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뒤엉킨 교실, 지쳐가는 아이들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18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7월에는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필리핀 네그로스지역 시불란지구 아동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수업에 집중하고 싶은데 소음 때문에 힘들어요”

“이게 뭘까요?” 1학년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한 학생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반친구들이 까르륵~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아직은 저학년이다 보니 산만하거나 소란스러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칠판을 가운데 두고 수업하는 4학년 교실에 이런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수업을 하던 교사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집니다. 학생들은 소음을 피해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보지만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종일 교실 안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는 소음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청각이 예민한 학생들은 귀 통증과 두통을 겪기도 합니다.

1학년과 4학년이 한 교실 안에서 동시에 수업하고 있다. ⓒ한국희망재단

교실 부족으로 칠판을 가운데 두고 수업하는 학생들

한국희망재단 사업지가 있는 필리핀 네그로스 오리엔탈 사블란 지구에는 칸탈라완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학교는 2004년 작은 성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1학년 기초교육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되어 2008년 아담한 1층 건물을 지은 뒤 정식 초등학교 허가를 얻어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30명으로 시작한 학교는 현재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77명이 재학 중입니다.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을 수용할 만한 교실이 부족한 것입니다. 고육지책으로 교사들은 이동식 칠판을 파티션 삼아 한 교실에 1학년과 4학년, 2학년과 5학년, 3학년과 6학년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 설명과 학생들의 소음들이 뒤엉키는 데다 그 소리가 메아리로 증폭돼 수업이 온전히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은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업 집중력 하락, 귀 통증과 두통, 높은 습도에서 과밀 학급으로 인한 위생문제 등 고통과 불편을 호소합니다.

2학년과 5학년 학생들의 수업 모습. ⓒ한국희망재단

교실 부족으로 학교 입학조차 힘든 학생들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나마 등교할 수 있는 학생들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칸탈라완 초등학교와 가까운 마닝커우 마을과 캔살링 마을에는 현재 초등교육이 필요한 아동이 200여 명이나 있지만 교실이 없어 추가 입학이나 전학이 힘들어 100명 넘게 학교 등록을 미루고 있습니다.

입학을 못한 학생들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를 돕거나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 다수가 문맹입니다. 기초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면 많은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린 채 부모의 문맹과 가난을 대물림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마을학교로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들, “위험하고 힘들어 학교를 중퇴해요”

일부 아이들은 마을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학교까지 걸어서 원거리 통학하고 있습니다. 보통 대중교통 수단인 하발하발이라 불리는 오토바이택시를 이용하는데 생활고를 겪는 부모들에게 매일 왕복 60페소의 교통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까지 왕복 10킬로미터를 걷습니다. 건기에는 땡볕에, 우기에는 빗속을 뚫고 하루 왕복 3시간 넘게 걸어야 하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외진 길도 많고 차량이 거칠게 오가는 길을 초등생들이 장시간 걷는 건 사고 위험이 너무 큽니다. 등굣길이 멀다 보니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오면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경우가 잦아, 학업을 끝까지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이 거의 드물다고 합니다.

80여 명의 학생들이 쓰는 유일한 화장실. ⓒ한국희망재단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유일한 희망은 교육입니다

사업지가 있는 마닝커우와 캔살링 마을은 가난한 시골 마을입니다. 부모들은 주로 농사를 짓거나, 목수나 운전사로 일하며 궁핍하게 생계를 꾸려 갑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머니들은 가족과 떨어져 인근 도시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 다수가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가난한 부모들의 바람은 단 하나입니다. 자녀나 손자들에게 만큼은 교육을 시켜 부모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칸탈라완 초등학교의 학교건물을 증축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아이가 기초교육 기회를 얻도록 수용인원을 늘리고, 개선된 교육환경으로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고 학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을에 가까운 학교가 있음에도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학생들도 칸탈라완 초등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면 통학 안전을 확보하고 높은 중퇴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칸탈라완 초등학교 전경. ⓒ한국희망재단
칸탈라완 초등학교 주변 마을들. ⓒ한국희망재단

칸탈라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나눠 주세요

현재 칸탈라완 초등학교에 건물 2채를 지으면 마을에 기초교육이 필요한 2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있습니다. 학생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칸탈라완 초등학교 증축사업에 힘을 모아 주세요.

▶클릭http://www.hope365.org/sub4_main.php

후원 문의: 02-365-4673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일시적, 응급 구호가 아닌 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식수 개발, 빈곤 극복, 집짓기, 빈곤아동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