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성모와 십자가. (이미지 출처 = Pixabay)

요한 복음 19장

- 닐숨 박춘식

 

십자가 위에서 유언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와 요한에게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너의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인류를 품어온 어머니로서 수태 과정 33년,

지진과 암흑이 덮치는 처절한 산실(産室)에서

숨진 아들을 부둥켜안으시는 십자가의 어머니는

그 순간, 하늘 모성(母性)으로

세상 모든 사람도 깊숙이 끌어당기십니다

 

하늘 어머니를 위하여

열두 달을 내내 5월 향기로 채우는

새로운 달력을 그리고 싶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5월 7일 월요일)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읽은 ‘세상 모든 시 중에 성모 마리아만큼 많이 또 예찬으로 읊어진 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글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59년 전, 서울 혜화동 신학대학에서 신비신학을 강의하셨던 최민순 교수 신부의 말도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서기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성모님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했는데, 밤늦게 ‘마리아는 참으로 하느님의 모친’이라는 공의회의 결정이 선포되자, 공의회 밖 마당 가득히 촛불을 켜 들고 기도하던 수많은 신자들이 감사와 찬미 노래를 밤새도록 불렀다는 전승을,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울림으로 강의하였습니다. 그 강의의 마지막 결론 말씀이 오월이면 어김없이 머리에 떠올라 묵상합니다. “에페소의 그 아름다운 밤은, 촛불과 함께 기도하고 목 메이게 노래를 불렀던 그 놀라운 밤은, 천주교회 역사상 첫 번째 ‘성모님의 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말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오월 중에 성당마다 ‘성모님의 밤’ 기도 모임을 가지는데, 올해는 최민순 신부의 강의를 기억하신다면 많은 은혜 받으리라 여겨집니다. 오월을, 하늘 어머니께 꽁꽁 매달리는 달로 보내시기를 빌고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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