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요셉 성월, 요셉 축일에, 시대의 흐름마다 새로운 생명의 움직임, 새사람으로의 새로운 출발을 담고 있는 신앙 안에 "봄의 형상" 성 요셉을 돌아본다.

'요셉의 꿈', 조지아 정교회 아테니 시오니 성당, 8세기경. (이미지 제공 = 박유미)

하느님께서 요셉에게 맡기신 ‘보호자’의 사명,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조용히, 그러면서도 온전히 성실하고 한결같이 함께 있음으로 수행하신 성 요셉!

끊임없이 하느님께 귀 기울이고, 하느님 현존의 표징들에 마음을 열고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이며 성모님과 일치하여 그리스도를 보호하셨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보호함으로써 모든 창조물의 ‘보호자’, 자연 안에 새겨진 하느님 계획의 보호자, 인간의 보호자와 자연의 보호자가 되셨다.

돌보고 보호하는 데에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선함이 필요하다. 노동자이며 돌봄을 위해 강인하고 용감했지만 마음에 커다란 부드러움을 담고 부드러움으로 강한 영의 표징이며, 관심, 연민, 타인에 대한 참다운 개방, 사랑의 능력을 보여 주신 분. 그 분 모범처럼 우리는 선함, 부드러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미사 강론 요약

 

성 요셉 성월에 성 요셉 축일. 성서 전승에 따라서지만 절기로 봄의 시작과 연결되어 있는 사순절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성인 기념일을 묵상하고 그 의미를 찾아보면서 지금까지 나의 신앙생활에 담겨 있던 의미보다 훨씬 더 크고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성 요셉에 대한 공경과 그 삶의 모범 그리고 도우심의 힘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나만의 고백이겠지만, 그리스도를 키우신 아버지로서 가장 오랜 시간 그리스도와 함께하셨는데도 구원사 안에서 언제나 그리스도와 성모님의 뒤에서 그들을 돌보고 보호하셨던 분이시기에 이제야 제대로 그 소명과 역할에 조명을 비추고 바라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많은 성인과 역대 교황, 그리고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그 모습을 깊이 바라보며 성찰하고 전하고 따르신 분들의 위대함을 또한 새롭게 새기게 된다.

'요셉의 꿈', 지거 쾨더. 독일 바트 우어작허 제대화.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이해할 수 없지만, 꿈에 나타나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의 말씀대로 약혼녀 마리아를 받아들이고 말씀하신 대로 아들에게 "예수"‚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는 뜻을 지닌 이름을 주고 사랑과 헌신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지키고 키우셨던 의로운 사람, 요셉. 그렇게 구약의 예언처럼 다윗 왕가에서 하느님 구원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따르고 사랑으로 돌보셨던 남편이자 아버지.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이렇게 짧고 단순한 구절 안에 변함없이 삶의 바탕에 담겨 있는 깊은 신앙의 모범, 구원의 원리들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힘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받쳐 주었다. 성모 마리아와 함께 우리의 삶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시기에 특정 위기 상황에만 아니라 어떤 위기에도 도움을 청하면 함께 청해 주시는 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으셨듯이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도움이 되시는 보호자! "거룩하신 요셉, 예수 그리스도를 키우신 아버지이며 가장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진정한 배필이시여, 이 날에(이 밤에) 저희와 죽어 가는 이들을 위해 빌어 주소서. 아멘."

교회에서는 이런 성 요셉의 모범이 시대에 맞춰 신앙인들의 삶에서 작용하도록 늘 새롭게 그 의미를 성찰하고 일깨웠다.    

성 요셉 공경에 대한 첫 자취를 남긴 곳은 8세기 이집트다. 헤로데의 위협을 피해 피신해서 사셨던 곳이다. 서방교회에서는 850년경 라이헤나우 성인록에 3월 19일로 그의 축일이 기록된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이 날을 축일로 정하게 된 것은 아마도 로마 지혜의 여신이자 수공업자들의 여신인 미네르바의 축제를 대치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고 한다. 격변기 중세에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와 여러 신비주의자들이 구원사 안에서 성 요셉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였고, 14세기 이후부터 작은형제회와 같은 탁발수도회를 통해 성 요셉을 공경하는 신심이 널리 전파되었다. 

'목수인 성 요셉과 예수', 1620년경. (이미지 제공 = 박유미)

1479년 작은형제회 출신인 교황 식스토 4세가 3월 19일을 공식 축일로 선포하였고.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트리엔트공의회(1545-63)를 거쳐 1621년 의무기념일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성 요셉 공경에 대한 바로크 양식의 그림과 조각 등이 많아지고, 성 요셉 제대 또는 교회가 세워졌다. 성 요셉을 주보성인으로 하는 학교, 교회, 교구, 병원, 대학, 수녀회들이 많이 설립되었고, 여러 지역과 국가에서 요셉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세웠다. 

