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제주교구와 함께 대응"

제주도에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제주교구가 이주사목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에 나섰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국장,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전 사무국장,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 등은 5월 24일 예멘 난민 대책을 위해 첫 모임을 갖고 ‘제주 예멘난민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예멘 난민 관련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난민 상담을 비롯해 출입국외국인청, 법무부 등에 대책을 요청, 제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는 난민 상담과 의료지원, 한국어교실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 신청자가 올해 3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549명 가운데 492명은 올해 4월 18일 이후 제주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는 ‘출도 제한’으로 발이 묶인 이들이다.

일반적으로 난민 신청을 한 뒤, 2-3주간 머물면 외국인등록증이 나오고, 그 뒤 육지로 나간다. 그러나 출도 제한으로 그대로 제주에 남을 수밖에 없다.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국장은 출도 제한에 대해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이지만, 현재 그 문제를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난민들의 현실적 문제가 다급하다”면서, “이전까지 제주는 난민에 대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 수가 적었고 난민에 대해 무방비 상태였다. 그러니 이번 상황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제주도 난민 신청자는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에서 2018년 6월 현재 105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예멘인 난민신청자 역시 2016년 7명, 2017년 42명이었다가 올해 상반기만 549명이다.

제주로 들어온 난민 신청자 가운데 예멘인이 올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까지는 대부분 중국인이었으며, 올해 중국인 난민도 늘어 353명이다.

이번에 난민신청을 한 549명 가운데 7살 미만이 9명, 7-17살 아동과 청소년이 17명, 그리고 18살 이상이 523명이며, 이 가운데 남성이 92퍼센트, 남성 가운데 20대가 70퍼센트다. 10가구가 가족, 이 가운데 4가족은 자녀가 있다.

김상훈 국장은 제주교구의 방침은 이들 가운데 자녀가 있는 가정을 먼저 돌보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집을 지원하는 한편, 인도적 제한 해제를 통해 육지로 나갈 수 있도록 법무부에 진정을 내고 있다며, 이미 한 가족이 육지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아픈 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쉼터도 지원한다.

또 제주교구는 주보 공지(6월 10일자)를 통해 “예멘 난민 가족과 여성들을 위한 거주지와 생필품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서귀포 지역의 공소를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난민에 대한 인식이 낮아, 우선적으로 홍보 자료를 제작해 신자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주교구 주보(6월 10일자)에 공지된 예멘 난민 지원 요청. (이미지 출처 = 제주교구 주보)

김상훈 국장은 제주도민들이 난민에 대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언론에 드러난 것처럼 적극 반대하는 이들은 일부 소수라면서, “제주도민 특히 신자들은 자신들의 집을 나누기도 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 무료진료에 나서고 있다. 어떤 호텔은 숙소를 제공하고, 외국인들도 통역을 돕는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에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동안 ‘제주 예멘난민대책위’는 출도제한에 따라 발생하는 난민 노숙자 예방, 취업 절차 등 지원 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법무부에 방법을 제안하는 한편, 노숙인 발생에 따른 갈등을 피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순찰 횟수 확대 등을 요청했다.

이에 법무부는 6월 14일과 18일 한국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한국인들이 주로 일하지 않는 업종을 골라 취업설명회를 열었고, 각각 271명, 131명을 제주에 있는 약 420개 양식장에 취업시켰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적응 문제로 50여 명은 다시 취업 대기 상태다.

앞서 시범적으로 19명을 한림수협 어선에 취업시켰지만, 수협노조의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다. 난민 취업을 위해 현재는 렌트카협회와 협의해 세차인력 취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훈 국장은 이번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한 논란 몇 가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난민들이 일자리를 위해 들어왔다”는 비난과 치안에 대한 걱정이다.

먼저 김 국장은 “현재 들어와 있는 난민 가운데 70퍼센트가 20대 남성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예멘이 2015년부터 내전 상태인데, 전쟁 중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20대 남성이다. 그들은 군인으로 끌려갈 위기였고 그 때문에 눈앞에서 가족을 잃기도 했다”며, “난민들은 돈이 필요하고 타국에 있는 가족을 대신해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한국에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 가운데 홀로 입국한 어린 소년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부모 없이 혼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부모와 함께 각국을 떠돌다 말레이시아로 갔다고 해요. 그런데 말레이시아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부모들이 아이라도 살게 하고 싶어 있는 돈을 끌어 모아 혼자 비행기를 태워 한국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요식업 분야 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제주의소리)

김 국장은 치안과 테러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도, “치안은 경찰에게 맡기고 테러 문제는 국정원에게 맡기면 된다. 국민들은 인간의 도리를 하면 된다”며, “사실 지금까지 예멘 난민이 치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오히려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재외 한국인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제주의 30여 개 보수단체는 이미 도청 앞에서 난민 수용 반대 시위를 했고, 영어로 난민 혐오, 반대 내용을 번역해 제주 내 외국인들의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는 “그 내용이 외국인들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예멘인이 아니라도 난민에 대한 그런 태도에 반감을 가질 수 있고, 이슬람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이런 일들은 그야말로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원희룡 도지사가 “난민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은 아끼지 않겠지만, 예멘을 무비자 입국 불허 대상국으로 지정해 추가 입국을 막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제주는 평화의 섬이고 또 국제자유도시로서 위상을 중시한다.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면 국제자유도시라는 의미도 없고, 제2 공항도 필요없다”며, “그러나 제주는 제2 공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무사증 폐지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난민 문제를 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난민 반대자들에 대해 “난민의 문제는 성경의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와 같다”며,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가가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앞에 있는 난민들을 인도적으로 보살피고 받아들이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자”고 말했다.

한편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도 제주 난민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입장 발표와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차광준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위원장인 정신철 주교가 전국 이주사목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렸다”며, “제주교구 대응과 발맞춰 연계할 것이고, 난민 관련 지원과 신자 교육 등을 위해 전국 이주사목 관계 기관과 협력하고 정부에 난민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신부는 올해 104차 ‘이민의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국내이주사목위원회는 모두 난민에 대한 교회의 환대와 보호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며, “다만 난민에 대한 내용을 신자들에게 교육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회 안팎으로 난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리스도인으로서 태도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됐고,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4일 ‘이민의 날’에 즈음해,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모든 이방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 주는 기회이며, 모든 시대의 환영받는 이방인이건 거부되는 이방인이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들과 당신을 동일시한다”며, “(모든 이방인에 대한) 공통된 응답으로 환대, 보호, 증진, 통합”을 요청했다.

차 신부는 “교회 차원에서 신앙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고 이웃과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방편으로 난민을 고민하기 바란다”며, “지금은 난민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에 따라 각각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난민 문제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전국적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전국의 모든 네트워크를 구성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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