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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까지 휩쓸 가리왕산[시사비평 - 박병상]

전해 들은 비공식 에피소드 하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당연히 텅텅 빌 신축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인천보다 먼저 아시안게임을 치룬 부산의 공무원은 뭐라 말할까? 차라리 “헐어 내는 편”이 경제적이고 속 시원하다고 조언했다는 게 아닌가. 시설을 보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문학경기장을 두고 거액의 예산을 다시 퍼부으며 인천시 서구에 추가한 주경기장은 시방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 결혼식장과 양판점을 유치해도 외진 곳이라 소용없다고 한다.

인천시가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적 있다. 경기장을 더 신축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 공허한 소리는 사라졌는데, 인천시의 숱한 경기장은 4년 넘게 사용할 일 없이 방치되었고, 인천시는 관리예산을 퍼붓는다. 부산도 인천도 비어 있는 경기장 관리로 골머리 썩는데, 가리왕산을 뜯어 낸 정선 알파인스키장은 황폐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장마가 목전인데, 어찌해야 하나?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해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모양인데, 그게 가능할까? 유치 가능성이 문제가 아니다.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모르지만, 자금처럼 방치하면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계올림픽 이후 일반인에게 개방할 요량으로 슬로프를 조성하지 않았기에 겨울철 다시 사용하려면 상당한 시설보완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고 한다. 올 장마에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산림 전문가들은 방치한다면 2011년 우면산처럼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해 들은 비공식 에피소드 둘.

2011년 7월 27일, 시간 당 100밀리미터가 넘는 집중호우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300밀리미터 가까이 쏟아졌다. 당시 초등학생에게 과학체험 자원 활동하려던 인하대 학생 10명이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에서 산사태로 매몰돼 희생되었고, 서울 서초구의 우면산에 사태가 발생해 아래 고급아파트를 휩쓸었다. 신세계그룹 회장의 부인이 사망했을 때, 친구의 친척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가족여행에서 돌아오니 모든 가구가 사라진 집 안에 토석이 가득이었다는 게 아닌가. 부자인 친척은 그 기회에 가구와 가전제품을 몽땅 바꿨다고 한다.

가리왕산 (사진 출처 = koreasanha.net)

이 글을 쓰는 순간, 인천 연수구 인근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호우가 무섭다. 내일까지 120밀리미터 이상의 호우를 예보하는 캐스터는 대비하라는데, 개인이 할 수단이 뭘까? 집 안에서 꼼짝하지 말라는 겐가? 이런 비가 가리왕산 쏟아지면 어찌 될까? 강원도 담당자의 장담처럼, 알파인 경기장 부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리 없을까? 표고 800미터 차이가 있는 슬로프는 경사가 매우 급하고 풍부했던 기존 산림은 파헤쳐졌다.

가리왕산은 거의 정상부터 급경사로 산림을 잃었다. 산사태는 그 고속도로 같은 기슭으로 토석을 밀며 내려올 텐데, 바로 아래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지상 12층 지하 2층 규모의 고급 리조트 ‘파크로쉬’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때 백악관 선임고문인 아방카 트럼프가 묶었다는 파크로쉬는 견뎌 낼까? 맹렬하게 내리는 집 주변의 빗소리를 들으며 가리왕산의 슬로프를 컴퓨터 모니터로 보니 2011년 7월 27일의 우면산이 저절로 연상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여름철마다 반복적으로 내릴 수 있는 강우량, 시간당 75밀리미터의 호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했고, 현재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파크로쉬는 직격탄에서 피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한데 복원에 책임이 있는 강원도는 복원예산을 거의 편성하지 않는 배짱을 보인다. 복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슬로프를 만들지 않았다는 의혹이 인다. 그렇다면 약속위반이자 만행이다. 이제와 동계아시안게임 유치를 운운하는 무모함을 연출한다. 지역 상공인을 앞세우며 복원하지 않는 게 낫다는 논리를 내민다.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고 치자. 물론 운 좋게 산사태가 없다고 치자. 정선군 가리왕산 주변에서 상공인이 만족할 정도의 돈벌이는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에 알파인 할강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과격한 스키를 즐기는 인구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가리왕산 슬로프를 찾을 단골손님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리라는 상상은 불가한데 가리왕산 슬로프를 활용하겠노라고? 복원에 들어갈 돈이 없다고? 산사태 이후 발생한 비용과 비교해 보라! 지진과 해일에 끄떡없다던 후쿠시마 원전의 말로를 생각해 보라!

무주에 대신할 스키장이 버젓이 있어도 가리왕산 파괴를 고집한 이들은 복원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이제 그 약속을 버릴 참인가? 정부는 신뢰를 기반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신뢰를 버린 정부의 비참한 말로를 숱한 역사에서 우리는 분명히 보았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원도는 약속을 짓밟겠다는 것인가? 가리왕산의 산사태는 정부, 그리고 강원도 지방정부의 신뢰를 휩쓸게 틀림없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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