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맞아

11월 18일 두 번째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서울대교구가 사전행사로 빈민과 이주민 단체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5일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염수정 추기경과 구요비 보좌주교, 유경촌 보좌주교, 정순택 보좌주교가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선비 성북 및 종로 주거복지센터장,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와 만났다. 이 자리에는 사회사목국장 황경원 신부, 부국장 이광휘 신부, 이주사목위원장 남창현 신부, 빈민사목위원회 이영우 신부도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이 지난해에 노숙자들을 직접 만난 것과 달리 활동가들을 만난 이유에 대해 이광휘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에서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이라며, “전문가를 통해 당사자 문제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까지 함께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선미 센터장과 이원호 연구원은 주거빈곤 실태를 설명하고,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정부나 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교회를 비롯한 다양한 민간 영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호 연구원은 특히 “교회가 가지고 있는 토지나 건물을 낮은 비용으로 공급하는 형태를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빈곤문제와 이를 발생시키는 구조에 대해 교회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히 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 1가구 1주택갖기 운동 등을 했지만 이는 캠페인 차원에서 머물 일이 아니다. 먼저 신앙인들이 이 운동을 이해하고 적극 참여하도록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이원호 씨는 또 용산참사 이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강제퇴거, 철거가 버젓이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하고, “교회가 당장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더라도,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며, 곧 다가오는 용산참사 10주기에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5일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주교들이 빈민, 이주민 단체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현진 기자

한편 이주민들을 위한 단체를 통해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조영관 변호사는 이주민들이 체류 기간, 이주 형태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유학생도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노동권은 물론 주거와 관련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 사회 제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런 문제를 위해 이주민들간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상담 사례에는 임금체불, 임대차보증금과 계약 문제, 장기 체류자의 비자 연장이나 결혼이주자의 가정문제 등으로 다양하다.

또 그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난민 심사 과정과 제도 등 법적으로 문제가 크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 인정율이 매우 낮고, 예멘 난민의 경우, 다른 나라가 100퍼센트 난민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한 명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민들의 불안정한 체류 현실, 이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설명하면서, “교회가 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와 끈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염수정 추기경은 빈민과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에 “답답하다”는 심경을 드러내면서, “무엇보다 교회가 직접 만나고 찾아다니면서 사회적 차원과 공동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최소한 서울 지역의 문제는 천만 인구가 함께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주택을 활용해 더불어 사는 방안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주교단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당일인 18일 각 본당 미사를 집전하며,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무엇인지 신자들에게 전하고 관심과 실천을 촉구할 예정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명동성당, 손희송 주교는 한강 성당, 유경촌 주교는 잠실 성당, 정순택 주교는 대림동 성당, 구요비 주교는 신수동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2018년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지역. ⓒ지금여기 자료사진

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은 각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또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도시락, 반찬 나눔이나 생활 필수품 지원, 주거환경 개선 활동, 주민센터와 연계한 관내 이웃 돕기, 독거 노인과 소외계층이 함께 하는 사랑의 고리 만들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저소득 가정 아동을 위한 학습 도움 지원, 사별 가족을 위한 정서 지원, 이주노동자 센터 및 상담실 지원, 원목봉사자 교육, 재활복지센터 가족프로그램, 자원봉사 활동” 등을 제안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11월 18일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 미사’에서 제안하면서 지난해부터 연중 33주일에 지내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담화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광범위한 부문에 빈곤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에 수동적이거나 체념해서는 안 되며,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갖고 모든 빈곤의 형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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