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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노모는 늘 무화과나무를 심고 싶어 하셨습니다. 성서에 무화과나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삼랑진에 있을 때, 몇 그루 무화과나무를 심었지만,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었지요.

안해의 공부방에 제주도에서 분양받은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걱정했던 겨울은 잘 이겨냈지만, 두 해가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꽃밭에 그늘만 드리운 무화과나무는 아무 쓸모가 없는 미운 오리새끼 같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제법 큼직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하나를 따다가 먹었습니다.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요. 너무 잘 익은 열매는 개미와 새들의 몫이었습니다. 맛있는 것은 어찌도 잘 아는지 개미가 줄을 이어 달려듭니다. 개미와 새들이 파먹던 것을 따서 안해에게 드렸습니다. “꿀맛이다”라며 좋아하시더군요.

잘 익은 무화과 열매 몇 개를 그릇에 담았습니다. 이제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노모에게 무화과나무에 얽힌 어머니의 사연을 들려드리며 무화과 맛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근심 어린 소식에도 익어 가는 무화과를 바라보며 노모를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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