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민족 명운이 걸린 역사적 기회"

4월 24일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은 강론에서 "최근 핵무기의 위협으로 전운마저 감돌 만큼 긴장과 불안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할 때, 사흘 뒤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진정한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민족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으로 귀한 은총의 기회"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번 회담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역사적 기회"라면서 "당국자들은 오로지 민족의 공동선을 촉진하는 일을 함께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사목헌장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온 백성이 염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적대 세력 간의 균형 유지에 그치는 것만도 아니"라면서 "핵무장을 통해서는 결코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없으며, 평화는 사랑과 정의를 바탕으로 온 민족이 서로를 참으로 신뢰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보장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같은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사 참석자들이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정호준 기자

신자들, "국민 마음 모아야", "서로의 진심 전달되길"

이날 미사에 참석한 한숙난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기적인 마음이나 의심을 버리고, 하느님이 하시는 일로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하나되는 대화의 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여 율리아 씨(서울 구의동 성당)는 "개인적인 것을 벗어나, 우리가 국민으로서 남북정상회담에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온 박은영 씨(레지나, 서울 양원 성당)는 "딸들에게 설명도 해 줄 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좋은 일에 힘을 보태야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에 대한 피상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완전한 화해에 대한 서로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에는 500여 명의 천주교 신자,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이 미사를 주례했고,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유경촌 보좌주교(서울대교구) 등이 공동집전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봉헌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1995년 3월 7일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의 첫 미사로 시작했다. 미사 뒤에는 명동성당과 평양 장충성당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24일 미사는 1163번째 미사였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1995년 8월 15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는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봉헌하기로 합의하고, 26차 미사부터 남북한 신자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기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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