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용산생명평화미사, 경찰 폭력에 의해 중단

▲ 사제들이 다시 사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전종훈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이 미사는 끝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가족과 전종훈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가 경찰에 의해 짓밟히고 내동댕이쳐지는 상황에서 이강서 신부는 더는 미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미사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 지난 5월 29일 노무현 16대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 용산참사 현장 '평화의 집'에서 용역의 폭력으로 미사가 중단된 바가 있다.

용산참사의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지 못한 지 5달이 넘어가는 가운데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는 오후 4시부터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추모대회를 마친 후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용산역으로 행진했다. 용산역을 돌아 다시 남일당 현장으로 돌아가는 중에 경찰이 행렬을 막아서더니 주위를 에워쌌다.

"그만 밀어, 영정 깨진다고!" 故 이상림 씨의 부인인 전재숙 씨가 아무리 외쳐도 경찰은 유가족을 밀어붙였고, 그 와중에 영정이 부서졌다.

흥분한 유가족은 참사 현장 앞 도로에 주저앉아 경찰에게 영정을 고쳐내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유가족은 연좌를 풀지 않았고, 매일 7시면 열리던 미사도 시작되지 못했다.

문정현 신부는 "지금 경찰은 미사를 방해하고 있다. 빨리 사과를 하고 유가족과 함께 미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시키겠다는 방송으로 답할 뿐이었다.

▲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150일이 넘도록 장례도 못 치르고 오늘 다시 죽었다.

전종훈 신부는 "제발 해산경고방송 좀 하지 마라. 방송이 사람들을 자극한다"라며 이런 자극은 유가족이 경찰을 믿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서진 영정을 고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끝내 요구를 무시했고, 미사는 30분이 되도록 시작되지 못했다.

미사는 결국 유가족과 전종훈 신부를 남겨두고 시작됐다. 전종훈 신부는 제의를 입은 채 유가족과 함께 있었으나 곧 경찰이 바깥으로 끌어내면서 유가족과 떨어지게 됐다. 이후 여경들이 유가족을 끌어내려고 시도했고, 미사는 더 진행될 수 없었다.

이강서 신부와 문정현 신부, 그리고 미사에 참여했던 소희숙 수녀가 이에 항의했으나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두 명과 전종훈 신부가 실신했다.

6월 4일 이명박 대통령과 7대 종단 대표와의 오찬간담회에서 김희중 주교는 5월 29일에 미사가 중단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 20일 오늘, 그럼에도 미사가 중단됐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 이 날 미사는 결국 유가족이 빠진 미사가 됐다. 그마저도 경찰의 폭력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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