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까지는 언제든 가능, 새 법안 예정

아일랜드 유권자들이 헌법에서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삭제하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임신 12주까지는 언제든 낙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대신에 의회가 임신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갔다.

투표자 가운데 66.4퍼센트는 헌법 개정안에 찬성, 33.6퍼센트는 반대였으며, 투표율은 64.5퍼센트였다.

아일랜드는 1983년에 낙태금지를 강화하기 위해 유권자 2/3의 찬성으로 현행 제8차 수정헌법에 산모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명권을 인정하는 낙태 금지 조항을 넣었는데, 이번 국민투표로 이 조항이 삭제된다. 아일랜드는 지금까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했다.

리머릭 교구의 브렌던 리어이 주교는 5월 26일 미사 중에 이번 투표 결과는 “매우 유감스러우며, ‘반대’에 투표한 우리들에게는 철렁한 소식”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투표의 최종결과는 모든 국민은 아니지만 다수의 뜻”이라고 했다.

아일랜드는 임신 12주까지는 언제든 낙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진 출처 = catholinews.com)

“이 결과에 따라 물론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메시지는 사랑의 메시지다. 모든 이를 위한 사랑, 생명을 위한 사랑, 오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 태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사랑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25-26일에 아일랜드를 방문할 예정인 것을 말하며, 8월에 세계 가정대회 참석차 아일랜드에 오면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좋은 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먼 해리스 보건장관은 곧 새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임신 12주까지는 언제든 낙태가 허용되고, 24주까지는 산모의 특별히 지정되지 않은 건강조건을 이유로 낙태가 허용되며,(산모의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그리고 출산 직전까지는 태아가 태어나도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시한부 상태라는 진단을 받으면 낙태가 허용된다.

아일랜드 국영방송인 <RTE>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찬성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선택할 권리”(84퍼센트), 여성의 건강 또는 생명(69퍼센트), 강간에 따른 임신(52퍼센트) 등이었다.

개정 반대운동을 벌인 “8차 수정헌법 구하기”의 존 맥귀어크 대변인은 이번 투표 결과는 “역사적 규모의 비극”이라고 했다.반면에 반대 이유로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76퍼센트), 다운증후군이나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의 생명권(36퍼센트), 그리고 종교적 관점(28퍼센트) 등이었다.

그는 “8차 수정헌법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생명권을 창조하지 않았다 — 단지 그런 권리가 있고, 언제나 존재해 왔으며 또한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을 뿐이었다”며, “다수가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것이 옳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블린 다리 위에 걸린 “둘 다 사랑”(LoveBoth) 운동 배너. (사진 출처 = catholinews.com)

“둘 다 사랑”(LoveBoth) 운동의 루스 컬런은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헌법이 개정되어도 낙태가 (늘지 않고) 드물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는 개정이 되어도 낙태는 아주 제한적 조건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 약속을 근거로 투표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편, 아일랜드 인구는 약 500만 명이며, 1983년에 헌법으로 낙태가 금지된 뒤로 지금까지 약 17만 명이 낙태가 더 자유로운 외국으로 나가 낙태를 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일랜드인은 88퍼센트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으나 근래 가톨릭 교회의 여러 추문이 터지면서 교회의 권위와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news.com/services/englishnews/2018/voters-in-ireland-pave-way-for-abortion-on-demand.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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