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공정무역연합’, ‘공정무역가게 울림’의 박창순 대표

공정무역은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자유무역 구조에서 정의로운 무역을 통해 세계가 더불어 살아가고, 윤리적인 소비로 가난한 생산자들의 노동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일상의 삶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굴이 보이고 이야기가’ 있는 공정무역 가게 ‘울림’의 박창순 대표를 만났습니다. 

▲ ‘공정무역가게 울림’의 박창순 대표     (사진제공 /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

-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2005년 8월, EBS에서 27년 동안 PD로 일하다 퇴직하고 우연히 공정무역에 대해 알게 되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거래>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는데, 광주방송과 서울 MBC에서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때 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공정무역에 대한 자료조사도 하고, 현장 취재도 하고, 사람도 만나면서 공정무역에 자세히 알게 됐고 공정무역이야말로 오늘날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인류가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제3세계의 빈곤문제, 지구온난화의 기후변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자유무역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 자본가들은 이익 창출을 위해 제3세계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이어지고 필연적으로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지요. 헬기로 뿌린 농약과 비료들로 훼손된 땅과 오염된 물에 의해 생산된 것들이 사람 몸에 좋을 리 없겠고요.

그에 반해 공정무역에서는 80% 이상이 소규모 농부들에 의해 재배되기에 대규모 농업에서 사용하듯 농약이나 비료를 뿌릴 수도 없고, 환경을 훼손시킬 염려도 없습니다. 결국 공정무역이 자연과 사람을 다 살릴 수 있는 대안 경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회성 방송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정무역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나요?

세계적으로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는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가치, 의미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공정무역 가게 ‘울림’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2006년에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을 한 후, 2007년에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공정무역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동시에 사무실에서 정기적인 스터디모임을 가졌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모였는데 함께 공부도 하고, 공개 워크숍도 개최하면서 공정무역에 대해 알리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했습니다.

공정무역은 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야 합니다. 그런데 공정무역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할 물건이 극히 제한적이라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때마다 아동노동 문제가 불거진 축구공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아동 노동을 하지 않고, 근로자는 작업환경이 좋은 곳에서 일하며, 임금도 적정하게 받고 생산된 공정무역 인증 축구공을 파키스탄에서 수입했습니다.

또 아동노동의 산물이라고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는 제품 가운데 초콜릿이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연인, 친구, 가족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데 그런 초콜릿에 아동들의 눈물과 한숨이 배어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싶어 2008년 2월에는 아동노동을 하지 않고 사람 몸에 해로운 물질이 섞이지 않은 유기농 공정무역 인증 초콜릿을 수입해서 판매했습니다. 물론 시중에 나와 있는 게 다 아동노동에 의한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어디서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없잖아요. 그때 김미화 씨, 정지영 감독 등 많은 방송인들이 홍보에 참여해주셔서 캠페인이 잘 되었습니다. 올 2월에도 주간잡지 <한겨레 21>과 인터넷 서점 ‘예스 24’와 함께 착한 초콜릿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한겨레21>에서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에 대한 기사를 내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어 공정무역 초콜릿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울림’에서 다루는 물품의 종류는 얼마나 되나요?

(사진제공 /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
공정무역의 가장 대표적인 물품인 커피와 코코아, 설탕을 포함해 화장품, 초콜릿, 파스타, 캘로그와 비슷한 것으로 튀기지 않고 자연곡물을 그대로 누른 것 등 약 30여가지가 있습니다. 모두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공정무역에는 제품 생산지의 기준이 있습니다. 즉, ‘아동노동, 환경훼손, 남녀차별, 강제노동’을 하지 않아야 하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국제 공정무역 인증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서 그 검증 기준에 충족한 생산물을 공정무역 회사에서 구매해 물품으로 제작하는 거죠. 생산, 제조, 유통까지 투명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정무역 하면,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 물품처럼 생각됩니다. 실제로도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많은 무역 교역량을 차지하지만 정작 생산자들 대부분이 소규모 농부들이라 국제 시세를 모릅니다. 국제 시세가 미국 뉴욕 C-마켓에서 선물 거래로 돈 가진 이들이 정하니 알기도 어렵구요. 또 지리적으로도 오지에 있기에 생산물의 운송도 어렵죠. 그래서 중간 매집상이 끼게 되는데 그들을 ‘코요테(승냥이)’라고 합니다. 코요테들은 농부들이 정보에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제대로 된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저울도 눈속임합니다. 그리곤 중간 도매상에 팔아넘기니 코요테, 중간 상인, 공장, 판매회사는 돈을 많이 버는데. 실제 생산자들은 하루 1달러도 못 받는 현실이 된 거죠.

이렇게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빚에 허덕이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시민운동가들이 현지에 들어가 농부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들에게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을 한 다음 그 생산물들을 유럽에 팔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정무역은 개인과 지역 모두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던데요.

