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과 순환 고민

천주교 주교들이 에너지 절약 방안을 고민하며 11월 8일 노원 제로에너지 실증단지와 노원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했다.

주교들이 한국사회의 각종 현안을 직접 살펴보는 '주교 현장체험' 프로그램으로서다.

이번 현장체험 장소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강우일 주교의 제안에 따라 선정됐으며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 제주교구 문창우 부교구장주교, 춘천교구 김운회 주교, 수원교구 이성효 보좌주교가 참석했고,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이재돈, 백종연 신부 등이 함께했다.

주교단이 찾은 노원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는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121세대가 거주하는 행복주택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5개 부분인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에 쓰이는 에너지양을 단지 안에서 생산되는 지열 및 태양열 에너지로 거의 충당한다.

특히 신혼부부와 고령자 중심으로 입주자를 모집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거 취약 계층에 녹색 건축물 우선 적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서울 노원 제로에너지 주택단지의 한 건물 벽에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돼 있다. ⓒ김수나 기자

지난 8월에 주택단지의 102동 건물이 공동주택으로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패시브하우스 인증은 독일의 민간연구소인 패시브하우스 연구소가 주는 것으로 이 연구소는 에너지 절약 건축물 분야의 국제적 권위 기관이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수동적 건축)는 냉, 난방 설비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건물 안팎의 열을 필요에 따라 모으거나 내뿜는 ‘열회수형 환기장치’만으로도 여름과 겨울에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단지는 외벽 단열재와 3중 유리창, 틈새바람을 막는 특수 테이프 등으로 철저히 단열해 겨울철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여름에는 바깥 열기를 차단해 에너지를 절감한다.

주교단은 에너지제로 체험주택에서 이 주택단지를 설계한 명지대 건축학 이명주 교수의 설명을 듣고 성당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 우리 실생활의 건축에 에너지 제로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이 에너지 제로 주택이라 하면 일반 공사보다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들 것이란 생각과 달리 일반 공사보다 최대 10-15퍼센트 정도 비용이 더 드는 정도라는 이 교수의 설명에 김희중 대주교는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친환경으로 짓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주 교수는 공사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대로 줄이기 위해 에너지원을 무엇으로 공급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는 동네 주민을 위한 도서관, 카페 등이 있고 비 오는 날에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넓은 지붕이 설치된 곳, 단지 안에 살지 않아도 단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울타리나 대문 없이 설계한 이동 통로, 주택단지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등을 살펴보았다.

일반 현관문과 단열 시공이 된 현관문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는 주교단. ⓒ김수나 기자

한편 에너지제로 주택단지 인근에 있는 노원자원회수시설도 둘러봤다. 이곳은 서울시내 6개 구에서 수거된 하루 250톤의 생활 쓰레기를 태워 열에너지를 얻는 시설로 22년 동안 가동돼 왔다.

이어 서울시 자원순환과 폐기물정책팀 최규동 팀장은 서울시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1회용 줄이기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최근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가 불거진 만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교단은 비닐 쓰레기 배출과 재활용, 카페의 일회용 컵 규제 범위 확대 방안, 환경 교육 이슈와 환경 감수성을 확대시키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최 팀장에게 질의하거나 제안했다.

특히 강우일 주교는 “제주도는 관광지라 아무리 카페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해도 쓰레기가 넘쳐난다”면서 “테이크아웃용 컵까지 금지시킬 수 있는지” 물으며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2014년부터 매년 현장 체험을 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인천 수도권 매립지, 8월에는 하나원을 방문한 바 있다.

노원 자원회수시설 안에 있는 쓰레기 저장소. 이곳에서 잘게 부순 뒤 소각로에서 태운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