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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더는 지켜보기 역겨운 세습자의 만행[김지환의 세상잡설]

지금 이 순간 전전긍긍할 모 기업 홍보부 직원들

오너가 사고를 많이 치는 기업은 홍보부가 무척 바쁘다고 한다. 요즘 상대적으로 사람들 칭찬을 종종 받는 LG의 홍보부는 비교적 무난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오너 일가의 만행으로 어느 회사 홍보부 직원은 지금 제대로 잠을 못 이룰지 모른다. 2014년 12월 5일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은 한진그룹 일가의 행태를 돌아보게 했다. 사건 당사자인 조현아 씨는 잠시 물러나 있는 척하다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실실 웃으며 성화 봉송에 참여하더니 예상했던 대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 사건 때 많은 사람이 걱정했던 것은 박창진 사무장의 거취였다. 시민의 분노와 눈길도 무시한 채 이후 박 사무장에 대한 보복조치가 행해졌다. 그는 모욕감을 안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가 최근에는 병까지 얻어 얼마 전에 수술까지 해야 했다. 박 사무장은 자신의 요즘 상황에 대한 소회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에 기고했다.

“나는 타고난 언변가나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진 투쟁가가 아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그 누구의 조력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어쩔 수 없이 나를 변호하기 위한 변호인이 돼야 했다. 아울러 나는 그 비극의 상황에서 많은 왜곡을 통해 자신들의 구명에 열을 올리는 거대 집단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죽지 않아야 했으며, 또 나의 명예를 지켜야만 했다. 이런 일념으로 어느 순간 사회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투쟁가로 변해야 했고, 변해 있었을 뿐이다.”

박창진 사무장의 외로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조현아의 동생 조현민이 또 엄청난 사고를 쳤다. 조현아의 ‘땅콩회항’을 떠올렸고, 삼남매는 물론 이 친구들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조 씨 일가의 만행이 회자되는 중이다. 하루에 몇 건씩 이 집안 사람들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며칠마다 공개되는 녹취 파일은 이 가족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시민은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지금 국적기 박탈,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을 회수하자는 청원이 불붙었다.

지난 4월 14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인천공항에서 기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MBC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어이없는 세습자들의 나라

사실 한진그룹뿐만 아니라 재벌가, 특히 재벌 2, 3세의 문제는 하루이틀 벌어졌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많은 사람을 어이없게 했던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하며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한화 김승현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사건도 그렇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들에게는 조금 과장되었다 싶은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이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인 듯하다. 재벌의 온갖 작태는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가 쓴 “한국 재벌 흑역사”(민중의소리, 2018)에 아주 소상하게 적혀 있다.

탈북자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북한은 권력자 혼자서 다 가지고 세습하는 사회라면 남한은 한 100명쯤이 나눠서 세습하는 사회”다. 우리는 북한을 3대 세습이나 하는 ‘후진 국가’로 얕보며,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부카니스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주 기자가 말한 ‘100명쯤의 세습’ 그중에는 재벌가가 상당수일 텐데, 재벌은 2, 3대를 넘어 이제 4대 세습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재벌 세습의 과정이 또 온당한지 보자면, 이 과정에서 온갖 탈법과 불법이 자행된다. 특히 삼성의 세습 과정은 완전 범법행위임에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나라를 ‘삼성공화국’이라 하는 것이겠다.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데,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저명한 정치학자는 “사회적 책임 안 해도 좋으니, 일단 법부터 제대로 지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회적 책임 같은 거창한 것도 안 바란다. 법만 잘 지키면 될 뿐이다.

기업의 지분을 몇 퍼센트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순환출자’라는 희한한 흑마술을 동원해 기업 전체를 장악한다. 이는 온갖 인간이 그토록 좋아하던 미국, 이 나라의 주주자본주의에도 어긋난다. 재벌이 꽤 꺼려 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같은 재벌개혁 세력이 엄청 진보적이라기보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자본주의는 참으로 기이하고 왜곡된 자본주의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지금처럼 한 집안이 작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할 때다. 만약 지금의 재벌이 스웨덴의 재벌 발렌베리 가문처럼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면 백번 천번 양보해 지금의 방식을 존중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기 되기보다 남북통일이 훨씬 빠를 만큼 머나먼 일일 것이다. 답은 뻔하지만 그것이 너무도 험난한 길이라는 사실일 뿐이다. 지금 벌어지는 온갖 작태는 현재 재벌구조와 깊게 관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재벌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 같은 어이없는 ‘블랙 코미디’를 욕만 하면서 계속해 바라볼 것이다.

정말 누가 개돼지일까?

언젠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탄핵을 당하고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는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를 것 같다고 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멍하게 흘러온 참으로 딱한 사람이라 보는데, 수많은 재벌 상속자의 모습과 상통한다 생각했다. 상식 이하의 행동을 태연하게 보여 주는 상속자에게서 박근혜의 모습이 비친다.

어떤 사람이 영화 속에서 나왔던 “민중은 개돼지”를 했다가 공분을 샀다. 인간이 뭐 그리 대단한가 문제는 뒤로하더라도, 개나 돼지, 짐승을 거론했을 때는 인간의 기본적 도리 그리고 염치나 분별력을 잃은 인간을 가리킬 때 쓸 법한 이야기다. 민중은 모욕감을 안고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갈지언정 대체로 인간적 도리를 어기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 민중이 세상을 지탱하고 돌아가게 한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그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할 도리는 하나도 모르고, 미쳐 날뛰는 그것이 개돼지가 아니겠는가? 정말 누가 개돼지인가?

나라가 이제 조금씩 품격을 찾아가고, 구습을 하나씩 덜어 내려 하는 중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지난 시대에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지켜보는 것도 정말로 질리는 일이다. 불매도 좋고 국민 청원도 좋고, 어떤 식으로든 잊지 말고 계속해 이야기하면서 압박해야 할 때다.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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