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처럼 - 김유진] 동시 ‘강아지 별’과 그림책 “검은 강아지”

강아지 별

어미가 물려 주는
젖꼭지를
강아지들이 빨아 댑니다.

쭉, 쭉,
기운찬 힘을 쓰자
먼 하늘의 빛살들이 빨려 오더니

뒤이어
환한 빛 덩이들이 이끌려 옵니다.

그리하여
강아지들 하나하나의
별이 됩니다.

- 성명진, “걱정 없다 상우”(문학동네, 2016) 중.


강아지들의 첫 자리다. 갓 태어나 엄마 젖을 빤다. 그런데 엄마 젖을 쭉쭉 빠는 기운찬 힘에 먼 하늘의 빛살과 빛 덩이까지 이끌려온다. 살겠다고 젖을 빠는 힘이 별을 불러온다. 생명이 지닌 힘이다. 생명의 힘이 저 먼 별빛을 끌어당긴다. 그 별 하나하나는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를 지켜 주겠지. 자신을 스스로 키우고 지키는 힘으로 든든한 수호성 하나를 불러내었다. 하늘에서 받은 생명이 하늘 보며 살아 숨 쉬니 하늘이 제 생명을 지킨다.

그렇게 자랐을 강아지 한 마리가 여기 또 있다. 그림책 “검은 강아지”(박정섭, 웅진주니어, 2018)는 강아지의 마지막 자리다. 자기 별 하나가 하늘에 빛날 강아지를, 주인이 거리에 버리고 간다.

“착하지? 여기서 기다려. 곧 데리러 올게....”

주인님이 아니, 같이 살던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을 검은 강아지는 선명히 기억한다. 하지만 보도블록 주변의 강아지풀이 시들고, 낙엽이 지고, 눈이 와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진 제공 = 웅진씽크빅)

검은 강아지 곁에 색깔만 다르고 생김새는 똑같은 흰 강아지가 찾아온다. 인트로와 마지막 페이지 외에는 컬러를 제한하고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어 검은 강아지와 흰 강아지가 더욱 대비된다. 펼침 면마다 왼쪽에 있는 검은 강아지에게 오른쪽에 자리한 흰색 강아지는 정반대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주인은 오지 않을 거야, 움직이면 배만 고플 거야.... 기대와 체념, 긍정과 부정의 대립이다.

둘은 쉬도 누고, 똥도 싸고, 뼈다귀도 나누어 먹고, 낮잠도 자며 친구가 된다. 펼침 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흉내 내고 비추다가 서로 스민다. 흰 강아지가 말한다. “사실은 내 옆에....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참, 고마워....”

하지만 그 말을 하며 강아지들은 눈에 덮인 채 영원한 잠에 든다. 잠든 듯 눈 감고 있는 검은 강아지가 거리에 버려진 거울에 비친 모습은 바로 흰 강아지다. 흰 강아지는 검은 강아지의 체념이자 희망이자 자기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준 자신이었던 것.

유기견의 마지막 자리로 삶과 죽음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이 그림책의 인세 일부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에 기부된다고 하니 작가와 제작자 모두의 절실한 마음이 좀 더 느껴지는 듯하다.

“검은 강아지”에는 음악을 담은 음반과 애니메이션을 담은 QR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그림책을 중심으로 여러 예술 장르를 다각적으로 경험하는 가운데, 그림책을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느끼게 한다.

전문음악인 슌과 애니메이션 감독인 최미혜, 김명은이 참여해 개별 장르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그림책 원화를 영상화한 일반적인 북 트레일러가 아니라, 그림책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독립적인 이야기여서 더 흥미롭다. 검은 강아지와 주인의 추억이 담긴 이 영상은 그림책 서사의 프리퀄로도, 그림책 서사와 나란히 진행되는 꿈속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사진 제공 = 웅진씽크빅)

김유진(가타리나)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동시집 “뽀뽀의 힘”을 냈다. 그전에는 <가톨릭신문> 기자였고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곳에서 아동문학과 신앙의 두 여정이 잘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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