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 종교성이 강해졌는가?②

인구센서스의 성별·연령별 천주교 신자수 증가를 비교해 보면, 남녀 모두 40~50대 천주교 신자가 크게 늘었다. 남성은 50대 이후로, 여성은 40대부터 1995년보다 신자수가 2배 이상 늘었다. 20대도 크게 늘었는데, 특히 남성의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다.

[표 ] 성별·연령별 천주교 신자수 (단위 : 명 / 자료 : 통계청 인구센서스 2005년)

교세통계를 살펴보면 20대 남성 신자의 증가는 군종교구 새 영세자 증가추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군종교구는 1995년 당시 성인세례자수가 2,908명이었으나, 2005년에는 24,929명으로 10년 사이 거의 10배에 가깝게 증가했다. 군 세례자는 계속 꾸준한 증가세였으나, 1999년 현 교구장이 부임하면서 그 증가세가 가파르게 뛰었다.

2005년말 현재 군종교구 성인세례자의 97.3%가 20대 남성이다. 2000년 이후로 매년 1만 5천명 이상의 20대 남성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다. 2005년 이후에는 매년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 20대 남성이 2만 명을 넘어 2만 5천 명이 훌쩍 넘고 있다. 1995년~2005년 사이 군종교구 성인세례자가 145,941명인데 이중 약 90%만 20대라고 추산해도 약 13만 명의 20대 남성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셈이다. 황금어장이라는 군대에서 그야말로 20대 남성들을 한꺼번에 낚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림 ] 군종교구 세례자수 변화추이 (자료 :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군종사목을 통해 20대 남성신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올해 봄에 군대에서 제대를 한 20대 남성 신자 조 바오로(25세)씨에게 군대에서의 신앙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는 유아세례는 받았으나 성당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군대에 갔다. 훈련소에서 기본군사훈련을 받을 때는 종교참석이 의무인지라 천주교, 불교, 개신교 중에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여야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세례도 받았고, 가족들도 모두 천주교 신자라서 천주교에 참석했다.

훈련소에서는 비신자이거나 3대 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종교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데, 상당수가 선물과 맛있는 음식을 많이 제공하는 개신교에 참석하였다. 불교나 천주교는 원래 신자이거나 가족들이 신자라서 참석하는 이들, 또 대체로 종교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강요를 싫어하는 이들이 주로 참석하였다.

천주교는 밖에서의 이미지처럼 군대에서도 강요하지 않는 이미지라서 그런 점에 끌리는 이들이 많았다. 훈련소에서는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신앙이 크게 의지가 되었고, 비신자 중 천주교에 참석하는 이들도 주로 훈련소에서 단체로 세례를 받았다. 열심히 천주교 미사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 일부는 활동은 해도 군대에서 세례받으려 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군대에서는 아무래도 대부 정하기도 쉽지 않고 여러 모로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제대 후 사회생활 속에서 세례를 받고 싶어했다.

나는 자대 배치 후에도 성당에 나가서 성가대 활동도 하고 견진성사도 받았으며, 입대 전과 달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다. 어머니가 본당에 군대주소를 등록하여, 본당에서는 매주 주보도 보내주고 성탄 때 선물도 보내주며 계속 관심을 가져줬다. 본당에서 어머니들끼리 군대 간 아들 얘기를 하다가, 아직 세례를 안 받은 아들이 마침 나와 같은 부대에 있는 것을 알고 주선하셔서 그 친구가 세례받도록 도와주고 대부도 섰다. 그러나 그렇게 군대에서 세례받은 그 친구는 군대 미사에서도 잘 볼 수 없었고, 제대 후에도 한 번도 본당에서 못 만났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의 상당수가 자대배치 후에는 신앙활동이 의무가 아니고 몸도 피곤하니 미사에 안나왔다. 솔직히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의 상당수는 세례받으면 선물을 받고 먹는 것 때문에 세례를 받았다고 생각된다. 사실 제대 후 요즘엔 나도 성당에 겨우 주일미사만 가고 있다. 제대도 했으니 이제 공부도 제대로 해야 하고, 취업 준비 등으로 부담이 커서 군대에서처럼 어떤 활동을 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난다. 요샌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그나마 주일미사도 빠졌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미사에는 나가겠지만, 활동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군대에서 천주교가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평생 한 번도 천주교를 접해 볼 수 없을 이들에게 천주교를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다고, 이후에도 신자생활을 계속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개인의 경험이기는 하지만, 현재 군종사목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군종교구에서는 6주간의 짧은 군사훈련 기간 동안, 대부분의 세례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훈련소인 논산훈련소 연무대 성당의 경우, 매주 300여 명이 세례를 받아 연간 1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평화신문 2008년 4월 27일자 기사).

특수한 상황에서 천주교를 접하고, 또 몇 주 만에 세례까지 받게 되는 20대 남성들은 이후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군종교구 홈페이지 세례기록 및 교적 Q & A 게시판을 보면, 세례증명서를 요청하면서 자신의 세례명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이들은 대체로 훈련소 성당에서 세례받았다. 군종교구의 급성장과 함께 늘어난 한국 천주교회 20대 청년 남성 신자의 놀라운 증가를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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