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 김용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요한 타울러, 사회와연대, 2017, 39-44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 종류의 일을 하게 되는데,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성인(1090-1153)이 말했습니다. 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를 버리고 세상을 버리고 내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따라서 거룩한 심연으로 들어가서 끊임없이 주님을 생각하고 황홀함을 느끼며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
엘리엇은 "반석에서의 합창"(Choruses from “The Rock”)에서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우리의 영원한 생명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하고 노래했습니다. 하느님과는 일치하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지식만 잔뜩 갖고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이 똑똑하다거나 믿음이 깊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비웃은 것입니다.
우리는 회개는커녕 어떻게 하든지 현상유지(status quo)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에고(ego)는 ‘변화’를 가장 싫어하므로 변화만 아니면 무엇이든지, 심지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까지, 감수하려고 합니다. 에고는 '눈멂'(blindness)을 뜻하는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또 에고를 '눈에 띄지 않은 자아'(the unobserved self)라고도 말하는 것은 일단 에고의 정체가 발각되면 게임이 끝나고 말기 때문입니다. 에고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을 지키려면 위장을 잘해야 합니다. 악은 언제나 거부와 위장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항상 그럴듯하게 “천사의 탈을 쓰고 나타납니다.”(2코린 11,14) 에고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악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에고’를 '육'이란 말로 표현했습니다. 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든지 근사한 덕목처럼 보여야 합니다. 자신의 착각을 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스스로 완벽하게 보고 있다고 확신하게 만듭니다. 바로 이 때문에 회심을 하지 못하게 되고 영적으로 변화되지 않게 됩니다.
'가톨릭'(Catholic)은 ‘보편적’이라는 뜻이며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따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령을 받지도 못하고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고 있으므로 릴케는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느님 주위만 맴돌고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리스어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으로 일련의 불연속적인 우연한 사건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는 순간,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의미 있는 순간을 뜻합니다. 즉 카이로스는 자신의 존재의미를 느끼는 절대적 시간을 말합니다. 릴케는 이 두 시간을 의식하고 시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시간을 죽이면서 살 수밖에 없지만, 자기를 버리고 찬양의 노래를 부르면 하느님께서 화답하시어 하느님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죽이고 산다는 말은 참으로 이상한 말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 후고(後考) 옮김
시간을 아껴 써도 부족하거늘
시간을 죽이면서 어영부영 지낸다니 어이가 없다.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머물든
마지막으로 어디에 있든 상관하지 않는다.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면
밤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어나면 서 있고 싶고, 서 있으면 눕고 싶고
누워 있으면 죽고 싶어진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모든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산들은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서도 시간은 번갈아 가면서 가물거리고 있다.
오갈 데 없으신 하느님께서 나의 황폐한 마음 속에서
밤새도록 서성거리고 계시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김용대(후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본명은 후고입니다만 호도 후고(後考)입니다. 항상 뒷북을 친다는 뜻입니다.
2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묵상을 하고 글을 써 왔습니다.
컴퓨터 전공 서적을 여러 권, 묵상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징검다리"를 쓰고, 요한 타울러 신부의 강론집을 번역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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