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11월 25일(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요한 18,33-37

교회 전례력은 이번 주일로 끝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예수님의 보편적 다스림을 강조하기 위하여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새롭게 제정되었다.

진실한 왕권

예수님의 메시지의 핵심은 하느님의 나라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은 하느님나라의 하느님이다. 그분은 인간역사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관여하신다. 그리고 하느님나라의 이미지는 이 인간의 역사로부터 취한 것이다. 성경의 하느님은 하느님의 계획인 그분의 나라와 분리될 수 없다. 공관복음서에서 중심에 있는 하느님나라의 주제는 요한 복음에는 좀 다르게 표현된다. 요한 복음서에서, 주제의 초점은 그리스도의 왕권에 있다.

그래서 오늘의 복음을 요한 복음에서 뽑은 것이다. 유대인들의 비난을 반영하면서, 빌라도는 예수님께 묻는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요한 18,33) 비난받는 예수님은 로마 관리의 기반을 흔드는 이전의 질문으로 대답을 준비한다: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18,34) 빌라도의 적의는 예수님을 위협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분은 다음과 같이 잘 알려진 말로 대답하신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18,36) 또한 즉시, 예수님은 그 이유를 내놓는다: 나의 나라는 억압을 하지 않으며 강요되지 않는다. 이 주장은 되풀이된다: “나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선언문을 해석하는 데 있어 그분의 나라가 배타적으로 종교와 영적 차원의 나라를 의미하며, 현세에서나 구체적 역사 속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나라로 여기는 유혹에 쉽사리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복음 전체의 의미와 일치되지 않는다. 요한 복음의 앞부분이 이 현재의 구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8장에서 바리사이들과 거친 논쟁을 벌이는 중에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한다: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8,23) 예수님과 그들 사이에는 거리가 있고, 심지어 어떤 단절까지 있다. 예수님은 그 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거리는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의 거리라기보다 지배와 섬김 사이의 거리다. 예수님의 나라는 빌라도가 알고 있는 나라와 다르다. 빌라도의 나라는 압제, 특권 그리고 지배의 왕국이다. 예수님의 나라는 사랑, 정의 그리고 섬김의 나라다.

주님은 알파요 오메가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나는 왕이다

빌라도는 빈틈이 없고 잘못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님의 대답에서 그분이 왕권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추측하고 주장한다: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요한 18,37) 예수님은 회피하지 않고 이 말을 받아들인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위하여 세상에 왔다.” 평화와 동료애, 정의와 다른 이들의 권리에 대한 존중,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세우기 위하여 왔다. 이것이 인간역사 안에 들어와 그것을 강화시키고 역사 너머로 이끌기 위하여 움직이는 예수님의 나라다. 그 나라는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만 끝이 없을 나라다. 그 나라는 오직 미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분의 통치는 영원하다.”(다니 7,14) 그것은 과거에, 현재에, 혹은 미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는 그분의 나라가 충만하게 오기를 청한다.

예수님은 그 진리를 증언하고 있다. 그분은 다니엘 예언자가 선언하듯이, 다스림이 “영원히 지속되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꺼이 증언한다. 우리가 예수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진리에 속하고,(요한 18,37) “하느님나라가” 될 것이다.(묵시 1,6) 예수님과 그분이 선포하는 하느님나라가 우리 삶의 궁극적 의미다. “알파요 오메가”이며,(1,8) 시작과 끝이신 분이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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