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지난 4월 13일 수원교구가 마지막으로 봉헌한 세월호 추모미사 취재를 다녀왔다.

미사가 끝날 무렵, 주례를 맡은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는 4년여 진행된 매일 미사에 함께 동행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특별히 한 사람의 수고를 언급했다.

매일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앞에서 봉헌된 미사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사를 준비한 ‘릴리아’라는 이였다. 교구는 이 자매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사에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취재가 이어져 그만 찾지 못했다. 그래도 어떤 기회로든 이 자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매일 저녁시간을 오롯이 봉헌한 4년은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결코 쉽지 않은 그 일은 자신에게 무엇이었을까.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그것을 감내하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감히 교회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하느님나라를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고, 할 것이라고 여기고 다짐한다. 그러나 나에게 그 일이 주어졌다면, 그처럼 지킬 수 있었을까.

나는 ‘릴리아’라는 이의 그 4년이, 그 마음이 지금까지 교회를 지켜 온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숱한 이들이 어디에선가 그런 모습으로 지켜 온 그 자리, 그리고 그 마음, 그 힘이다. 빛이 나고 드러나지 않아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참 좋은 몫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교회를 살게 했고, 빛을 잃지 않게 했다고 여긴다.

문득, 어느새 그럴듯한 명분과 생색나는 일을 찾고,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좋은 것보다 허물을 찾았던 내 모습을 다시 본다. 앞으로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면서, 매일 저녁 미사를 지킨 그의 마음을 오래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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