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자 2652호 <가톨릭신문>과 1023호 <평화신문>

세상에 무슨 일이 있는지 먼저 묻고 싶다. 아니면 앞으로가 그렇게 될 것이란 말인가? 왜 갑자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개최한 ‘인권과 법치주의’에 대한 세미나를 교계신문이 크게 다루었는가에 대한 말이다. 현재의 공권력이 끝도 없이 남용되고 ‘인권’이 불필요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세미나 보도에 앞서 공권력남용에 대한 것을 그동안 얼마나 지면에 반영하였는지 여부는 교계신문으로서 되새김질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지난 6월 12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한국의 법치주의-공동선과 공권력’을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다. 위와 관련된 내용을 <가톨릭신문>은 23면 3단으로, <평화신문>은 20면 4단으로 보도하였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공권력으로 표현되는 힘이 점점 더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공권력 행사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가난한 자들의 인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것을 정의평화위원회가 볼 때에는 비복음적, 비사회교리적, 비공동체적, 비정의로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상당히 많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있으며 우려하고 있는 내용이다. 교계신문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일중의 하나가 ‘비지니스 프렌들리’이기에 비평도 기업친화적인 용어로 접근해보자. 많은 회사들이 생산하는(종사하는) 일의 효율을 높이려 ‘품질관리(Quality Control)' 활동을 전개한다. 이른바 QC활동의 다양한 기법중의 대표적인 것은 분임조활동을 통한 단계별 실시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주제 선정-현상파악-원인분석-목표설정-대책수립 및 실시-효과파악-표준화-반성 및 향후계획”이 그것이다. 즉, 세미나를 통한 사태의 원인분석은 정의평화위원회 혹은 관련학자와 사목자들의 몫이지만 공권력남용과 인권에 대한 피해 등에 대한 ‘현상파악’은 언론의 중차대한 몫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언론은 바로 세상의 눈과 귀이기 때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듯 찔끔찔끔 스트레이트성 보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권력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그 일로 인해 얼마나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삶들이 피폐해지는지 카메라 앵글을 들이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숱하게 많은 천주교인 고위공직자과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에게 인권에 대해서, 공권력에 대해서, 개발이란 이름의 욕망에 대하여, 극단의 길로 가는 대북정책에 대하여, 비복음적인 일에 대해 왜 인터뷰를 청하지 못하는가? 아니 그 모든 사람들이 교회외부인이라 말한다면 교회내부인이라 할 수 있는 천주교중앙협의회, 주교회의, 각 교구의 책임자들, 수도원의 장상들, 교구의 사제들, 그리고 평신도 대표들에게 하느님의 뜻과 현 세상의 모습을 비교해 달라고 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현상파악’의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늘어놓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해서 “이것이 현상이야, 저것이 현상이야”라고 판단하지 말고 정해진 주제에 대하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서 늘어놓는 것이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한문에서, 청계천에서, 용산에서 그런가하면 전국의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들여다보라. 우리가 현재 어떤 아수라장 속에서 살고 있는지? 문제는 우리가 보는 것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으며 생각보다 현재의 상황은 나쁘다는 데에 시대의 비극이 있다. 언론의 펜이 멈추면 세상은 멈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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