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바티칸에서 시성식, "중간치"가 아닌 성스러움을 향해야

바오로 6세 교황과 오스카르 로메로 주교를 시성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두 사람은 그리스도인들이 “중간치”를 택할 것이 아니라 성스러움을 향해, 때로는 자신의 안전을 걸고라도, 분투하는 소명을 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10월 14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광장에서 치러진 시성식에서는 두 사람을 비롯해 모두 7명이 성인품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사람의 마음은 “오직 한 주인에게만 매달릴 수 있으며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고 했다.

“하느님을 사랑하든지 아니면 세상의 보물을 사랑하든지 하게 된다. 사랑을 위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 살든지 하게 된다.” “주님의 사랑을 위해 언제든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하자. 부를 뒤로하고, 지위와 권력을 추구하는 욕망을 뒤로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먼저 바오로 6세에 대해 “그의 삶은 우리가 자신이 키잡이를 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더불어 우리의 공통된 소명, 즉 성스러워지라는 보편적 소명을 살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간치가 아니라 성스러움에 이르라는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바오로 6세(1963-78)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중 1963년에 교황이 되어, 공의회를 지속시키고 마무리지었으며 그 뒤 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회개혁을 이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로메로 주교에 대해, “그가 복음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가난한 이들 그리고 자신의 백성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세속적 안전, 심지어 자신의 안전까지 내버렸다”고 했다.

로메로 주교는 1977년에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대교구장으로 임명됐으며, 1980년에 군부독재정권이 살인과 납치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미사 중에 총에 맞아 죽었다. 그 뒤 엘살바도르는 12년에 걸친 내전을 겪었다.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 절차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에는 지지부진했다. 그의 저술과 강론에 해방신학의 영향이 엿보인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에게서 자신의 백성을 돌보는 주교의 모델을 보고 찬양했고, 2015년에는 그를 순교자로 선언하고 이어 그의 시복을 승인했다.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청원인인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는 로메로 대주교는 “어떠한 짐도 너무 무겁지 않고, 어떠한 장애도 너무 강하지 않다고, 예수의 이름으로 올바르게 행동하고 좋은 일을 계속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쳤고, 가르치고 있다”고 13일 트위터에 썼다.

두 사람과 이번에 같이 시성된 이들은 이탈리아인 사제 2명, 이탈리아인 평신도 청년 1명, 그리고 독일과 스페인에서 각기 여자수도회를 창립한 이 2명이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왼쪽)와 바오로 6세 교황을 시성했다. (사진 출처 = NCR)

시성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자신은 10계명을 다 따랐다면서 자기가 하늘나라에 들 수 있느냐고 예수님에게 물었던 부자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수는 그에게 그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대답했다. 이에 그 청년은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에” 떠나 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이야기에 대해, “그 청년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 즉 주고받는 이야기를 했지만 예수는 그에게 사랑의 이야기를 제안한다”면서, “예수는 그에게 율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선물로 주는 것으로, 자신을 위해 일하는 데서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으로 넘어가라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주님은 부와 빈곤의 이론들을 토론하지 않고, 삶의 문제로 곧바로 간다.”

“우리는 물건들을 무겁게 짊어진 채로는 예수를 진실로 따를 수 없다.” “우리 마음이 물건들로 가득 차 혼잡하면, 주님을 위한 공간이 없게 마련인데, 주님이야말로 (우리 마음속에) 여럿 중에 오직 하나이어야 할 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는 위험하고, - 예수님이 말하듯 – 심지어 구원을 어렵게도 만든다.” “하느님이 완고해서가 아니다. 아니다! 문제는 우리 쪽에 있다. 우리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너무 많이 원하기 때문에 우리 가슴이 꽉 막히고 우리가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바오로 6세 교황이 “바깥을 향한 교회, 멀리 떨어진 이들을 바라보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교회의 예언자”라고 했다.

이번 시성식은 지난 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청년을 주제로 한 세계 주교시노드(대의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주교시노드는 바오로 6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뒤 공의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 만든 제도로서, 전 세계의 주교 대표들이 2년마다 한 번씩 로마에 모여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토의하도록 했다.

바오로 6세는 또한 회칙 ‘인간생명’(Humanae Vitae)을 발표하여 산아제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산아제한 문제에 대해 연구하도록 자신이 위임한 한 위원회의 권고와는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로메로와 그란데: 길을 가는 동무들”의 저자인 피네다는 새로 성인이 된 로메로 대주교를 너무 받들어 모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것이 내게는 그의 삶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는 우리들 모두처럼 약하고 인간적 한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지속적인 소망이 있었다. 그의 삶에서 우리들 누구나 또한 위대한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북돋아 주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spirituality/sainting-romero-and-paul-vi-francis-says-no-half-measures-hol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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