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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퀘어', 저항하는 척, 정의인 척하는 위선에 대한 풍자[주말영화 - 정민아]
'더 스퀘어', 루벤 외스틀룬드, 2018. (포스터 제공 = 아이 엠)

‘더 스퀘어’라는 형광색 선으로 바깥과 구분되는 사각형 공간 안에 들어서면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고 정해진다. 이 공간은 신뢰와 배려의 공간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더 스퀘어’는 스웨덴의 반달로룸 디자인 미술관 광장에 실제로 설치된 조형물로, 이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루벤 외스틀룬드는 이를 영화로도 만들었다. 그게 바로 영화 ‘더 스퀘어’이고,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스웨덴 영화라고 하니, 어째 좀 지루하고 우울하고 그런 영화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 면도 분명 있지만, 칸 영화제 그랑프리작은 그 당시 세계영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잘 짚어 주곤 한다. 예를 들어, 1993년 ‘패왕별희’와 ‘피아노’의 공동 수상은 중국문화의 힘과 페미니즘 문화운동에 대한 승인이었고, 1994년 신예였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은 인디영화의 거대한 물결을 예고했으며, 2004년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911’의 수상은 미국의 극단적 보수주의와 전쟁 피바람에 대한 진보적 영화인들의 저항 같은 것이었다.

사회성과 예술적 도전정신에 대한 특별한 기호를 보여 주었던 칸의 선택에 대해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라고 패싱할 것이 아니라 어떤 새로움을 영화가 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또 다른 영화감상의 재미를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영화의 사회적, 예술적 기능에 대한 즐거운 고민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서너 편이 압도하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서 다양한 영화를 접하며 지적인 호기심을 채울 수도 있다.

상영시간이 꽤 길다. 영화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2시간 30분 동안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며칠간 점입가경의 사건들을 겪는데, 이 사건들은 점점 더 강해져서 주인공을 멘붕에 빠뜨린다. 각 사건들은 예술, 미디어, 지식인, 다문화, 고급문화, 양극화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상징적인 기능들을 한다. 영화는 빼곡히 늘어선 사건들의 연쇄로 지루할 틈이 없으며, 또 간간이 웃겨 주기도 한다.

'더 스퀘어'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아이 엠)

‘더 스퀘어’라는 새로운 전시를 앞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은 이동 중 ‘도와주세요’라는 외침을 멀리서 듣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무심히 각자 갈 길을 간다. 그가 계속되는 외침에 되돌아보며 관심을 가질 때 옆에 있는 한 남자도 동참하여 위기에 빠진 여자를 구하고, 크리스티안은 뿌듯해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간다. 그러나 이 해프닝은 크리스티안을 위기로 몰아간다. 플롯은 두 가지 줄기로 나누어 진행되며 한데 만난다. 그 두 가지는 새로운 전시의 진행과 크리스티안이 가족이나 이웃 사이에서 겪는 위기인데, 이 둘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엉망진창이 되어 간다.

핵심 화두는 다른 방관자가 있을 때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적어지는 사회적 현상인 ‘방관자 효과’,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으로 행해지는 위선적 행동이다. 난민과 이민자 문제로 심각해진 유럽 선진국 사회의 분위기를 북구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시각적 구성, 내면을 파고드는 사운드의 향연, 그리고 다채로운 예술품 안에서 만나게 된다.

익명성 뒤에 숨어 자신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고자 했지만 엉뚱한 피해자를 낳고 만 소매치기 사건은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곧 크리스티안의 이주민 소년에 대한 편견과 불관용을 확인하게 한다. 식민지를 경험했던 아시아 관객으로서 필자는 처음에는 좌충우돌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에 동화되다가, 초기 감정은 이내 분노로 변하고, 그리고 결국에는 반성하는 그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부의 양극화로 겪고 있는 각종 충돌이 상징 언어로 매우 잘 표현된 영화로, 우리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남 일 같지 않다. 고급예술 종사자들로 구성된 상류층 인사들의 전시 오픈 만찬장에서 벌어지는 길게 이어지는 퍼포먼스는 ‘방관자 효과’라는 심리적 기제에 대한 섬뜩한 깨달음을 준다. 거기에 예술세계에서 한껏 부풀려지는 ‘정치적 올바름’이 현실로 넘어왔을 때, 지식인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위선적이 되는지에 대해 꼬집는다. 이래저래 곱씹어 볼 게 많은 영화다.

'더 스퀘어'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아이 엠)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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