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샛별 (이미지 출처 = Pxhere)

 

샛별을 만나는 순간

- 닐숨 박춘식

 

하늘 정원, 아버지의 품에서

불로장생 꿀단지를 몰래 짭짭 넘기던

머스마와 계집이 하늘 밖으로 쫓겨납니다

어둠에 짓눌려 우는 불쌍한 자식을 구하려고

하늘 마음은 끝내 흙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천사를 시골로 보내어 마리아에게 당부합니다

태양을 가슴에 깊이 숨기고

등불을 들어 자식들의 길을 밝혀주라고

또 먼저 꼭 겸손을 보여주라고 일러주십니다

 

차갑고 긴 밤 멀리서 샛별을 바라보는

암흑의 자식들이 빛을 더듬거립니다

샛별이 다가오는 만큼

천년만년의 어두움은 사각사각 물러갑니다

 

“정녕 주 하느님은 태양이고 방패이시며

주님께서는 은총과 영광을 베푸십니다.”(시편 84:12)

천 년 그 전전에, 샛별 어머니께서는 죄인들 앞에

태양을 껴안고 계셨음을 오늘 깨닫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2월 3일 월요일)

 

성모 마리아님은 대림시기의 해맑고 향기 가득한 꽃이시며, 깜깜한 밤을 밝히는 예광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첫 아담은 절망적인 죽음을 가져다 주었지만, 둘째 아담은 희망과 생명의 깃발을 높이 들고 오십니다. 새 생명의 태양을 껴안고, 먼저 깊은 겸손으로 대림시기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시는 성모님께서는 샛별 중에 샛별이시다 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70년 전, 성모님 호칭기도를 성모덕서도문(聖母德敍禱文)이라고 말하였고, 그윽한 목소리로 덕서도문을 외우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시골 마을에 가득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성모님에게 드리는 찬미의 내용들이 여러 호칭으로 이어지는 호칭 중에 아직도 읊조리고 싶은 내용은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 ‘죄인들의 어머니’ ‘샛별이신 성모님’ 등입니다. 그리고 대림시기에 성모님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을 지내는 사실도 기이하다는 느낌도 가집니다.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존재는 대림시기 안에서 크게 빛나고, 주님의 거룩하신 성탄으로 이어지는 벅찬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님들에게 미리 엎디어 성탄 인사를 올립니다. 기도 드리면서 올립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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