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험ㆍ식품의 위험

스위스 영양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의 역병은 우리 지역에서 사라졌지만, 새로운 위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장티푸스, 페스트와 같은 과거의 역병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위험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식품 시장의 세계화’로 인한 ‘식품 질병의 위험성’이라는 말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이미 수입 식품들이 점령하고 있다. 시중에 파는 가공품과 생선, 고기 등 거의 모든 먹을거리가 수입과, 절반은 수입 식품으로 보아도 과장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이제 먹을거리의 지역성은 사라지고, 식품시장 또한 세계화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식품시장의 세계화로 인해 먹을거리의 위험성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또한 없다는 점이다.

(미국 수입농산물의 위해성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 1993년)

‘슈퍼마켓 룰렛’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수입농산물의 위해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989년 2월 미국에서 시판되는 사과 표면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농약성분인 알라(Alar) 성분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그날 아침에 이 보도를 본 미국의 한 주부는 아이가 탄 스쿨버스를 쫓아가 아이의 도시락 통에 넣었던 사과를 빼내는 일이 실제로 있었고, 당시 미국의 언론들은 슈퍼마켓에서 산 사과를 잘못 골라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에서 ‘슈퍼마켓 룰렛’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물론 당시 알라 성분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 까지 미쳤다.


수준 미달의 중국산 먹을거리

이 같은 먹을거리와, 특히 수입농산물 위해성은 최근 들어서는 중국산 먹을거리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중국은 고도성장하고 있지만, 농수산물과 가공 식품 위생 및 안전성에서는 한마디로 수준 미달의 나라이다. 공업용 원료로 간장을 제조하고, 화학약품으로 가짜 달걀까지 만든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중국산 사료를 먹고 개와 고양이 3천 마리가 죽어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치약에서 자동차 부동액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을 발견했고, 항생제와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된 중국산 양식 수산물 5종의 수입을 금지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소비자들도 중국산 수산물을 우리 수산물로 알고 사먹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김밥은 물론이고 갈비탕과 설렁탕, 김치찌개까지도 대부분 중국산 식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3, 4년 묵은 쌀을 표백제로 세척해서 찌는 이른바 중국산 ‘찐쌀’은 가공식품이라는 이유로 수입이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파는 김밥과 떡볶이가 거의 이러한 찐쌀을 재료로 쓴다니 먹을거리 안전성에 있어서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이나 프리(China free)

현재 미국 민주당과 일본 정부는 제품이나 식품에 아예 중국산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표시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마크를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캐나다와 유럽연합도 식품안전 확보책을 중국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파나마, 필리핀, 베트남도 국경 경비를 강화하면서까지 중국산에 대한 검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의 세 번째 농산물 수입대국인 우리나라는 현재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밥과 설렁탕 등에도 원산지 표시를 강제하거나, 미국과 일본과 같이 ‘차이나 프리’ 표시제 도입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사진 : 강성중>


우리집 밥상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도 정책이지만, 우리 시민들의 태도이다. 결국 세계화에 저당 잡힌 먹을거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수입농산물이 아닌 ‘생명의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 대안은 귀농해서 농사를 짓는 서정홍시인의 시 ‘우리집 밥상’에서 찾아진다.


“우리 집 밥상에 올라오는 밥은

황석산 우전 마을

성우 아재가 보낸 쌀로 지었다.


밥상에 하루라도 빠져서는 안 되는 김치는

진해 바닷가 효원 농장

이영호 선생님이 가꾼 배추로 담갔다.


맛있는 무말랭이는 황매산 깊은 골짝에서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르고

옛날 사람처럼 살아가는

상평이 아저씨가 만든 것이다.


매운 고추는 함양 월평마을

박경종 아저씨가 준 것이다.

일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절뚝거리며 딴 고추다.


고마운 마음 잊지 않으려고

어머니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된장찌개 할 때마다 넣는다.


우리 집 밥상 앞에 앉으면

흙 냄새, 풀 냄새, 땀 냄새 가득하고

고마우신 분들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집 밥상, 서정홍, 창작과비평사, 2003)


우리의 밥상이 생명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올바른 체질과 정서와 성격을 갖기 위해서는, 그리고 밥을 통해 자연과 농부이신 하느님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오염된 식품과 먹을거리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명의 밥상을 차려야 한다.

/맹주형 200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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