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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각사의 일연 스님에게[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삼국유사 (사진 출처 = ko.m.wikipedia.org)

인각사의 일연 스님에게

- 닐숨 박춘식

 

인각사에 갔었던 날, 700여 년 시간을 넘어

일연 스님을 고이고이 만났습니다

삼국유사는 ‘한반도 창세기’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윽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제가

작금의 ‘한반도 탈출기’를 적어 주시기를 청하자

올 것이 왔구나, 하시는 듯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가까이 또 멀리서 엿보는 오랑캐들에게

홍익이념을 한껏 높여 주시기를 간청했습니다

출신 종교 계층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 겨레로,

천리만리에서도 보이는 솟대로, 다시는 셋이나

둘로 갈라지지 않는 겨레로 밝혀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주 하늘의 하느님,

비참하게 된 저희 겨레에게 자비를 베푸소서”(유딧기 6,19)

 

기린 뿔 같은 큰 바위가 솟구쳤던 그날

한반도 산천이 주님의 큰 축복으로 느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9월 10일 월요일)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같은 내용도 있지만 다른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두 권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니까, 어느 유명한 학자는 서슴지 않고 ‘삼국유사’를 손에 들고 이 책이 몇 배로 좋다고 말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인각사의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을이라는 자랑을 합니다. 문화사에 관심이 깊은 분은, 특히 구비문학을 연구하는 분은, 삼국유사의 존재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 피부로 느끼시리라 여깁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민족이든 민족의 기원을 신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연 스님께서 단군에 대한 글을 적어 후대에 전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분은 큰 스님 큰 학자 큰 문학가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님의 시간 700년 후, 지금의 한반도 우리는, 민족의 뿌리 그리고 민족의 혼을 다시금 정리 쇄신하면서, 이념 고향 종교 출신 등을 큰 품으로 만들어 세계의 본보기가 되어야 함을 다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 상상해 봅니다. 어느 종교의 신앙이든, 믿는 이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기도부터 끈질기게 바쳐야 한다는 절박한 의무감을 깊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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