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가톨릭사회복지연구회'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기관장, 부장들의 연구 모임인 ‘가톨릭사회복지연구회’가 "가톨릭 교회다운 사회복지"의 실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며, 실천하는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연구회는 지난해 9월 “어떻게 하면 가톨릭 정신과 정체성에 맞는 사회복지 비전을 마련하고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제안으로 시작됐다.

수원지역 29개 사회복지 시설(기관)과 39명의 회원이 사회복지 주제별 공개 세미나를 진행하며, 사회복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 모임은, “무엇보다 장기지속 가능한 사회복지의 비전, 사회교리와 접목한 개방적이고 보다 교회다운 사회복지의 새로운 틀”을 만들고자 한다.

“가톨릭 사회복지는 기존 매뉴얼 그 너머를 말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종교성은 교회의 가르침, 특히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주민들과 현장에서 눈을 맞추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에 사회교리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연구회 대표 강성숙 수녀(안산 본오종합사회복지관장)와 총무 황재경 관장(수원 우만종합사회복지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매뉴얼이나 기존의 시스템에 갇힌 사회복지를 넘어서기 위해서 연구회의 고민과 제안이 보다 많이 공유, 공개되고, 이 과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가톨릭 교회가 하는 사회복지는 종교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갇힌 것이 아닌, 구체적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교리와 접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기관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노동권을 존중하는 것도 우리의 영성을 추구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수도자나 사제보다는 오래 현장을 지킨 평신도 시설장들이 가톨릭 사회복지의 정신을 살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올바로 서지 못하면 가톨릭 사회복지의 정체성과 정신이 사라진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교회가 굳이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강 수녀와 황 관장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사회복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사회복지와 사회교리의 연관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현재 사회복지 시스템과 매뉴얼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지난해 9월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의 중장기적 계획을 잡고, 사회복지법인의 정체성에 맞는 비전을 고민하는 자리에서 교회 내 각 사회복지 기관장과 부장들의 연구 모임으로 제안됐다. 당시 사회복지회 이영우 신부가 이를 승인하고, 소규모 세미나를 주제별로 진행하다가 4차 이후 공개 세미나를 열어 왔다.

강성숙 수녀. ⓒ정호준 기자

다음은 강성숙 수녀, 황재경 관장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현재 연구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가톨릭사회복지연구회> : 장애인, 노인, 지역사회(종합사회), 여성, 어린이집, 지역자활센터 등 6개 사회복지 분야의 협회장과 각 시설 관장, 부장 등 수원교구 내 29개 사회복지 시설(기관)과 39명의 회원들이다. 처음에는 이 모임이 오래 이어질 것인가의 여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가벼운 주제를 갖고 정기적으로 끊임없이 만나는 것에 초점을 뒀다.

4차에 걸친 내부 세미나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각 기관장 외에 부장들도 참여하게 됐다. 공개 세미나를 통해서 수원교구 안팎 구성원들에게 함께 생각해 볼 주제들을 공개하고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여기> : 세미나의 주제와 내용은 무엇인가?

<연구회> : 첫 세미나는 “당신의 길을 걸어 생명을 얻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개입한 경험과 실태를 분석했다. 또 다른 주제로는 “가톨릭 정신을 실천하는 최초의 교육 현장 어린이집”을 선택해 연구, 발표했다.

어린이집 연구는, 어린이집이라는 현장은 지극히 제도화가 진전됐음에도 여전히 취약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보육조차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례와 현실을 보여 준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서 우리 법인(수원교구 사회복지회)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장애 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의 아이들과 같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보육을 기꺼이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다른 교구 시설과 연계하는 거점, 창구 역할을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또 하나는 임기에 따라 소임지를 옮기는 수도자들보다는 계속 자리를 지켜 나가는 평신도 시설장들이 가톨릭 사회복지의 정신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과 이를 현실화하는 노력이다.

평신도 시설장들이 올바로 서지 못하면, 가톨릭 사회복지법인만의 정체성과 정신이 사라진다. 수도자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평신도 시설장들이 법인의 정신과 가톨릭 정신을 발휘하고 지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가톨릭 교회가 굳이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 평신도 시설장들이 자리를 지키고 가톨릭 정신을 풀어낸다면, 특히 수원교구 지역의 사회복지 시설 특성과 정체성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황재경 총무. ⓒ정호준 기자

<지금여기> : 연구회가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담당하는 역할과 그 영향은 무엇인가?

