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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만의 죽음, 평화의 주체를 호명한 선언조성만 30주기 추모 심포지엄

조성만(요셉) 30주기를 맞아 추모사업위원회가 기념 심포지엄을 열어, 그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평화의 영성을 읽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짚었다.

기조발제에는 심현주 박사(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가 “조성만의 통일염원, 평화영성으로 다시 읽다”를 주제로 나섰으며, 이대훈 교수(성공회대 평화학), 조영주 박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원영 박사(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경동현 실장(우리신학연구소)이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민중들에 대한 조성만의 사랑, 곧 평화의 영성”

먼저 심현주 박사는 조성만의 평화관은 “사람을 토대로 하면서 또한 사람을 목적으로 하는, ‘궁극적 인간해방’을 지향한다”며, “궁극적 인간해방이란 한마디로 사람을 사람답게, 곧 이 세상의 악한 관계로 굴절된 사람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성만 열사는 관계의 회복이 곧 구원이며, 자신이 신앙하는 대상에 대한 복종은 고난받는 나라와 민중에 대한 자발적 복종이고, 또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을 “분단된 한반도 민중들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의지를 뜨거운 사랑으로 표현함으로써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성만은 그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이바지하리라 믿고 기대했으며, 죽음의 얼굴에서 선한 싸움의 동지이자 길을 알아봤을 것이라며, “조성만의 죽음관은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려는 그의 인생관이자 영성”이라고 봤다.

그는 또한 조성만의 평화영성과 함께 만들어 갈 오늘날 한반도의 ‘평화의 기본원칙’은 “평화권을 기초로 하는 평화원리를 새롭게 구성하고, 국방을 민주주의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평화의 권리는 “전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실현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방지할 권리”로 설명하고, 이같은 평화권을 한국사회에서 수용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헌재 판결 결과”를 들었다.

또 “국방을 민주주의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 그는 “군대와 민주주의의 관련성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군대 영역 외에 시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군사력 확장, 한국군 해외 파병, 전쟁 참여 문제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심 박사는 “평화권를 기본으로 하는 평화관, 국방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두 제안은 평화를 통합적 관점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국제적, 국내적, 개인적 평화 범주의 통합이며, 앞으로 평화권에 대한 개념은 더욱 구체화되고 적용범위 또한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9월 8일 서울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조성만 30주기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현진 기자

평화, 상태나 가치가 아닌 구체적 과정과 그 주체 세우기로

이대훈 교수는 “조성만과 평화세우기”를 주제로 “어떤 가치나 상태, 지향점으로서 평화가 아닌, 평화를 이루는 과정과 누가 세울 것인가의 주체, 방법, 경로, 그 작용점”이라는 구체적 차원을 다뤘다.

이 교수는 ‘평화세우기’는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1992년 유엔 특별보고서에서 사용되면서 점차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평화세우기는 평화라는 지향보다 훨씬 폭넓게 폭력과 갈등을 예방하고, 중단시키고, 재발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 설계까지 포함하는, 관련된 모든 행동을 연속적이고 과정적으로 구상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평화세우기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처럼 폭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또 싸우지 않기로 약속한다고 평화가 자동적으로 도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신조처럼 강조한다”며, “평화세우기는 근본적으로 체제변혁적 과정이기 때문에 화해와 신뢰구축, 치유의 단계를 거치면서도 생태를 포함한 체제의 지속가능성, 사회 정의, 인권 보장, 시민사회 강화, 평화지향적 언론, 사회적 약자들의 권력형성을 분명한 과정의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과정의 목표가 구체적, 단계적으로 명료하면 각 과정을 수행할 행위자가 그만큼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가치와 마음의 문제로서 평화는 ‘착한 사람’을 강조하지만, 평화세우기로서 평화는 다양하고 많은 행위자와 각 행위자의 역량형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평화세우기와 조성만 열사의 삶, 죽음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제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그는 “조성만은 ‘제국적 질서 협약이라는 팍스(PAX)의 종말을 상징하며 그 예언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의 가능성 모델이기도 하다”며, “평화의 올림픽(88서울올림픽)을 통한 체제 경쟁과 내부 억압을 강화하는 권력 정치, 한미 관계의 권력 정치, 광주학살의 억압을 관통하는 패권국가의 문제는 조성만과 우리에게 주어진 팍스였으며, 조성만은 이 국제질서에 완전히 다른 방식과 문화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조성만의 기성세대에 대한 처절한 반항 선언은 결코 세대적 선언이 아니”라며, “청년, 여성, 소수자들이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나서도록 강조하는 것이 평화세우기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하위국가를 분열시키고 식민성을 지속시키며 사람들을 상호적대 또는 상호폭력적으로 만드는 패권 체제, 또 적대적 이분법 체제(분단체제)에서 “주권을 가장 전면적으로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청년, 여성, 소수자들이며, 기본권 박탈을 넘어 평화의 영역에서 가장 심각하게 주권을 박탈당하고 가장 비가시화되는 사람들의 존재가 바로 분단체제와 같은 폭력성 체제의 속성”이라고 했다.

