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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인 생태도로는 세상에 없다[시사비평 - 박병상]

듣다, 듣다, 생태도로가 있다는 말, 처음 들었다. 생태도로? 생태찌개를 먹으며 지나가는 도로란 뜻인가? 그렇다면 모를까,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생태를 붙이다니. 더구나 아스팔트 도로에. 그것도 4차선으로 확장한 직선 도로에. 그 도로가 생물다양성 확장에 기여하기라도 한다는 겐가?

환경에 이어 생태란 말까지 식상할 만큼 오염된 세상이지만 아스팔트 도로는 본디 생태적일 수 없다. 삼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비자림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식재된 삼나무들을 무자비하게, 느닷없이 잘라내다 환경단체의 항의와 저항으로 벌목을 중단한 제주도 당국은 잠시 숨을 고른다. 원희룡 도지사가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 구체적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가져야겠지.

강원도에 그리 흔하던 하늘다람쥐가 요즘 드물어졌다. 1960년대였다. 송도유원지를 바라보는 작은 산, 해발 172미터인 청량산에 소풍을 간 초등학생, 당시 국민학생들은 하늘다람쥐 다리에 실을 묶고 가엾은 생명을 괴롭힌 적 있었다. 한데, 최근 월악산국립공원 관계자는 3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2015년 이른 봄의 일이다. 지금 월악산에 가면 하늘다람쥐를 만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데, 인적이 드문 강원도 숲을 열흘 정도 돌아다니면 한 가족을 만날 수 있으리라 전무 학자는 기대한다. 왜 그리 사라졌을까?

학교 운동장에 여름철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가정해 보자. 비가 내릴 때 가득 고인 빗물은 소나기가 그치면 햇볕에 마르면서 넓은 운동장 한두 군데 남다 이내 사라진다. 지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하늘다람쥐의 신세가 그렇다. 대도시 근교의 작은 산에서 쉽게 만나던 하늘다람쥐는 국립공원에 몸을 드러내기만 해도 난리가 날 정도로 희귀해졌다. 구체적 원인은 체계적 연구로 밝혀야겠지만 학자들은 아스팔트 도로를 의심한다.

강원도는 2012년 현재, 49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중이고 14군데는 건설 중이었다. 회원제든 대중 골프장이든, 그 면적은 상당하다. 하늘다람쥐의 서식처를 드넓게 차지하며 번식을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골프장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다. 인간이 서성이는 골프장뿐 아니라 기름과 화장품 냄새가 진동하고 전조등이 번득이는 아스팔트 도로를 하늘다람쥐는 여간해서 접근하지 않는다. 먹이나 짝을 찾아 어쩔 수 없어 건너다 로드킬당한 동료의 사체를 보았다면 더욱 진저리 칠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 (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한민국은 국토에 비해 고속도로가 반생태적으로 밀집된 국가 중에 으뜸이다. 고속도로를 비웃는 고속화도로는 마을을 끊어 살갑게 지내던 이웃의 발길을 차단했을 뿐 아니라 마실 가는 노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생태계를 끊은 아스팔트 도로에 거침없는 속도를 과시하는 자동차들은 얼마나 많은 자연의 이웃을 처참하게 로드킬당하게 만들었던가. 그런데 아스팔트 도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든다고? 원희룡 도지사는 전능한가? 대형 보로 틀어막아 4대강을 생태적으로 만들겠다는 어떤 장로처럼, 하느님을 코스프레하겠다는 걸까?

제주도에 하늘다람쥐는 원래 분포하지 않지만 KTX 천성산 구간의 터널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율 스님이 사진으로 보여 주던 꼬리치레도롱뇽은 분포할까? 알 수 없는데, 산간 계곡에 분포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은 여간 희귀해진 게 아니다.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다. 산간 생태계를 휘저으며 가르는 임도(林道) 때문이다. 대부분의 임도는 트럭이 겨우 지날 정도의 흙길이거나 시멘트 도로인데 꼬리치레도롱뇽은 자취를 감췄다. 도로 공사 중에 계곡으로 흘러든 토사가 그리 만들었는데, 비자림로가 감히 생태도로를 참칭할 수 있나?

2017년 현재 40여 곳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는 제주도 중산간은 시방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골프장을 잇는 아스팔트 도로만이 아니다. 밀려드는 관광객을 위한 기존 도로는 얼마나 직선으로 확장되었던가. 그 도로가 마을과 생태계의 연결이 끊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적지 않지만, 제주도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제주도의 경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도 무디게 만든다. 속력에 비례해 운전자와 탑승자는 주변의 경관에 눈을 둘 여유를 갖지 못하지 않던가.

제주도 주민과 관광객의 시선으로 비자림로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하지만 생태적 도로는 분명히 아니다. 고유수종이 아닌 삼나무가 기존 생태계를 밀어낸 자리를 빼곡하게 차지했고 그 숲을 가르는 도로가 직선이며 아스팔트가 아닌가. 다녀간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칭송하며 다시 찾기를 바란다면, 도지사는 직선 도로에 이골이 난 건설업자가 아니라 제주도 생태계에 가슴 벅차 하는 주민과 논의하며 복원을 고민해야 한다. 잘라낸 삼나무의 무참함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난폭한 개발은 반복되지 않겠지.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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