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 김용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요한 타울러, 사회와연대, 2017, 39-44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 종류의 일을 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해로운 일이고 두 번째는 헛되이 보내는 일이고
세 번째는 선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일입니다.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성인(1090-1153)이 말했습니다.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으면
헛된 생각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헛된 생각이 생기면 한 못 위에 다른 못을 박아 그 못을 뽑아 내야 합니다.
이는 헛된 생각을 몰아내기 위하여
하느님의 일들만 생각하는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라는 뜻입니다.

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를 버리고 세상을 버리고
세상 것들만 얻으려고 고생하며 속물처럼 살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만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고
즐거움이나 고통에 무관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님께서는 삶의 목적을 아는 데 있어서
빛의 자녀들이 어둠의 자녀보다도 현명하지 못한 것을 못마땅해 하십니다.
영적인 사람이라면 석탄이 옆에 불이 붙은 석탄의 빛과 열을 받아
다시 빛을 내듯이, 하느님의 불로 불타고 있고 안팎으로 거룩해져서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동료들에게도 냉정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하려고 해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한순간도
거룩한 영향을 주시지 않는 때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깨어 있게 되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본래부터 당신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시도록 태어나셨고
우리의 정신은 하느님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에 역사하시고
영혼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만 합니다.
우리의 근원이고 끝인 하느님과 영혼의 관계는 원천과 물줄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가련한 존재가 되어
자신의 내면에서 나가 육욕적인 삶만 살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하느님의 마음까지 들어가십시오.
거기에 영원히 하느님께서 머물러 계신다는 생각을 하고,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거룩한 심연에서
하느님께서 끊임없이 자신을 이끌고 계신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대 영혼의 모든 힘을 알아차릴 때까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생각들이
그대의 심연에 침투되도록 하기 위하여 거룩한 심연에 더 깊이 들어가십시오.
그대가 걷고 있든 꼼짝하지 않고 서 있든, 먹거나 마시고 있든,
잠자거나 깨어 있든, 그 아름다운 생각들이 잠시도 떠나지 않게 하십시오.
주님의 생각에 따라 머물도록 하고 내면생활과 외면생활을 하도록 하십시오.
화가가 걸작을 베끼듯이 주님의 생각대로 하십시오.
화가는 붓을 댈 때마다 걸작에서 눈을 떼지 않으므로
그가 할 수 있는 한 똑같이 모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룩한 심연으로 들어가서 끊임없이 주님을 생각하고 황홀함을 느끼며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그림에 따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그리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신성과 인성에서 눈을 떼지 마십시오.
또 주님의 겸손하심과 친절하심을 배우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한 면만 보지 말고 여러 면을 보아 자신을 더욱더 성숙시키고
혼자 수행하고 있을 때처럼 군중 속에서도 눈 앞에 있는 거울을 보듯이 어디에서나 언제나 환경에 따라 자신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하십시오.
그대가 수도원에서 부지런히 짐을 나르고 있거나
다른 외적인 일에 매여 있더라도
그대의 침실이나 교회에서 조용히 앉아 있을 때보다
더 황홀한 생각에 머물러 있도록 하십시오.
마치 그대가 주님께서 계시는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도록 하십시오.
그대가 먹고 있을 때도 예수님의 고귀한 피로
입안을 적시고 있다고 생각하고 드십시오.
그대가 마시고 있더라도 주님의 거룩한 상처에서 난
주님의 피를 주셨다고 생각하고 마시도록 하십시오.
그대가 잠을 자더라도 피범벅이 된 주님의 가슴에
누워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십시오.
그대가 말을 하더라도 주님께서 가까이에 계시면서
그대의 말을 듣고 계신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계시면서
그대의 모든 동작과 생각들을 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면서
주님의 거룩한 모습을 끊임없이 묵상하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자기는 죽이지 않고 시간을 죽이면서 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엘리엇은 "반석에서의 합창"(Choruses from “The Rock”)에서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우리의 영원한 생명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하고 노래했습니다. 하느님과는 일치하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지식만 잔뜩 갖고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이 똑똑하다거나 믿음이 깊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비웃은 것입니다.

우리는 회개는커녕 어떻게 하든지 현상유지(status quo)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에고(ego)는 ‘변화’를 가장 싫어하므로 변화만 아니면 무엇이든지, 심지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까지, 감수하려고 합니다. 에고는 '눈멂'(blindness)을 뜻하는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또 에고를 '눈에 띄지 않은 자아'(the unobserved self)라고도 말하는 것은 일단 에고의 정체가 발각되면 게임이 끝나고 말기 때문입니다. 에고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을 지키려면 위장을 잘해야 합니다. 악은 언제나 거부와 위장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항상 그럴듯하게 “천사의 탈을 쓰고 나타납니다.”(2코린 11,14) 에고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악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에고’를 '육'이란 말로 표현했습니다. 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든지 근사한 덕목처럼 보여야 합니다. 자신의 착각을 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스스로 완벽하게 보고 있다고 확신하게 만듭니다. 바로 이 때문에 회심을 하지 못하게 되고 영적으로 변화되지 않게 됩니다.

'가톨릭'(Catholic)은 ‘보편적’이라는 뜻이며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따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령을 받지도 못하고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고 있으므로 릴케는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느님 주위만 맴돌고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리스어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으로 일련의 불연속적인 우연한 사건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는 순간,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의미 있는 순간을 뜻합니다. 즉 카이로스는 자신의 존재의미를 느끼는 절대적 시간을 말합니다. 릴케는 이 두 시간을 의식하고 시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시간을 죽이면서 살 수밖에 없지만, 자기를 버리고 찬양의 노래를 부르면 하느님께서 화답하시어 하느님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죽이고 산다는 말은 참으로 이상한 말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 후고(後考) 옮김

 

시간을 아껴 써도 부족하거늘 
시간을 죽이면서 어영부영 지낸다니 어이가 없다.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머물든
마지막으로 어디에 있든 상관하지 않는다.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면
밤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어나면 서 있고 싶고, 서 있으면 눕고 싶고
누워 있으면 죽고 싶어진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모든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산들은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서도 시간은 번갈아 가면서 가물거리고 있다.
오갈 데 없으신 하느님께서 나의 황폐한 마음 속에서
밤새도록 서성거리고 계시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김용대(후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본명은 후고입니다만 호도 후고(後考)입니다. 항상 뒷북을 친다는 뜻입니다.
2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묵상을 하고 글을 써 왔습니다.
컴퓨터 전공 서적을 여러 권, 묵상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징검다리"를 쓰고, 요한 타울러 신부의 강론집을 번역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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