그는 조성만은 바로 이에 대해 반란을 선언한 것이며, “이 점을 주권선언으로 읽는다. 패권의 폭력을 지적하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란을 청년들에게 촉구한 조성만은 새로운 행위자와 그 역할에 대해 하나의 매우 명쾌한 평화세우기 관점을 가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평화세우기의 관점에서 “지속적 평화를 위해서는 다면적, 다단계적으로 갈등 관리, 민 주도성, 민 주권, 일관성, 역량, 기구, 훈련, 대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 가운데서 특히 청년과 여성들이 평화와 안보 모든 영역과 결정과정에 참여해, 그 과정에서 주도성과 지도력, 책임성을 수행하고, 관련된 지식과 태도, 역량을 습득하며, 다양성과 소수자 존중, 폭력 민감성, 대화와 협력 파트너십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조성만을 다시 기억하고 특정한 관점으로 다시 이해하면서 “지금의 국가간 체제를 깊은 평화의 관점에서 그 폭력성을 알아차리고 분석해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팍스로마나의 긴 전통에서 해방되는 길을 기획해야 한다. 그 해방의 기획을 한반도에서 탈분단이라고 한다면, 탈분단의 지향, 과정, 일상의 탈분단, 체제변혁의 힘으로서 대화, 시민주권, 탈분단의 미래상 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탈분단을 위한 평화의 과제로, “평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실천(평화운동)이 보다 다양해지고 지역적으로도 확산되어야 하며, 정책적 전문성도 깊어질 것, 군사주의 문화의 평화적 문화 전환, 평화교육과 역량 연수, 군사안보정책과 그 사업에 대한 시민 발언권 강화와 제도적, 법적 정비, 군축을 위한 평화운동 확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안과 지역 군축운동, 동북아 평화 체제를 위한 비전과 운동, 평화외교에 기초한 새로운 외교 이념 개척, 평화사상과 평화학 등에 대한 연구와 전문적 논의 확대” 등을 들었다.

분단 상황에서 비롯되는 젠더 문제 바라봐야

조영주 박사는 젠더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의 상상력에 대해 말했다.

조 박사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1970년대부터 다양한 논의와 실천을 이어왔다며, 여성 평화운동 영역의 원폭피해자 지원과 반전반핵, 핵발전소 반대 운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기지촌 여성 문제, 일상적 군사주의와 구조적 폭력, 평화교육 등을 이끌고 참여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성들은 통일 담론과 관련해서도 비판하고 “통일 당위성의 근거인 민족동질성 회복에 문제제기하고, 분단 상황에 따른 여성 인권 침해와 피해에 관심을 뒀다”며, “통일이 반드시 여성의 인권과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분단이 복지나 주한미군 관련 문제를 가져오는 한편, 군사주의 문화의 확산과 가부장적 남성성의 강화 등으로 여성들이 이중적 피해를 받게 된다는 입장이다.

