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4.16재단 준비기획위원

‘4.16재단’ 설립 준비가 막바지다.

4.16재단은 세월호가족과 국민이 함께 만들고 활동하는 민간 재단으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한다.

단지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가족만이 아닌 모든 국민과 그들이 살아갈 안전사회를 이루기 위한 4.16재단은 ‘국민재단’이라는 의미에 맞게 5월 12일 창립대회를 앞두고 시민들의 기금 참여와 조직 구성이 한창이다.

4.16재단 준비기획위원 한석호 씨는 모두가 궁금해 하는 4.16재단의 목적과 위상에 대해 “세월호가족을 대표하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로 상징되는 시민사회계 활동의 후방 지원체, 또는 모든 416운동을 유기적으로 엮어 내는 ‘허브’”라고 설명했다.

4.16재단 설립에 대한 논의는 특별법 제정 뒤 2016년 9월부터 시작됐다. 주요한 목적은 세월호참사 뒤 한국 사회의 과제가 된 “돈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다. 이를 위해 재단은 법이 정한 대로 “안산의 416생명안전공원 운영과 관리,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 피해자의 심리, 생활안정과 사회복귀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한석호 위원은 “한국사회를 생명, 안전 사회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뿌리 깊은 돈 중심의 가치관을 전복시키고 세월호참사를 사회화, 역사화시키는 과정은 몇 년, 몇십 년이 될 수도 있다”며, “그 시간을 꿋꿋하게 버티기 위해서는 단단한 유기적 연계체가 필요하고 4.16재단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그 목적과 필요에 따라 재단은 세월호가족이나 416운동 활동가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재단”, “우리의 재단”, “국민의 재단”이 되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재정과 활동 모든 과정에서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설립을 위한 재단 출연금 약 10억 원을 마련하는 단계부터다. 절반은 세월호가족, 절반은 국민들이 마련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세월호가족들이 나섰다.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당 500만 원씩 내기로 결의했고, 150가족 넘게 참여해 절반이 훌쩍 넘는 약 8억 원을 마련했다.

나머지는 국민들의 몫으로 이른바 ‘416기억위원’이다. 1만 원 이상을 한 번만 내면 기억위원이 될 수 있고, 재단 준비위는 이 인원을 416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100만 명을 모아보자고 결정했다. 이 가운데 100만 원 이상 내는 단위는 4.16재단 ‘국민발기인’이 된다. 기억위원과 발기인 1차 명단은 5월 12일 창립대회 때 발표되며, 416명을 목표로 한 국민발기인에 참여한 단위는 현재 약 370단위다.

국민발기인에는 개인을 비롯해 성당, 교회, 가족, 단체, 동아리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4.16재단 준비기획위원 한석호 씨. 그는 4.16재단은 우리 모두의 재단이라며,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한 위원은 재단을 준비하면서 계속 논의한 것은 416운동이 진행된 4년 동안 우리가 원하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선은 세월호가족이 중심이 되어 왔지만 무엇보다 함께한 국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주체는 우리 국민 모두가 되어야 한다. 가족들은 앞장설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참사 뒤에 사회를 바꾸려는 모든 활동을 ‘416운동’이라고 불렀다.

“집회나 시위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력이 운동”이라는 그는, “세월호참사는 단순히 박근혜 정권과 세월호 선사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성찰해야 할 우리의 무심함, 안전 불감증, 생명 경시 문화의 문제다. 따라서 전 사회가 같이 공감하고 움직이고, 사회화와 역사화하는 한편, 사회 곳곳에서 만나고 기억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합동영결식을 하고 분향소를 철거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달라지고 기억이 옅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가족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손을 잡으며 계속 가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억을 사회화하고 역사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확히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16재단을 준비하면서 세월호가족들이 이 일을 어떻게 고민했는지도 들려 줬다.

“한 가족은 왜 사회를 밝게 만들려는 이들이 그토록 힘들게 살아야 하느냐며, 그런 이들을 돌보는 것이 재단의 한 역할이라고 말을 해요. 또 앞으로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세월호가족의 손을 잡아 준 것처럼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 주러 가야 한다고도 하고요. 참사 초기 연대에 거부감을 가졌던 이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변해 가고 있어요. 또 평생의 일을 416운동에 쏟겠다고, 배보상금도 모두 여기에 쓰겠다고도 합니다.”

한 위원은 재단이 위탁 운영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해서도 말했다.

안산 화랑유원지 내 일부 구간에 조성될 공원은 봉안시설을 포함한 추모공원으로 전체 유원지 넓이의 0.1퍼센트다. 세월호참사 4주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아픔을 추모하는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며, 생명과 안전을 최고 가치로 선언하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담기게 된다"면서 "안산시와 함께 안산시민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제종길 안산시장이 추모공원과 봉안시설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 위원은 이에 대해, 현재 안산시 각계 전문가들이 50인 위원회를 구성해 공원 구성과 추진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정치쟁점화에도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약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고 결국 하게 될 것이다. 이 공원은 안전 문화, 교육, 활동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공원 설립을 둘러싼 지역 갈등으로 세월호가족들 가운데서도 특히 희생자들의 형제, 자매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세월호가족들은 이 공간을 아주 밝은 공간, 남녀노소 모두가 와서 함께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기를 원한다. 그것이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고, (봉안시설에 있게 될) 아이들도 자신들이 어둡고 무거운 공간에 있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4.16재단 준비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억위원과 발기인을 모으고 있다. 100만 원 이상 내는 국민발기인 가운데는 몇몇 성당과 수도회의 이름도 보인다. (이미지 출처 = 4.16재단 홈페이지)

“역설적이게도 세월호참사를 통해 희망을 봤다”

지난해까지 4.16연대에서 가족지원을 맡으면서 416가족협의회 자문위원도 맡았던 그는 지난 4년의 416운동을 통해 “다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운동을 했지만, 한국사회에 대해 절망했고 끝내 세월호참사까지 보게 돼 좌절했다. “한국은 구제불능의 사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봤고, 다시 열심히 해 볼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를 절망에서 구해 낸 장면 가운데 하나는 600만 명 이상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가족들은 그 험한 일들을 당하면서 중간에 그만둘 수 있었지만 아이들을 품고 끝까지 싸우고 있다. 또 70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단일 사안에 참여한 일은 아마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밑바닥부터 움직이는 것을 봤고, 변화의 가능성을 봤다.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쪼록 많은 시민이 4.16재단의 탄생과 이후 활동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재단은 어느 지역, 어느 일부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재단이다. 되도록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우리의 재단, 나의 재단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기억위원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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