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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미세먼지 대책[시사비평 - 박병상]

옛말은 아이들과 간장독은 밖에 내놓아도 얼지 않는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으니 당연한데, 간장을 담가 먹는 이가 드문 요즘, 어른들은 아이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른다. 떠들며 뛰어다니면 남에게 실례가 된다며 학원에서,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주의를 준다. 4년 전 침몰하는 한 여객선에서 구명조끼 입은 청년들도 꼼짝하지 말아야 했다. 집 밖에서 실컷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어른들의 이런저런 요구로 실내에 갇힌 요즘 아이들은 얌전하다. 주눅이 든 걸까?

신체 구조상 뛰어놀아야 건강한 아이들을 교실에 잡아 두는 걸 안타깝게 여기는 어른도 있다.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심지어 체육시간에도 실내에 잡아 둘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실은 요사이 미세먼지가 만든다. 말랑말랑한 팔다리 근육의 97퍼센트가 단백질인 아이들은 바깥에서 뛰어놀아야 정상인데, 교실에 붙잡아 놓아야 하다니. 여러 반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을 비좁게 수용하니 정신이 없지만 아이들의 코로 들어가는 먼지가 밖보다 나을 성싶지 않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마스크 없이 우편물과 배달 물건을 온종일 옮기다 침대에 쓰러진 남편의 코에 피가 맺힌 모습을 본 아내는 울분을 토한다. 환경이민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는데, 미세먼지 속에서 저임금으로 허덕이는 계층이 안전한 국가는 드물다. 공기가 깨끗한 나라는 먼지 발생이 많던 자국의 산업을 일찌감치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공기가 깨끗한 나라는 가난한 자의 이민을 반기지 않는다. 투자하겠다면 모를까, 아직 공기가 깨끗한 일부 가난한 국가가 있지만 계속 안심하기 이르다. 먼지 일으키는 공장이 들어설지 모른다.

우리 일기예보는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 황사와 초미세먼지를 90퍼센트 이상 걸러 준다는 마스크는 일회용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숨을 갑갑하게 하는 마스크는 폐에 무리를 준다는데, 개개인은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좁은 실내에 효과가 있는 공기정화기는 가난한 가정에 그림의 떡이니 이제 공기마저 공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공기를 오염시킨 자본은 마스크와 공기정화기를 팔면서 자본의 규모를 키우겠지.

미세먼지의 상황을 알리는 스마트폰 앱은 우리나라의 먼지 농도가 높을 때 중국의 오염이 훨씬 심하다는 걸 어김없이 보여 준다. 코로 들어오는 미세먼지가 중국의 원인만이 아니라지만 적지 않은 건 분명한데 우리는 중국에 문제제기를 할 자격이 없다. 자국의 원인을 줄이거나 제거하려는 노력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덮인 도시. (이미지 출처 = Flickr)

중국의 대기는 최근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겨울철 미세먼지를 심각하게 내뿜던 석탄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라는데, 난방을 가스로 갑자기 전환할 수 없던 가난한 집에서 동사하는 일이 있었다는 풍문도 있다. 난방 에너지를 바꾼다고 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중국의 많은 발전소는 우리처럼 석탄을 사용하지만 먼지를 거르는 설비의 배출허용기준이 우리보다 느슨하다.

어떤 국회의원은 중국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겠다는 환경부장관에게 다그친다. 중국에 항의하지 않고 뭐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우리 정부의 항의에 중국이 꿈쩍할 거 같지 않다. 독일 공업단지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북유럽의 호수와 숲에 피해가 드러났을 때 민간에서 항의가 빗발쳤지만 정부 간 대응은 없었다.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운 중국에서 우리 정부의 항의에 반응할까? 우리의 솔선수범에 관심을 보일 수 있건만 우리 정부의 대책은 한가하다.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승인하면서 낡은 화력발전소 일시 폐쇄 이외에 실감할 만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미세먼지로 부정맥과 같은 혈관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학자의 주장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조기 사망이 늘어나는 현실은 재앙과 다르지 않다.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의 퇴출을 예고하는데 관용차 홀짝수 운행에서 그치는 우리는 경유차에 매연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화력발전소 중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전기차와 수소차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정치인이 등장했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늘어날수록 그런 자동차에 쓸 에너지는 거대한 내연기관인 화력발전소에서 줄기차게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나 보다.

전기차나 수소차는 대안일 수 없다. 화력발전소를 멈추면 핵발전소인가? 더욱 끔찍하다. 태양광이나 풍력인가? 좋은 대안이지만 양질의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없다고 누군가 주장한다.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자들이 그렇게 말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우리보다 태양빛이 흐린 독일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한다. 거대한 전력회사의 중앙 집중적 공급보다 태양이나 바람과 같이 지역에서 자급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우리 정부는 눈을 감았다.

도로가 확장되고 굴러다니는 자동차가 많을수록 미세먼지는 늘어나면서 삶은 건강을 잃어간다. 소득이 늘어나고 발전소가 많을수록 지구는 더워지고 기상이변이 빗발치면서 초미세먼지도 늘어난다. 생태계는 안정을 잃고 우리는 재앙에 가까워진다. 미세먼지의 근본 대안은 내연기관을 피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주장하는데,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는 자세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공기가 맑았던 시절보다, 멀지 않은 조상보다, 지금 우리는 훨씬 잘산다. 역대 어떤 황제보다 풍요롭다.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대안은 불편한 삶이다. 불편해도 불행하지 않은 삶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삶으로 모범을 보일 때 중국도 세계도 대안을 근원에서 모색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맑은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겠지.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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