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게, 느리고, 자유롭게 오체투지
-이명박 지지 철회되면 보수 개신교 동반추락 가능성 있어

2008년도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걸림돌, 디딤돌 좌담회가 지난 6월 15일 오후 4시6/15(월) 오후 4시에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호인수 신부(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의 사회로 열렸다.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디딤돌·걸림돌 선정은 참여불교재가연대, 개신교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천주교의 우리신학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에서 2007년에 이어 두번째 발표한 것이다. 지난 6월 3일 발표에서는 디딤돌로 오체투지에 참여하는 사람들, 걸림돌로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의 종교차별적 행태를 들었다.  

이명박 정권, 정치적 공공성 결여

충간문화연구소의 장석만 소장은  우선 걸림돌에 “이명박 대통령과 종교편향적인 정부 행태”가 지목된 이유는 "이명박 정권의 공공(公共)성에 대한 인식 결여가 도처에서 목격되고, 정치의 영역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으며, 그 결과 중 하나로서 종교적 갈등이 심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했다. 

이명박 정권이 보여 온 통치방식은 "대한민국도 기업처럼 운영하면 된다"는 태도이며, “어쨌든 잘 살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국민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가 지녀야할 장기적인 안목과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자세를 그에게 기대하기 어려우며, “내가 해서 성공했으니, 너희들도 나를 따라서 똑같이 하라”는 강요와 저돌성만이 두드러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적인 문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믿어서 효험을 보았으니, 너희들도 따라서 믿으라 혹은 결국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식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공공성이 고려되지 않는 정권은 당연히 종교차별을 낳기 마련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서로 간절한 몸짓을 공유해야

한편 디딤돌로 선정된 오체투지순례단은 "단지 순례단 핵심부에 가톨릭, 불교를 비롯하여, 개신교, 원불교의 성직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종교의 기본적 몸짓에 닿아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오체투지순례의 목적이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 아니며, 그것은 "서로 간절한 몸짓을 공유함으로써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체투지, 포괄적인 공동선 가치,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돼

한편 강인철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는 이번에 선정된 디딤돌과 걸림돌은 둘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통치행태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체투지 순례’가 왜 종교간 대화와 협력에 디딤돌이 되는지 살폈다.

강 교수는 오체투지가 종교적 불화(不和)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2003년 새만금 반대 삼보일배 당시에도 그랬듯이,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보수적 종교인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불교방식으로 진행되어 보수적 개신교의 반발을 사는 바람에 개신교 목사들이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까지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의 4대 종교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정형화되었고, ‘생명과 평화’라는, 모든 종교들이 공유하는 포괄적인 공동선적 가치,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럼에도 이것이 추상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 4대강 정비,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등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정치·사회 현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이날 사회를 맡았던 호인수 신부, 장석만 소장, 발제를 하고 있는 강인철 교수, 논찬을 맡은 박광서 교수 등..

오체투지, 새로운 시위문화로 자리잡을 듯

오체투지의 가장 큰 특성은 "말을 최대한 줄이고 온몸으로 말함으로써 더 크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하면서 일회적인 ‘말의 성찬’ 혹은 ‘선언’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았던 기존의 종교간 대화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이전의 삼보일배가 그러했듯이, 오체투지 또한 종교와 무관한 이들까지 즐겨 활용하는 ‘새로운 시위 문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또한 순례여정에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종교적 성소를 방문함으로써 "성스런 공간이 뒤섞이는, 높은 수준의 종교간 대화·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이는 상대방의 종교 속으로 들어가 보는 체험이며, 위험스럽지만 생산적이고, 어쩌면 유쾌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고통’의 체험 공유하고 있는데, "주동인물이라 할 문 신부와 수경 스님은 이미 60대 노인이고 가장 젊은 전종훈 신부도 50대 나이이며, ‘죽음을 각오하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통스런 순례이자 수행과정을 겪으면서 ‘비움’과 ‘낮춤’이라는 자세가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비움'과 ‘낮춤’의 행위는 화려한 무대 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의 보여주기 식이거나 과시적인 종교간 대화-협력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한편 오체투지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느리게’ 진행되면서 참여하는 다른 종교를 가진 성직자와 순례단이 순례과정에서 형제간보다 더 친해질 정도로 농도 짙은 사귐이 가능하다고 평했다. "고통스런 수행 과정을 같이 하기에, 단 하루만 참여하는 이들조차 서로 깊은 교감과 우애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순례가 개방적 구조라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빠질 수 있고, 하루만 혹은 한나절만 참여할 수도 있었고, 매우 경건하지만, 자유로움 그 자체가 형식이어서 열린 형식이 열린 마음을 낳게 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순례에 참여하는 이들, 특히 성직자들은 "종교간 대화․협력만이 아니라, 쓰러질 지경인 땡볕 아래서 굵은 땀을 쏟아내는, 혹은 장대비가 내리꽂히는 아스팔트에 눈 감은 채 뺨을 대는 성직자들의 모습은 방언을 하거나, 귀신을 쫒아 내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감동과 경외감을 신자들에게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유착의 표본, 이명박 정부