조 박사는 또 “여성들은 젠더가 사회질서를 조직하는 원리로서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유지, 재생산시키는 데 주요 원리로 작동했으며, 분단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젠더가 동원된 방식을 지적한다”며, “‘적’을 규정함으로서 유지되는 분단 체제에서 적과 적으로 인한 공포, 적대감은 결국 혐오를 양산하며, 일상적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 역시 분단으로 구성된 의식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담론과 정책, 운동을 여성의 입장에서 평화주의적 관점으로 평화담론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분단으로 인한 여러 폭력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장치들을 드러내고 이를 해체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분단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은 남북간 분단뿐 아니라 남한 내 분단과 갈등 그리고 평화와 인권, 젠더 감수성을 함께 작동시키는 것이라며, “평화는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것을 넘어 일상에서 관계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 수 있으며 나와 우리안에 내재된 폭력과 차별에 대한 감성,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천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고 조성만 30주기,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하여'를 주제로 봉헌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마친 뒤, 조성만이 떨어졌던 명동성당 교육관 옆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강한 기자

북미관계 개선, 가장 실질적 평화 정책

이원영 박사는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 속의 한반도 평화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북미관계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미국은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의 한 부분으로 북미 관계를 바라보고 미국과 중국 관계를 기본 축으로 북미 관계에 대한 정책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불안정한 정책 방향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세력전이를 저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이와 맞물려, “조중 동맹 약화” 수단으로서 북미 정상회담이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미 관계 개선은 미중 패권 경쟁의 차원에서 유용하지만, 무역 전쟁을 둘러싼 중국과 전면적 대립이 장기화되는 것은 미국에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지적하고, “일정 시간 뒤 미국과 중국 관계가 보다 유연해진다면, 미국 입장에서 북미 관계 개선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을 것이며, 북미 관계 개선은 시간적 제약을 갖는다”고 봤다.

그는 “북미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챡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북미 간 긴장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며, 한국만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 따라서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현 정부의 중재 노력은 한국의 핵심 이익을 위한 것이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해법 마련, 북한과 미국의 설득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만의 죽음, 순교

경동현 실장은 조성만 죽음의 순교적 의미에 대해 말하며, “조성만의 죽음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신앙에 따른 순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다.

경 실장은 조성만이 선택한 ‘자살’이라는 방식에도 “그가 남긴 유서에는 그의 희생이 신앙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민족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며 통일을 부르짖은 그의 희생을 한국사회는 고귀한 죽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도교회는 지금까지 조성만을 추모라기보다는 홀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의 경직된 자살금지 교리는 자살자를 추모 의례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가족의 재산을 몰수하는 관행을 수반하는 교회 폭력의 신학적 알리바이가 되었을뿐 아니라 자살이 일어나는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지 않고, 대중의 고통을 대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교회와 신학은 낡고 경직된 자살 교리의 옷을 벗고 사회를 직시하며, 자살을 이해함으로써 이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 실장은 조성만이 가톨릭교회의 통일과 평화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문정현, 문규현 두 신부가 통일, 평화운동에 뛰어든 출발점이 조성만이었으며, 조성만의 외침은 당시 한국사회와 정국 전반에 심대한 파장을 미쳤고, 평신도 통일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며, “통일지향적 민족교회운동의 맥락에서 조성만 이후 천주교운동은 해방 후 가장 큰 규모의 통일운동이자 평화운동이었으며, 이 운동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전개는 제도교회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분단의 책임을 북한 정권에 전가하거나 북한 신자들과 그들의 공동체를 무시하고 의심하는 등의 태도에서 “분단의 죄를 고백하고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태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경 소장은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존의 시복시성 요건에 순교와 영웅적 덕행에 더해 ‘목숨을 내어 놓는 것’을 추가한 것, 즉 남을 위해 희생한 의인도 성인으로 추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을 들었다.

그는 “교회는 사랑의 극한 행위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헌신하다 죽은 이도 공적으로 기억하고 공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며, “타인을 위한 희생 역시 거룩한 그리스도 신앙의 가치임을 인정하고 종교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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