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 인터뷰

당사자 스스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자고 모인 이들이 있다. 최근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주인공인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그들이다.

2017년 6월 출범한 이 단체는 출산 여성의 경력 단절, 유아 보육과 교육의 공공성, 아동인권, 미세먼지, 유전자변형농산물, 비장애아와 장애아를 위한 통합교육, 성 평등, 페미니즘, 탈핵운동 등 엄마들의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

정치는 힘 있고 잘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공동대표를 만나 당사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들어 봤다.

장하나 공동대표는 제19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었고 현재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엄마들의 정치란 어떤 정치’일까란 물음에 그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애칭이 줄여서 ‘하마들’”이라며 “‘정치’, ‘엄마’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엄마들이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확신’이 하나 생겼다. 서민, 여성, 장애인 등 힘 없는 이들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사자들 또는 최소한 이들과 비슷하게라도 살아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구성을 보면 국회의원 300명 중 83퍼센트가 남성이고 평균연령이 55.5살, 평균재산은 41억이다. 그런 사람들이 엄마인 나를 대변할 수 없고, 대변하면 이상한 거다. 나도 41억 있는 사람을 대변 못한다. 모르니까.”

그는 우리가 정치인을 선택할 때도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을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서민의 삶을 안 살아 봤기 때문에 서민의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 못하는 것”이다.

선거에 돈이 많이 드는 탓에 자연히 부자들이 정치하기 쉽고, 엘리트 중심인 정당에서 공천 받기의 어려움까지 현실정치는 평범한 우리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실에서 그는 “현재 엘리트 정치가 대중을 대변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고 우리가 애먼 사람들을 뽑아 놓고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 ⓒ김수나 기자

장 대표는 문제를 함께 느끼고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도 물론 있지만 그들은 법이 통과되기까지 당사자만큼 애절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는 “입법도 투쟁”이라며 “당사자들만이 절실하게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리유치원 문제의 핵심을 원래는 공공영역에 있어야 할 교육을 시장에 맡겨 놓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민간에서는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으니까 하는 것이지 정말 공공성을 생각하고 일을 하지는 않는다. 교육뿐 아니라 복지 등 한국에는 민영화로 발생되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립 유치원 집단이 이익집단이 돼서 정관계 로비를 해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당국도 처음부터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도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학부모들이 밝히고 시민들이 분노하니까 움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치원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청 감사에 부모가 참여하는 방식과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하는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원장에게 늘 감사하고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는 주종관계가 지금의 이 지경을 만든 게 아닌가”라면서 “학부모는 운영에 있어서는 늘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따라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운영위 강화가 아니라 학부모회로 전환해 학부모들이 권한을 갖고 운영에 주체로서 고르게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유치원뿐만 아니라 학교로도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번 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할 때도 교육당국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책을 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정책을 입안할 때 당사자들이 참여해야 제일 내용이 좋아진다. 당국은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현장 상황을 공무원이나 원장들에게 보고 받는 것에 그치다 보니 현장을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내놓은 대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참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여 방법을 제안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정치하는 엄마들”이라 답했다.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개인적 문의를 요사이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했던 것처럼 정보공개청구도 하고 기사에 ‘좋아요’도 누르고 SNS로 중요한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하면서 “'정치하는 엄마들'에 연락 주시면 사회참여에 대한 컨설팅을 해 드리겠다”며 웃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회원은 돈만 내는 회원인 경우가 많고 활동은 활동가가 전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회원들이 돈만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없고 돈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 힘이 없지만 모여서 토론하고 공감대를 만들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양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똑같이 문제라고 동의하는 것이 있으면 구호가 생기고 그 구호를 여럿이 외치면 사회가 들어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하는 엄마들'처럼 “스스로 정치 세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이끌어서, 특정한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민을 지닌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주제와 싸움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이번 비리 유치원 문제로 지난 3주 동안 회원이 450명에서 1200여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절반이 회비를 내는 권리회원이고 나머지는 참여회원이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활용한 열린 운영회의 방식으로 46명 정도가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대화방은 언제나 열려 있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나누어 일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1년 동안 비리 유치원의 이름 공개를 요구하며 17개 시도교육청과 140개 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국무조정실과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비공개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낸 끝에 지난 7월 비리 유치원 명단을 얻어 내고, 이번 전국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내역 공개를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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