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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를 위한 주거권은 없다"시민사회, 유엔주거권특보 방한 앞두고 주거권 실태 보고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를 비롯한 2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이 5월 14일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이하 유엔특보) 한국 방문에 앞서 8일 ‘2018 한국 주거권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이 모임에 따르면, 유엔특보의 이번 공식 방문은 국내의 주거, 빈곤, 이주민 의제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단체가 국제사회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다룬 이 보고서를 유엔에 전달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16년 10월, 에콰도르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제3차 주거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에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특보를 만나 한국 주거권 실태 보고서를 전달하고 방한을 요청한 바 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이미 1996년 유엔 해비타트 2차 회의에서 “적절한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믿고 있다”고 천명했으며, 2015년에는 주거권을 명시한 주거기본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주거권은 다른 권리에 비해 취약하며, 문서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박사는 “적절한 주거”는 적절한 비용과 적합한 환경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국가가 이를 위한 보호, 존중, 실현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적절한 주거권은 현실 사회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박사는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책사업 ‘뉴스테이’를 가리켜, “임대주택을 투자자인 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고 축적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사실상 비싼 월세 주택으로 만들었다”며, “ 문재인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주거권 문제에서 “2년으로 정해진 임대차 기간과 계약 갱신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임대료 상승률도 규제하지 않는 현실,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고 실태조사조차 되지 않은 홈리스 차별, 강제 퇴거, 비닐하우스와 쪽방 등 비공식 주거 문제, 가난한 청년과 아동 가구, (여성)비혼 1인 가구, 장애인과 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주거권 문제”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이 한국 주거권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현진 기자

또 이에 대한 주거권 보장 정책에 대해서도, “적절한 주거에 대한 기준이 없고,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정체와 높은 임대료,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미비, 빈곤층의 주거권 향상에 미치지 못하는 주거급여,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 미비”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특보가 발표할 권고사항에는 “토지와 주택 공급 등에 대한 공적 규제 강화, 주택임대차 관련 제도 개선, 개발과 강제퇴거 금지,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특히 비혼 청년 1인 가구 등 변화하는 가족구성을 반영한 계층별 고려, 국민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둔 이주민의 주거권 보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국세입자협회’ 최창우 대표는 특히 주거세입자의 주거 불안정에 대해, “2년으로 정해진 임대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 아니라,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로 바뀌어야 한다고 요청하고,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입장에서 상당한 고통이며, 넓은 범위에서 사실상 강제퇴거권과 다르지 않다. 계약갱신이 아니라 계속 거주할 권리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유엔특보의 권고사항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으로 당장은 정부 정책에 강제력을 갖지 않지만, 국제사회 기준에 따른 한국 사회의 주거권 평가가 될 것이며, 이후 그 실행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특보는 2014년 6월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됐고 현재 연임 중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빈곤 없는 캐나다’ 사무총장도 함께 맡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 실현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정부 기관과 시민사회, 현안 당사자 등을 만나 한국의 적절한 주거 효용성, 한국의 현행 법제도와 주거정책, 홈리스 문제, 주거권 관련 지방정부의 역할, 재건축과 재개발 이후의 재정착 제도(강제퇴거 방지), 주거의 금융화, 주거취약계층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에 권고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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