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운전길. (이미지 출처 = Pixabay)

안전 삼각대의 꿈길

- 닐숨 박춘식

 

주일 미사를 저녁으로 미루고 - 운전하는 아침 시골길 - 노래로 80km 달리며 - 미루나무 시냇물 꽃향기 까치 구름 풀냄새 - 가슴 속 깊이 시골 바람 꽉꽉 채우는데 - 펑 - 바람 빠졌다 - 픽 - 안전 삼각대를 세우는 순간 - 100km 질주하던 춤바람이 들이닥쳐 - 꽝 와장창 창장 - 혼수상태 - 삐오삐오 110km -

 

쟁쟁하게 귀에 박힌 교리 설명

“삼각대를 보면 삼위일체 하느님을 꼭 꼭꼭 생각하세요!”

라는 말을 그 순간에 생각하였더라면 ⋅⋅⋅

퇴원 즉시 삼각산 아래 빵집을 차리는데

집도 삼각형 빵도 간판도 유리창도 삼각형

식탁 물잔 냅킨 조명 벽시계 차림표 의자 몽땅 삼각형

얼마 후 삼각 빵집은 빵빵 대박 ⋅⋅⋅

 

그때 막내 아이가 소리 지른다

엄마 엄마, 아빠가 웃어요

눈 뜨고 귀 열어 보니 응급환자실

줄줄 눈물 쏟는 아내가 보이다 말다 보인다

 

성부님, 성자님, 성령님,

감사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5월 28일 월요일)

 

아일랜드 전설에, 파트리치오 성인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설명하시는데, 잎이 세 개인 토끼풀을 들고 강론하였다고 합니다. 사람의 지성을 초월하는 삼위일체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수도자들이, H2O를 기체 액체 고체로 그리고 삼각형 자를 들면서 자는 하나인데 각은 셋이라는 등등 여러 가지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삼각형 용품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옷걸이 삼각대 삼각의자 삼각수건 삼각주방용품 삼발대 삼각천막 삼각칼 삼각앞치마 병따개 빗자루 안전삼각대 등등 원형과 사각형보다는 많지 않지만 이음이나 구석 등의 중요한 용품으로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안전 삼각대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고 사고현장에는 필수품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삼각 모양을 볼 때마다 하느님께 기도하는 습관을 지닌다면 하느님께서 매우 기뻐하시리라 여깁니다. 그리고 이 순간 삼각관계인지 사각관계인지 아주 미묘한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복잡해지는데, 하느님의 뜻대로 서서히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성삼위님께 기도하시기를, 더 열렬히 기도하시기를 엎디어 간청하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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