한편 강인철 교수는 걸림돌에 관한 논평을 통해, (2005년 말 현재) "한국에서 종교인구의 98.1%를 분점(分占)하고 있는 3대 종교, 즉 불교(종교인구의 43.0%), 개신교(34.5%), 천주교(20.6%)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잘 유지해가는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며 1990년대 이후, 불교가 ‘종교차별의 정치-사회적 쟁점화’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통치행태는 종교간 차별 시비나 과도한 정교유착의 논란을 촉발함으로써, 확실히 종교와 종교 사이에, 그리고 종교와 국가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해방 후 어느 시기보다도 이른바 ‘종교정치(religious politics)’를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적 행태는 2007년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고, 정권 출범 직후부터 친개신교적 행태가 문제되었다는 것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특히 불교-개신교, 불교-이명박 정부 갈등이 심화되어, 2008년 7월 이후 불교측의 불만 폭발하여 8월27일 서울광장에서 10만여 불자들이 모여 ‘헌법 파괴·종교 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후 국무회의가 ‘공무원 복무규정’과 ‘행동강령’을 개정(2008.9.9), 문광부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설치(2008.10.1), 서울시가 공무원의 종교 편향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시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를 개정(2008.12.19) 등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계속되어, 추부길 목사에 이어 김진홍 목사의 비서였던 박영모 목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 부시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 자리에도 조용기 목사를 불러 기도하게 하고, 포항시 예산의 1%를 성시화 운동에 지원하겠다고 해 불자들의 원성을 샀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임명하고, 대학 채플과 관련해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반인권 판사로 비판받았던 골수 개신교인인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한 것 등이다. 

개신교의 정권유착, 이명박 정부와 동반 추락 가능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종교차별 시비가 한반도 대운하,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문제, 촛불시위, 방송민영화나 민영미디어랩 도입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연관되고 있는 것이며, 2010년의 지방선거와 2012년의 총선 및 대선까지 종교 세력의 정치적 참여와 갈등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종교적 태도는 개신교의 분열을 심화시키는 문제도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을 대하는 방식에서, 경쟁하는 두 초교파단체 가운데 보수 쪽에 힘을 실어주어 개신교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처럼 종교다원적인 상황에서 종교차별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개신교에 대한 편향적 접근은 개신교에도 이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고소영’(소망교회), ‘정치 목사’, ‘권목(權牧, 권력 목사)’과 같은 표현들은 공격적인 가두선교나 해외선교 등으로 인해 기왕에 형성되어 있던 ‘반(反)개신교적 사회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권력과 유착된 종교’라는 사회적 이미지는 정치권력의 인기가 실추될 때 해당 종교도 동반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토론에 나선 박광서 교수(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서강대)는 "종교란 본래 탐욕을 줄이고 사람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종교 때문에 불편하고 평화가 깨지고 폭력적인 된다면 문제"라면서 "직장 동료나 이웃 사이에도 중간에 종교가 끼면 관계가 이상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종교색으로 나타나지 않고 숨쉬듯이 무겁지 않게 종교가 체화된 종교인이 많아졌음 좋겠다"고 바랬다. 

김창락 교수(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는 "제일 반성해야 할 종교는 개신교"라며, "폐쇄된 교리와 이해관계 때문에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종교를 보면, 병을 치유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병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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