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협동조합식 에너지 운동 필요

4-5일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마련한 ‘생태환경 활동가 연수’에 천주교 생태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모여 교구별 활동 상황을 나누고,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과 협동조합 방식, 한국 에너지 산업의 문제와 전망을 가늠해 보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주교회외와 각 교구 사제들과 대전, 서울, 수원, 안동, 의정부, 인천, 제주, 청주교구에서 생태환경 활동을 하는 평신도들이 함께했다. 

첫날 강의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상임이사는 “안전한 핵은 없기에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내야 하며,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을 중단할 것”을 에너지 전환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퍼센트와 신규 설비 95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 정책을 소개하며, 재원 마련이 쉽고 시민이 주도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소 건설에 적합한 협동조합 방식을 소개했다.

특히 그는 부안 핵폐기장 반대, 탈핵에너지 전환 운동, 지역별 에너지 전환 운동, 서울대교구와 서울시의 태양광 발전 업무협약 등 한국 천주교가 에너지 전환운동의 선두에 있었다고 평가하고, 종단 차원의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교구별, 성당별 태양광 발전소 추진, 기존 에너지협동조합과 연계를 제안했다.

교구별 활동나눔 때는 각 교구 담당사제와 본당의 생태환경 분과에서 활동하는 평신도들이 그간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대전교구 갈마동 성당 생태환경분과 한 회원은 “분과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태운동이라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분리수거나 일회용품 덜 쓰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 일상의 작은 것이라도 더 신경 써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마을 신자들은 “태양광 발전도 판넬 자체가 15-20년 수명이 다하면 쓰레기가 된다”면서 “대체에너지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가등 끄기, 밤에 냉온수기 꺼 두기, 에어컨 실외기에 천막 씌우기 등으로 전기를 아껴 쓰면 발전소도 적게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교구 환경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때 탈핵운동가들의 힘이 많이 빠졌고 최근에는 탈핵에 힘쓰기보다 에너지 전환 운동에만 매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예수회 조현철 신부도 “에너지 전환의 경제성과 가능성이 기존 발전보다 더 낫다는 논리는 어떻게든 핵과 석탄 발전 구조에 밀릴 수밖에 없고, 관료 출신 실무자가 산자부의 새 장관이 된 만큼 기존 에너지 산업계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되, 경제성 논리에 갇히지 말고 안전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핵과 석탄 발전이 중단돼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자”고 강조했다.

10월 4-5일 서울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제3회 생태환경 활동가 연수'에서 각 교구별 활동가들이 활동 경험을 나누었다. ⓒ김수나 기자

둘째 날 녹색드림협동조합 허인회 이사장의 강의에서는 일부 재벌 기업에 장악된 한국 에너지 산업의 현실과 태양광 발전의 전망을 살피고 교회가 나가야 할 길을 짚었다.

그에 따르면, 한국 에너지 시장은 연간 200조 규모에 달하며 에너지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재벌 대기업이 독과점한 상태로 여기서 나는 이익을 정치인과 관리들, 광고계와 언론에 돈, 밥, 술, 향응, 로비 등으로 제공한다.

한전은 평소에는 70퍼센트, 피크 때는 50퍼센트의 전기를 공급하는데 부족한 전기는 삼성, 포스코, SK가 운영하는 민간발전소에서 사 오며, 이 기업들은 석탄, 석유, 가스 수입 유통 및 발전소 건설 운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이어 그는 “3년 안에 태양광 발전이 핵 발전 생산 단가보다 일 년에 최소 5퍼센트 이상 낮아진다”면서 “핵 발전이 폐기물 처리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과 석탄 발전보다 태양광 발전이 5배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핵 발전보다 태양광 발전이 비싸다는 논리를 여전히 펼치는 이들이 많다면서 재벌에 점령당한 에너지 산업에 맞서 교회 공동체가 태양광 발전으로 경제력을 갖춘 조직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재벌 대기업에 장악된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깨 보기 위해 우리가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며 노력하고 있지만 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어 “예수께서는 바위보다 단단한 (세상의) 완고함을 보시고도 포기하지 않고, 그 세상을 향해 외치시고 제자들을 보냈다”면서 “예수와 제자들이 가는 길이 절대로 쉽지 않고 성공하리란 예측도 안 되지만 그럼에도 예수님은 더 근원적인 낙관론, 즉 하느님이 더 큰 사랑과 자비로 이 세상을 끝내 구하시고야 만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생태환경 활동가 연수’는 올해로 세 번째다. 첫날에는 ‘제13회 가톨릭환경상 시상식’도 열렸다.

생태건축과 태양광발전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며 공동체적 가치로 살아가는 충북 영동의 백화마을이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지붕을 흰색 페인트로 칠해 단열과 에너지 감소 효과를 주는 쿨루프(cool roof) 보급에 기여한 조윤석 십년후연구소장과 한쪽 다리가 불편한데도 분리수거와 봉사로 본당 공동체에 헌신한 원주교구 사직동 본당의 최덕일 씨(라자로)가 받았다. 

강우일 주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아도,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싸우신 예수의 모습에 의지하자"고 말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