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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병원’, 교회 사명의 새로운 출발[연중 기획] 야전병원으로서 교회, 가능할까? 1

"치유하고 낫게 하는 것, 이것이 전투 후의 야전병원으로서 교회의 사명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8월,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인 예수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와 대담에서 처음 ‘야전병원’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후 강론과 연설, 그리고 올해 ‘세계 병자의 날’ 담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교회의 이 사명을 강조해 왔다.

“저에게는 떠오르는 표상이 간호사의 표상이에요. 병원에 있는 간호사. 간호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상처를 치료해 주는데 손으로 치료하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불행 안으로 들어오시고 끼어드시며, 우리의 상처에 다가오시어 당신 손으로 우리의 그 상처를 치료해 주십니다. 그분은 손을 가지기 위해서 사람이 되신 거죠. 예수님이 하시는 일이에요. 직접 하시는 일.” (안토니오 스파다로와의 대담,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116쪽)

이같이 자비의 손길로 환자를 치유하는 간호사의 표상은 교황 자신이 젊은 시절 병원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비단 ‘야전병원’이라는 수사가 아니더라도 교회 안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온 세상의 하느님 백성으로서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으로 다가가야 하는 교회의 ‘복음화’ 소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그리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헌과 이후 교황들의 교서, 권고에서도 확인된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저는 중심이 되려고 노심초사하다가 집착과 절차의 거미줄에 사로잡히고 마는 교회를 원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우리의 양심을 괴롭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맺는 친교에서 위로와 빛을 받지 못하고 힘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의 기쁨”, 49항)

이러한 교회의 상은 이전의 교회 가르침이나 교리와 다르지 않다. 다만 교회가 그 사명을 위해 스스로를 무엇이냐고 새로이 묻고, ‘복음화’의 방향이 ‘밖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사명을 향한 이 새로운 ‘출발’로 부름받고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주님께서 가리켜 주시는 그 길을 잘 식별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따르도록 요청받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 20항)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보어 전쟁(1899-1902) 때, 여러 교회가 실제 야전병원으로 쓰였다.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심포지엄(남녀 수도회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최)에서 “교황에게는 ‘하느님 백성’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가 최대 관심이다. 잘못 작동하고 있는 교회가 하느님의 자비를 나누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팎의 사람들에게서 차이보다는 연결을 보고 있다. 배제된 사람들, 잉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끊어져 자비도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야전 병원’은 한국 교회에도 영향을 미쳤고, 여러 강론과 세미나, 권고, 담화를 통해 ‘야전 병원’은 끊임없이 회자됐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2014년 대림절 사목서한에서 “지역에서 야전병원이 되어야 할 본당은 하느님나라를 실현하는 현장이므로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신앙과 소공동체의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2016년 대림절 사목교서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전쟁터에 설치된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일꾼이 되어, 먼저 신앙생활을 하다가 낙오가 된 이들을 치료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참 삶의 길로 인도하는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오랜 교회의 소명은 5년이 지나도록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이 여전히 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테면... 각 성당에 대부분 갖춰져 있는 부엌시설을 이용해 보자. 성당에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공동 부엌을 운영해 보는 거다.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지역의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의 몫도 챙겨 보고. 식재료는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하는 제철식재료를 쓴다.”

기자가 어느 날 지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우를 만나 취재하다가 상상해 본 일이다.

사실 이 소소해 보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성당 사목자들은 평신도와 지역 주민들을 신뢰하고 서로 교감하며 역할과 책임을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성당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지역 차원의 협력과 나눔이라는 이해도 필요하다. 사회복지 등 전문가의 의견도 경청해야 하고, 가톨릭농민회와 연대하기 위해서 그들의 입장을 알고 또 신자들과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교회(본당)가 지역사회로 나아가고 다양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태도의 전환과 용기가 필요하고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교회는 그 어려운 길을 먼저 가기 위해 있다.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지역의 아픔과 어려움을 같이 겪는 일, 각 개인과 지역사회,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에 발생한 이슈에 교회는 얼마나 유연하게 연대할 수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교황이 던진 한 마디가 아닌, 성경과 사도, 초대교회로부터 전승되어 온 가톨릭교회의 사명인 ‘하느님 백성인 아픈 이들에게 나아가는 교회’를 실현하는데 우리가 가진 한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연중 기획으로 ‘야전병원으로서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교회가 풀고 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 보고, 이미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야전병원’의 모습을 찾아 함께 길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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