<연구회> : 사회복지법인이 각 시설에 무엇을 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미나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고 제안하는 역할이다. 그동안의 틀을 깨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느 기관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면, 세미나를 통해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고 공유하는 것이다. 지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단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복합적인 문제이고, 사회구조 문제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그 현장에 있는 전문가이자 실천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보고 대안을 찾는다.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 법인의 도움을 받아 개선 가능한 부분 등을 분별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가톨릭 사회복지 실천가로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법인 안으로도 문제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여기> : 이런 비전과 함께, 연구회가 특히 강조하고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연구회> 우리의 고민은 충분한 토론과 결과 공유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까, 가톨릭이라는 종교성을 어떻게 실현할까의 문제다.

이를테면, 어린이집이 들어서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우선 사각지대에 놓인 특정 대상을 위한 전용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취약한 여건의 보육 사각지대 대상은 특정 지역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수원교구 전역에 있다. 문제를 이렇게 확장시키면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수원교구 전역의 가톨릭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 시설을 일부 지원하면서, 어린이집 역할을 추가로 주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선택일까?

이런 사각지대를 만드는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창구 역할을 하고 보다 넓고 깊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에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톨릭 기관으로서 우리의 종교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우리(사회복지회)는 가톨릭 조직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종교성이 타 종교나 사회에 폐쇄성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보다 넓게 펼쳐서 고민하고 논의하고,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수도자나 사제들도 함께 이야기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가톨릭은 그 정신 구현을 통해, 스스로의 역할을 확인하면서 세상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공개 세미나를 통해 그것을 추구한다. 예전에는 각자 주어진 일만 했다면, 세미나 준비 과정을 통해 가톨릭 정신을 생각하게 됐고, 다른 시설장들에게 피드백도 많이 받으면서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이런 성찰이 공론의 장으로 커지고, 지속성도 갖는다면 자정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와 교회의 연결고리로서 평신도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4월 27일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수원교구 가톨릭사회복지비전연구회 공개세미나가 있었다. (사진 출처 = 천주교수원교구 사회복지회)

<지금여기> : 가톨릭 정신을 강조하는데,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복지는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가?

<연구회> 우리는 시스템에 갇히기 쉽다. 조직이 커지고 활동이나 운영 매뉴얼이 생기면 그 시스템에 갇힌다. 무엇보다 교회 자체가 큰 시스템이다. 그 구조를 벗어나 또 다른 무엇을 시도하는 것이 어렵다.

이렇게 갇혀 있는 상태에서 구조를 다시 바라보고 고민을 던지는 것이 바로 ‘사회교리’다.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는 과정이 예전에는 틀 안에서 결론을 낸 뒤, 근거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훨씬 다양하고 자유로운 답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성이다. 지역 주민들,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사는지, 그 상황을 실천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보고, 또 보여 주는 것이다. 시스템이 아닌 현장성의 구현이다. 이전에 시스템과 매뉴얼 안에서 어느 개인의 노력으로 일이 이뤄졌다면, 실제로 현장을 돌아보면서 가톨릭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복지에 ‘사랑’, ‘영성’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고, 이 부분을 알게 되면서 이전의 몫, 역할에 하나씩 더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교회의 몫’이 된다.

‘교회의 몫’ 가운데 하나는 이런 구체적인 현장의 사례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양상에 대해 지역 교회나 한국 교회 이름으로 입장을 내는 것이다.

세 번째, 가톨릭 복지기관 직원들의 노동권 문제다. 가톨릭 사회복지 기관들도 다른 사회조직과 같이 직원들의 노동권 보장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사명을 말하면서 늘 ‘희생’을 요구해 온 경향이 있다. 가톨릭이 그렇게 일을 해 왔고, 많은 사회적 역할을 선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희생’이라는 프레임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사명감 있는 실천’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사명감 있게 기꺼이 일하는 것이 가톨릭 정신이다. 희생이나 열정페이, 봉사가 교회의 영성으로 비춰졌지만, 사회적으로는 착취의 구조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답도 내놓아야 한다.

가톨릭 사회복지는 매뉴얼 그 너머를 말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가톨릭 사회복지는 교회의 가르침, 특히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것임을 절감한다. 사회교리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현장에 있다. 다만 아직은 그것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통합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와 사회교리의 관계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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