공정무역의 핵심은 ‘최소 가격과 사회적 프리미엄(일종의 장려금)’입니다. ‘최소가격’이란 국제 농산물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혹 폭락하더라도 생산비, 기본생활비를 산출해서 생산자들과 구매자들 협의에 의해 정해진 가격인데, 항상 그 이상을 지급합니다. 생산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져도 빚을 지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사회적 프리미엄’은 공정무역 회사에서 협동조합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조합에서는 이걸 모아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 제3세계의 낙후한 지역에는 물이 없고, 있어도 위생에 문제가 있어서 우물을 많이 설치합니다. 그 외에도 진료소와 교실, 도로 등을 만듭니다. 일반 국가에서는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하는 것들이지요. 그렇게 공정무역을 통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농부나 생산자들이 150만명, 가족들까지 하면 약 750만명 정도가 됩니다. 

-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네요. 물품 중에 영국 트레이드크라프트사에서 생산된 것이 많은데요,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영국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회사입니다. 30년 전인 1979년 기독교계 재단에서 ‘무역을 통해서 제3세계 빈곤과 싸우겠다’며 제3세계 생산자들을 지원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에는 성공한 공정무역 회사들이 여러 곳 있는데 영국에서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공정무역 물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다루는 곳은 얼마나 되나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커피를 판매하고, 여성 환경연대에서 아시아 여성들의 삶과 지위향상을 위해 ‘페어트레이드코리아’라는 회사를 설립해 의류, 생활용품들을 수입해 팔고 있어요. 두레 생협 연합회에서는 필리핀의 마스코바 설탕, 팔레스타인의 올리브유 등을 수입하고, 아이쿱 등에서 설탕과 커피를 판매합니다.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유기농 물품 구입율이 높아졌어요. 유기농 업체들과 연계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저희야 연계하고 싶지요. 하지만 공정무역에 대해 정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생협도 있어요. 그런 생협은 대부분 ‘지역순환의 삶’을 지향하기에 그 지역에서 나오는 물품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걸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설탕 같은 건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구입하는 거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탕 소비가 많은데, 아쉬운 면이네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요?

소비자들 반응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밸런타인데이 같은 특정 시기나 언론 보도시에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지나면 멀어지는 것의 반복입니다. 기본적으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니까 언론 등에서 이야기를 듣고 한두 번 구매하다가 잊어버리는 것이죠.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은 초콜릿이구요.

(사진제공 /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
-공정무역에 대한 종교계의 참여는 어떤가요?

공정무역이 활발한 영국을 예로 들어보면, 영국과 웨일즈 지역에 기반을 두고 국제개발을 목표로 활동하는 가톨릭 NGO단체인 카포드(Catholic Agency for Overseas Development), Catholic Relief Services와 개신교의 크리스찬 에이드(Christian Aid), 옥스팜(Oxfam), 트레이드 크라프트(Traidcraft)를 비롯해 성공회와 루터란교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의 정홍규 신부님이 대표로 계시는 대구푸른평화생협에서 저희 초콜릿을 가져다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 신부님은 수녀원 등에서 강의를 하실 때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역설하신다고 해요. 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수녀님이 전화를 주신 적도 있죠.

-경영상태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또 수입품들이라 세금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면세가 될 방법은 없을까요?

가게를 연 후, 지금까지 적자입니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전혀 공정하지 않은 곳이지요. 면세야, 되면 정말 좋겠지요.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면 좋은데 정부 차원에서 그런 쪽의 마인드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면세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역시 국제사회에 의무가 있으니, 후진국에 대한 지원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도 못하는 것 같구요.

-공정무역을 지원보다는 자선이나 원조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떻게 다른가요?

공정무역이 시작되게 된 계기와도 상관이 있는 이야기인데, 세계은행이라든가 유엔단체에서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원해도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 돈들이 실제 소규모 농부들에게는 가지 않기 때문이죠. 또 원조라는 게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공평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받는 쪽은 아무래도 수용적인 입장이 되고, 또 받을수록 자꾸 의탁하게 되구요. 그런 면에서 공정무역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주기만 하면 되고, 그렇게만 해도 그 사람들이 살 수 있고, 그래서 스스로 자립하는데 쓰게 되구요. 원조하고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정부 자체에서 공정무역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소비자들, 또 저희 독자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공정무역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나 교육자들이 볼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준비하고, 시민 대상의 공개강좌도 개최하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고, 입고, 쓰는 물품들이 어디서 생산되고 소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는 일을 해나갈 것입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이왕 하는 소비,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면서 내 소비행위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모이면 강해질 수 있으니, 그런 소비자의 강한 힘을 올바로 행사하는 것이지요. 싼 가격만 보고 제품을 구입하다보니, 중국에서 들여오는 가짜 혹은 불량식품 등 부작용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이것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에 의해 생산되고 이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념이나 사상을 심기 위한 봉사나 원조가 아닌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정당한 거래를 하는 공정무역, 조금의 비굴함이나 신세지는 미안함 없이 서로 당당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시고, 새롭고 필요한 말씀들을 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 이 글은 주간 잡지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에도 실렸습니다.

김옥자(우리신학연구소에서 펴내는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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