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간 21년 만에, 성공회대가 이어

종교학과 신학 분야 전문가,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담은 학술지 <종교신학연구>가 폐간된 지 21년 만에 다시 나왔다.

<종교신학연구>는 서강대 종교신학연구소가 1988년부터 1997년까지 매달 국내 학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연구발표회에서 다뤄진 논문과 토론문을 묶어 1년에 한 번씩 펴냈던 학술지로 모두 10권이 발행됐으나 그 뒤로 폐간됐다.

이번에 다시 출판된 <종교신학연구>는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매달 연구발표회를 연 뒤 그 결과물을 담은 것으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모두 12번 진행된 연구발표회의 논문과 토론문 중 9개가 실려 있다.

출판은 가톨릭에 속한 분도출판사가 맡았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이 1997년 폐간 뒤로 21년 만에 <종교신학연구>를 다시 펴냈다. (이미지 제공 = 분도출판사)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장 박태식 신부는 발간사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종교학의 위상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인기 학문 분야라는 약점에 개의치 않고 전력을 기울이는 연구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기 바란다”고 썼다.

그는 무엇보다 1997년 폐간될 당시의 <종교신학연구>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이번 출판의 중요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성서신학자 정양모 신부는 격려사에서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던 <종교신학연구>가 복간된다니 꿈만 같다”면서 종교에 대한 역사비평과 주체적 성찰이 “소중한 신학 방법”임을 강조했다.

복간호에는 예수의 부활을 통한 우리의 죽음과 부활, 다석 유영모의 부활관을 살핀 정양모 신부의 논문을 시작으로 종교개혁의 쟁점을 살핀 박태식 신부의 논문, 비판불교의 관점으로 유교를 다룬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류제동 교수의 논문이 실렸다.

이 밖에도 현대 한국 유교, 한국의 선구적 종교인인 다석과 이신, 고대 근동 종교, 한국의 무교 등을 다룬 논문이 실려 있다.

책에 담긴 논문들의 주요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랑에 젖어야 사랑이신 하느님께로, 사랑의 화신이신 예수께로 반갑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이게 천당이지, 천당이 따로 있겠나.”(16쪽)

“‘자신의 익숙한 세계’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성찰해서 타당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것이 비판불교인 것이다.”(47쪽)

“한국 무속이 단순히 전통문화의 잔존물 혹은 전근대성의 지표가 아니라 여전히 현대 한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종교적 세계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현대 한국 무속은 어떠한 설득구조를 형성하고 있을까?”(248쪽)

“구별은 있으나 차별은 없는 곳, 하는 일은 각각 달라도 계급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의인과 죄인의 기준을 만들어 구원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은 곳. 역사의 예수가 의도한 ‘평등’은 일세기 교회의 꿈이었다.”(279쪽)

각 논문 뒤에 실린 토론문은 주제와 연결된 우리 생활과 사회의 이야기들, 종교와 신앙에 대한 구체적 궁금증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뤄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분도출판사는 이번에 실리지 않은 발표문과 토론문은 다음 호에 실을 예정이지만 아직 출판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고, 연구발표회는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주관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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