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열사, 활동가 합동 추모미사 봉헌

11월 15일 서울 정동 작은형제회 수도원에서 천주교 열사와 활동가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권운상 요셉, 권종대 이시도르, 김태훈 다두, 박복실 요안나, 박승희 아가다, 서로베르또 신부, 신건수 분도, 유재관 루카, 이경심 세실리아, 이승삼 다윗, 이재호 스테파노, 이정순 카타리나, 이태춘 도밍고, 조성만 요셉, 최명아 마리아, 최옥란 세실리아, 최종만 도밍고, 최태욱 다태오, 한희철 귀리노, 백남기 임마누엘, 홍성훈 아우구스티노, 김효소 순이 루갈다, 박향아 율리아, 홍덕희 비오, 박주은 보나, 임경남 야고보, 신현정 엘리사벳, 최현희 도로테아, 장운석 시몬.”

11월 15일 서울 정동 작은형제회 성당에서 천주교 열사, 활동가를 기억하는 추모미사에서 29명의 이름이 불려졌다.

이들의 동료, 가족, 친구로 살았던 사제, 수도자, 신자 100여 명이 미사에 참석했으며, 올해는 지난해 이름을 올린 농민 백남기 임마누엘에 더해 천주교 활동가 9명의 영정과 이름이 더해졌다.

추모미사 준비위 김선실 상임대표(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는 1996년부터 추모미사를 지낸 지 20년이 넘으면서 가톨릭 신앙과 가르침에 따라 살다가 세상을 떠난 활동가들이 생겼고, 이들도 위령성월이라는 이 시기에 함께 기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열사추모미사에서 기억하는 홍성훈 아우구스티노(전 인천교구 정평위 부위원장,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 김효소 순이 루갈다(천주교 도시빈민운동 참여), 박향아 율리아(미리암이주여성센터 사무국장), 홍덕희 비오(애국크리스찬청년연합), 박주은 보나(애국크리스찬청년연합), 임경남 야고보(애국크리스찬청년연합), 신현정 엘리사벳(애국크리스찬청년연합), 최현희 도로테아(광주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장운석 시몬(서울대교구 청년연합회, 경실련) 등 9명은 죽기 전까지 각 단체와 지역, 교회 안팎에서 활동가로 살았던 이들로 각 단체의 추천을 받았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지도위원은 “이번에 처음으로 단체 추천을 받아 우선 9분의 활동가를 명단에 넣었다”며, “열사들과 각 단체별로 그 목적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동한 분들을 함께 추모한다면, 부문별로 실천하는 신앙인의 표양을 잘 보여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추모할 이들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열사, 활동가들의 가족, 동료들이 참석해 함께 기도했다.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이상윤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누구보다 처절하고 치열하게 시대를 걸어갔던 열사와 활동가들의 삶은 비열하고 비겁한 시대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며, 상처받고 찢긴 그리스도의 삶, 하느님나라를 품어 안은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과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가난한 이들과 착취당하는 노동, 평화를 외치면서 누군가를 적으로 삼아 갈등을 일으키는 권력이 있다”며, “열사들이 외쳤던 정의는 우리에게 강물처럼 흘러왔다. 하느님나라를 완성해 가는 우리의 사명은 그들의 외침이 우리 안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다짐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열사들의 가족도 참석했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가족을 기억하고 함께 기도해 준 이들에 감사한다”며, “가족을 잃었을 당시, 엄혹한 시절에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고통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 준 것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6년 남편을 잃은 권운상 열사의 부인은 “20년 동안 아이들이 자라 이제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바라보게 됐다”며, “지난 삶은 하느님의 은혜와 은총이었다. 남편이 남긴 작품을 다시 출판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열사와 활동가 합동 추모미사는 2016년까지 매년 5월에 봉헌됐지만, 지난해부터 전례력에 따라 위령성월인 11월로 옮겨 봉헌하고 있다.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남녀 수도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회원 단체 등 17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억하고 함께했던 이들의 영정 앞에 꽃을 두며 기도하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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