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느님과 어린이. (이미지 출처 = Pxhere)

어린이날 이른 저녁에

- 닐숨 박춘식

 

다섯 살배기 어린이가 하느님과 저녁을 먹고

별들이 총총 나타나는 하늘을 봅니다

- 별들이 너무 멀어

그 말을 듣고 하느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길게 뽑더니

은하수를 가까이 끌어당깁니다

엄청 놀라고 무지무지 기뻐

폴짝폴짝 엄마에게 자랑하고

폴짝폴짝 강아지를 흔들어줍니다

 

어린이는 침대로 올라가며 하느님께 부탁합니다

기다란 손가락 하나를 손에 붙여 달라고 합니다

? 뭐 하려고 그러니

- 하느님을 꽁꽁 감아, 도망 못 가게 할 거야

그러면서 이내 잠드는 어린이 옆에

하느님은 해돋이까지

맑고 자그만 그 어린이 손을 잡아 주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5월 14일 월요일)

 

루카 복음서(18,15-16)를 잠시 봅니다. <사람들이 아이들까지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아이들을 가까이 불러 놓고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이 성경 말씀은 신자라면 다 아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성경이나 성인들의 말씀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아이들의 기도를 좋아하시고, 그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는 내용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운전하다가 시골길을 가면 가끔 멋있는 전원주택을 봅니다. 어른은 “저 집 비싸겠다.” 말하는데, 어린이는 "아빠 지붕이 빨간색이네, 어, 저기 강아지도 있어." 말합니다. 아직 돈을 모르니까 하느님께서도 아이들을 좋게 보신다고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가져 봅니다. 한 가지 도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어른들이 기도 바칠 때만이라도 하느님 앞에 아주 순수한 마음(어린이 마음)을 가지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하느님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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