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제작 마무리

지난 일 년 동안 준비해 온 진보적 성서신학자 정양모 신부의 가르침을 담은 다큐멘터리 ‘오늘의 예수’ 제작이 경주와 안동 순례 여행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다큐멘터리에는 올 한 해 동안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 신부와 함께 순례 여행을 하면서 예수의 삶과 그리스도 신앙을 우리 역사와 오늘의 눈으로 재해석한 내용이 담겼다. 봄부터 시작된 순례 여행은 배론 성지, 천호 성지와 해미읍성, 절두산 성지를 거쳐 이번이 네 번째다.

영상 제작을 기획한 김원호 씨(알렉산델)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예수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분별해 내 이 시대에 진정한 교회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당에는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20-30대 젊은이들은 늘지 않는 현상을 극복하고 젊은이들이 성당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으로 신앙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에서 개방적, 진보적 성서학자로 평가받는 정 신부는 보수적 신학과 교리를 비판해 1990년대에 교황청과 한국 주교회의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제작 방향에 대해 김경선 방송작가는 “현대에서 예수를 어떤 방향으로 섬기고 우리가 어떤 신앙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란 물음이 영상의 방향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신자들만 아니라 비신자들도 잘 알 수 있게 역사와 신앙적인 면에서의 예수를 짚어 주는 내용이고 정 신부님의 재미있는 해석을 통해 호기심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양모 신부가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비천상 무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번 여행에서 참가자들은 경주 국립박물관 마당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과 석등, 망덕사지 등을 둘러보며 불교 유적지를 그리스도 신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정 신부의 설명을 들었다.

정 신부는 성덕대왕 신종에 새겨진 비천상의 휘날리는 옷자락 무늬에 대해 “공양 보살이 연꽃 방석에 무릎을 꿇고 분향을 하는데 정성이 지극했는지 몸에서 신령한 기운이 나와서 하늘로 치솟는 것”으로 “나부끼는 것이 옷이 아니고 신령한 기운”이라 풀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향기를 피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리스도의 냄새가 짙을수록 우리 몸에서 신령한 기운이 나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가난한 이가 정성으로 바치는 등불 하나가 부자가 정성 없이 바치는 등불 만 개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불교의 빈자일등(貧者一燈) 이야기와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는 똑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을 폭넓게 보는 눈이 필요하며, 시대와 환경, 문화가 달랐을 뿐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결국 같은 것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교회와 신앙도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해석하고 성찰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모 신부가 새롭게 해석한 비천상 무늬. ⓒ김수나 기자

여행 중에는 참가자들이 신앙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정 신부가 답하는 대담 자리도 마련됐는데 예수 박해의 이유, 유대인 학살, 제사 금지로 인한 천주교 박해, 열두 제자, 죽음과 부활, 삼위일체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 신부는 대담을 마무리하며 “예수는 인기가 있는데 교회는 왜 위기인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아무도 못 내리고 있다”면서 “아직 사제나 목사들이 사는 데 경제적 지장을 받지 않아서 성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한편, 이 전체 영상은 70분이지만 주제별로 10분씩 나눠 모두 7편으로 구성되며 유튜브 등 SNS에 공유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영상 작업은 다음 달 안에 마무리되며 시사회도 열 계획이다.

정양모 신부는 안동교구 원로사제다. 1935년에 태어나 1963년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70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스라엘의 도미니코회 성서연구소에서 연구했다. 1971-2001년 광주가톨릭대, 서강대, 성공회대 교수를 지냈다.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있는 석등 앞에서 설명하는 정양모 신부.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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