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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가 너무 많다[열린 교회로 가는 길 - 호인수]
부산가톨릭대학교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미지 출처 = 부산가톨릭대학교 개교 50년 이북 목차 갈무리)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부산신학교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지원자들을 모두 대구와 광주의 신학교로 보내기로 했단다. 신학교 문을 닫을 날이 머지않다는 말인가? 지원자가 현저히 줄어서 정원을 채우기 어렵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신입생들은 수준이 떨어져 수학 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니 독립적인 신학교를 운영하는 게 여러모로 득보다는 실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논란이 많았겠지만 과감한 결정이다. 교구마다 경쟁하듯 신학교를 세울 때부터(현재 전국에 7개)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나 지방의 몇몇 이름난 대학을 제외한 많은 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안달들이다. 매년 입학 시즌이 되면 교수들까지 동원한 신입생 유치 작전이 치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턴가 신생아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 폐교하는 초, 중, 고등학교가 속속 늘어나는 형편이니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전 세계 1위라 하더라도 없는 학생을 무슨 수로 만들어 채우랴. 학생 수의 감소가 발등의 불이다. 신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정원 확보가 급선무니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학생의 수준을 따질 겨를이 없다. 내가 알기로 한국의 모든 가톨릭 신학교는 비록 정원 미달 대학으로 분류되어 국가의 지원을 못 받는 한이 있어도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교회와 사회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직자를 배출할 수는 없다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엄연히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재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학교를 나와 사제가 된 우리가 들어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신자들 사이에서 가끔 농담처럼 오간다. “특별한 재능이 없고 공부도 시원찮으니 너는 신학교나 가라.” 아무리 학업 성적이 다가 아니라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문제는 또 있다. 교수의 자질이다. 7개 학교에 교수를 충당하려면 출중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신학생(또는 신부) 가운데 우수자를 선발해서 국내외로 유학을 보냈다가 신학교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워낙 적으니 선택의 폭이 좁은 건 당연지사다. 요즘 이름 없는 지방대학도 교수 자리 하나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수십, 수백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니 웬만한 실력으로는 이력서도 못 내민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넘친다. 그런데 신학교 교수는 임면권자인 교구장의 허락이 떨어지면 된다. 무엇보다 교구장의 뜻이 먼저다. 교구장과 다른 생각과 소신을 가진 신부는 교수가 될 수 없다. 학생은 교수를 통하여 평생 몸담을 교구의 실질적인 수장의 뜻을 익힌다. ‘예수의 사람’이란 명찰을 달고 ‘교구장의 사람’이 될 우려가 농후하다. 역사 교과서의 무리한 국정화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다. 애써 설립한 신학교가 아까워도 더 늦기 전에 통폐합해서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덜고 여력을 모아 다양성을 살린 사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신학교를 소유하고 있는 교구장들이 욕심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 천주교회를 살리는 일이다.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원로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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