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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멀레이드 샌드위치처럼 달콤한 희망 - 영화 '패딩턴 1, 2'[어린이처럼 - 김유진]
'패딩턴 2', 폴 킹, 2018. (포스터 제공 = (주)누리픽쳐스)

패딩턴은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가 1958년 첫 권을 발표한 동화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피터 래빗이나 곰돌이 푸우만큼 유명한 곰 캐릭터인데 최근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사랑받고 있다.

패딩턴 동화와 영화는 꽤 다르다. 동화가 원작인 영화는 원작과 거의 비슷하고 에피소드나 설정 등 작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창작된 지 60년이 되어 가는 지금,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오늘날의 패딩턴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냈다.

패딩턴은 어느 날 갑자기 남미 페루에서 런던으로 건너와 새로운 가족을 찾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곰 세 마리’ 가족이 아니라 ‘인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실은 페루의 숲에서부터 패딩턴은 엄마, 아빠가 아닌 숙모, 숙부와 살았는데 이들과 혈연관계는 아니었다. 은퇴를 앞둔 늙은 곰 부부가 폭포 아래로 떨어질 뻔한 패딩턴의 목숨을 구해 주며 셋은 가족이 되었다.

패딩턴은 역에서 우연히 만난 브라운 가족과 한 가족이 되어 가고, 또 ‘집’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지만 이 영화가 ‘가족주의’를 표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자신을 돌봐 줄 따뜻한 새 가족을 만나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사랑받게 되는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다.

이 판타지 세계에서 패딩턴은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인간들은 패딩턴이 인간이 아니라 곰이라는 사실을 줄곧 인식하며 자신과 패딩턴을 구별 짓는다. 패딩턴은 좀체 인간 가족의 일원이 되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에서 ‘패딩턴이 브라운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곰이 인간의 가족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의 과제는 ‘자신과 다른 배경을 지닌 존재를 자신의 공동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미로 확장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라운 가족은 백인 중산층 가정이고, 영화는 런던을 배경으로 하며 런던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런던의 명소로 만들어진 팝업북은 얼마나 환상적이며 그 안에 숨겨진 보물의 단서는 얼마나 흥미로운가.)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의식을 지닌 이 영화는 제1세계의 질서를 재확인하고 있지는 않다.

'패딩턴 2'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주)누리픽쳐스)

'패딩턴 1'에서 악역인 밀리센트가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며 동물들을 불법으로 박제하는 영화의 설정은 패딩턴의 목숨을 위협하는 역할과 기능으로서 설득력이 있다. 동시에 이러한 설정은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제국주의 열강이 신대륙에서 획득한 동식물, 광물, 문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제1세계에 대한 비판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또한 '패딩턴 2'에서도 브라운 씨 회사의 최고 상사 중 한 명이 아시아 여성이고, 옆집 교수는 인도 남성이며, 재판정의 검사가 흑인 여성인 점은 이 영화가 인종과 젠더 이슈를 분명히 자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렇듯 타자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영화는 패딩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타인을 어떠한 차별이나 혐오 없이 존중하고 수용하는 메시지를 새롭게 보여 준다. 패딩턴은 ‘바른 생활’ 곰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올바른 사고와 행동 방식을 실천한다. 늘 정직하고, 정중하고, 친절하고, 진지하다. 패딩턴이 자신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는 상대에게 분노를 표현하고 상대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란 고작 “눈빛 광선”으로 상대를 쏘아보는 것뿐이다.

패딩턴의 이러한 바른 성격과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든 이들에게 유익과 행복을 준다. 그의 정직과 예의로 그는 브라운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나아가 사회에서 격리된 죄수들을 감화시키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오게 한다.

이것은 아마도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판타지일지 모른다. 많은 경우 우리는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 결코 세상에서 환영받거나 꽃피우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를 짓밟고 불행하게까지 만든다고 믿기도 하니까. 하지만 패딩턴이 그려 내는 판타지는 이 세계에서도 진리와 선의가 자리할 수 있다는 마음과 이를 실천할 힘을 불어넣는다. 패딩턴의 모자에 감추어진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만큼이나 새콤달콤한 상상이고 희망이다.

'패딩턴 2'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주)누리픽쳐스)
 
 

김유진(가타리나)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동시집 “뽀뽀의 힘”을 냈다. 그전에는 <가톨릭신문> 기자였고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곳에서 아동문학과 신앙의 두 여정이 잘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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