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갤러거 외무장관, 한국 방문 중 강조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한국 정부와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초청으로 7월 4일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을 가리지 않고 평화를 위해 일하며 난민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6일 국회에서 오후 2시부터 신자 국회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의견들을 밝혔다.

갤러거 대주교는 교황청 외교관으로서 먼저 한국을 담당한 적이 있고, 1990년대 북한을 두 번 방문하기도 했지만 막상 한국은 처음 방문했다.

그는 “이미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특별한 것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놀라운 것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가깝게 있고 같은 나라이면서 남과 북이 서로 너무 달라졌다는 것, 서로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평화는) 모든 신자들의 책임이며, 신자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각자가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 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각자의 위치, 신분, 역할 안에서 모든 기회를 살려 평화를 전해야 하고 그것은 이론뿐 아니라 실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교황청 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왼쪽)와 교황청 외무장관 갤러거 대주교 ⓒ정현진 기자

한반도 평화와 관련, 난민 문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갤러거 대주교는 “난민과 이민은 현실적인 문제이며, 전 세계에 6500만 명의 난민과 이민이 있는 전 지구적 문제”라면서, 교황청은 이 비극적 문제 앞에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관대함과 자비를 가져야 한다고 요청한다고 답했다.

그는 난민과 이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정치, 경제적 이유 외에도) 자연재해 등 또 다른 형태로 계속 생길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일이 없는 일인 것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인정하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자비와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앞서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서도 여러 질문 가운데 난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난민 문제를 중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다시 확인하고, “난민을 사회 안에서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자비심이 필요하며, 사회 안에서 난민들의 미래와 가정을 위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갤러거 대주교는 “난민들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의심은 우리의 정체성이 그만큼 나약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하고,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고,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도자들이 용기를 갖고 이끌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현실적으로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4일부터 6일까지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장관,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 등을 만나 한국과 교황청 간의 외교 협력 증진을 논의했으며, 판문점, 그리고 군종교구가 새로 짓고 있는 JSA 성당 건설 현장 등을 둘러봤다.

갤러거 대주교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이 10월 중에 교황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한 교황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7일 오전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평화와 인권을 위한 교황청의 외교”를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제를 하고 오후에는 한국 주교단과 만난 뒤, 명동대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8일에는 대전교구 성지를 순례하고 9일 오후 바티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는 영국 출신의 교황청 외교관으로, 1954년 영국에서 태어나 1977년 리버풀 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2004년 부룬디 교황대사, 과테말라 교황대사(2009-12), 호주 교황대사(2012-14)를 거쳐 2014년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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