을 찾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목적지 보다는 여정 자체에 중점을 두는 양성이어야.. 

세계적인 컨설턴트 시티브 도나휴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은유를 말한다. 하나는 산을 오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막을 건너는 것이라고 말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말한다. 사막을 건너는 것은 목표가 명확하기 보다는 애매모호하며, 끝은 보이질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언제 건너편에 다다를지 알 수가 없는 것을 말한다.

등산과 사막횡단의 은유는 가톨릭 사회운동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과거 1980년대의 운동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라는 정상에 오르기 위한 등산이었다면 90년대 이후의 운동은 이전과 달리 목표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목표가 분명한 등산에서는 철저한 준비가 생명이지만, 목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막횡단에서는 내부의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목적지 보다는 여정 자체에 중점을 두는 접근법, 성찰과 사고의 힘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가톨릭 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고 운동의 과정을 성찰할 줄 아는 활성가들을 준비하는 일, 이 일이 향후 공동 양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일이 아닐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경동현(우리신학배움터 ‘울림’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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