17세기 중부 유럽에서 요셉 성인에 대한 공경이 커지면서 당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요셉 성인을 지역과 가문의 수호자로 선포했다. 먼저 오스트리아와 보헤미아 지역 나라들에서 요셉 성인을 가난과 전쟁 및 모든 위기와 고난에 수호자로, 그리고 1675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수호성인으로, 1677년에는 황실 가문의 주보성인으로 정하면서 그 다음 해에 태어난 레오폴드 1세의 아들, 황태자의 이름을 가문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요셉'으로 정했다.(요셉 1세) 이후 요셉은 20세기까지도 중부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인 남자 이름이 되었다. 성모님 발현처럼 요셉 성인의 발현을 체험하는 이들도 있었다. 

'요셉 성인의 임종', 독일 네비게스 성모순례지 성당. (사진 제공 = 박유미)

여러 교황을 거치며 기도문과 미사경문에서 성 요셉을 기억하고, 신심운동이 퍼져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었다.     

축일 전 9일간 성인의 삶과 덕을 묵상하며 청하는 9일기도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1840년대부터 요셉 축일이 있는 3월 한 달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요셉 성월이 되었다.  

산업화로 같은 신앙으로 지내던 공동체를 떠나 개개인이 또는 핵가족이 고단한 삶과 무신론적인 사회 흐름 안에서 생활하며 신앙을 지켜 나가야 하는 때, 1870년 교황 비오 9세는 성 요셉을 '교회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1889년 레오 13세는 성 요셉을 가장의 모델로 선포하며 회칙 '성 요셉 신심에 관하여'(Quamquam Pluries)를 통해 왜 바로 이 때에 성 요셉이 시대들이 주는 견디기 힘든 어려움에서 교회를 지키는 수호성인이 되는가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시대적 어려움에 대응해서 성 요셉에게 간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 레오폴드 1세, 왕국을 성 요셉의 수호에 넘기다', 1690년경.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요셉은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위한 성가정을 지키고 보호하는 가장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그가 옛 나자렛 가정처럼 그리스도의 교회를 천상 도우심으로 보호하고 방어하도록 하는 것이 그분 품격에 마땅하며 그분에게 가장 귀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의 흐름 안에서 교황들은 요셉 성인을 '노동자의 수호자'(베네딕토 15세), '사회정의의 수호자'(비오 11세)로 선포하고, 1955년 비오 12세는 노동절인 5월 1일을 노동자들의 수호자 성 요셉 대축일로 제정하며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강조하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부터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 안에서 세상에 문을 열고 함께 나아가는 교회의 출발에 교황님들은 요셉 성인의 모범과 도우심을 청하고 의탁했다. 전염병처럼 덮쳐 오는 어두운 악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적대적 간계에 넘어가지 않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 자신과 교회를 지키고 그리스도를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그리스도의 보호자로서 모든 창조물의 ‘보호자’, 자연 안에 새겨진 하느님 계획의 보호자, 인간의 보호자와 자연의 보호자가 되도록 반복해서 일깨운다.

'성 요셉과 예수 아기',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17세기 후반-18세기.다윗의 후손이며 동정 마리아의 남편으로 그리고 당신 아드님의 아버지로 세우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서처럼 다윗 왕가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복장으로 동정성을 나타내는 백합을 손에 들고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성 요셉.다윗 왕과 함께 구약에서 이어지며 구원 약속을 실현하는 존재로 성 요셉을 공경하기도 한 동방정교회의 전통을 담고 있는 쿠스코 페루 양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어머니와 같은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처럼 흔들리는 아버지상에 맞서 진정한 아버지의 모범으로서, 또한 '새로운 경작을 시작하는 봄' 요셉 축일의 날씨로 한 해의 수확을 예견하는 전통에서처럼 진정한 '보호자'가 되도록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자신을 성찰하고 새 인간으로서 매일매일, 매 순간 새롭게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이정표로서 성 요셉을 바라본다.     

요셉 성인 9일기도의 묵상처럼, 마리아의 약혼자이자 보호자이며, 의로운 사람, 하느님이 선택하셨고, 여기에 순명하신, 믿음의 사람. 행동하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완성에 함께하는 신비의 사람, 좋은 양육자 아버지이며 노동자이신 성요셉을 향하며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오늘, 우리를 위한 도우심을 청한다. 

"성 요셉, 위기에 당신을 찾아 온전한 신뢰로 당신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당신 사랑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와 결합하셨고 아버지와 같이 예수와 마리아를 돌보셨으니, 당신이 전구하시는 힘이 저희들 인간적인 모든 위기에도 뻗어 나오리라 믿습니다. 저희가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당신 하느님 곁에서 청하십니다. 청하오니 당신 크신 사랑으로 저희가 바라는 바,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이루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보시고 저희를 도우소서“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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